좌파 통치 10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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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좌파 통치 댓글 1건 조회 915회 작성일 08-05-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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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국민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정권’이 연장될까봐 가슴을 졸였다. 지나가버린 10년은 그렇다쳐도 진보좌파가 5년을 더 집권하면 절망을 향해 내리달려온 나라를 되돌릴 기회가 영영 없을 것이라는 걱정들이었다. 그런 조바심은 선거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출범한 지 100일 남짓이면 시간적으로 분명 새 정부인데 이명박 정부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10년 만의 정권교체 후 잠깐 말고는 근 석달 동안 나라에 영일(寧日)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만 그 전만큼 매스컴에 오르내리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그 시절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10여일 전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 큰 변화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지난 10년의 그늘이 크고 그 뿌리도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바뀌겠다고도 말했다. 여기에는 작금의 국가적 혼돈이 어디에 기인하는지 축약돼 있다.

큰 변화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지나간 10년의 상처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말과 같다. 집권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아직 뭐 한 가지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다. 새로 이것저것 하려 용쓰지 않고 이전 정부의 길을 답습하면 좀 조용하기라도 할까.

경찰이 ‘촛불문화제’라는 해괴한 이름을 갖다붙여 스스로 공범이 된 촛불집회는 결국 폭력시위로 변질됐다.
 
촛불집회는 경찰이 사실상 방조한 것이고 처음부터 배후가 미심쩍은 불법 시위였다. 경찰은 불법을 묵인하고 방관해준 대가를 소화해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위대는 대통령 하야와 정권타도를 외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폭력경찰’을 규탄하고 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선동으로 넘친다. 쇠고기 수입과는 관련 없는 이적단체와 집단들까지 드디어 명함을 내밀었다. 떼지어 다니며 차도를 점거하고 청와대로 돌격해서 어쩌자는 건가.

절박하지만 소박한 마음으로 집회에 나오는 사람이 아주 없기야 하겠는가. 그러나 무정부 상태가 수도 한복판에서 연일 줄기차게 벌어지는 민주법치국가는 없다. 집회 참가의 동기와 계기는 다양하기 마련이다. 그 중요한 매개체에서 또 하나의 자칭 공영방송과 대표 공영방송 KBS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요즘 KBS 시사 프로그램은 지금을 노무현 시대로 자주 착각하게 만든다. 군데군데 비수(匕首)가 느껴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광우병 관련 보도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직후 국회 본회의장 광경을 수없이 반복 방영했던 때를 연상케도 한다. 정권교체 후 숱한 국민이 이런 KBS 보도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런 일과 정연주 KBS 사장의 상관관계를 확증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대개 그를 쉽게 떠올린다.
 
한국외대 김우룡 교수는 ‘노무현 옥동자’인 그를 퇴진시키지 않으면 이명박 정권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신동아 최신호). 사람들은 “보장할 가치가 있는 임기만 보장돼야 한다”는 김 교수의 견해에 대체로 동의한다.

오늘날 KBS의 비중을 감안하면 정연주씨는 좌파정권 10년의 큰 그늘과 깊은 뿌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방송 KBS는 가공할 영향력을 지닌 국가 기간방송이다. 지금 KBS 본관 앞은 정연주 퇴진을 촉구하는 검은 만장들이 몇 달째 줄지어 펄럭이고 있다.

이 정권 담당자들에게 묻고 싶다. ‘경제 살리기’ 구호로 그저 줍다시피 집권한 것 외에 국정을 바로펴기 위한 준비는 얼마나 했는지. 성향은 다르나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닮기도 했다.
 
말이 많고 먼저 잘 나서다 에러가 잦으며 그 때문에 자주 화액(禍厄)을 자초한 것이 우선 그렇다. 간신히 반타작을 한 지난번 총선 결과는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대통령 주변의 그 많은 재사(才士) 참모들은 도대체 왜 있는가. 그들로부터 생성되는 구설은 또 왜 그리 많은가. 좌파 집권 10년의 그늘을 걷어내고 뿌리를 뽑는 것은 긴요하다. 이것은 정권측이 보통으로 바뀌어서는 어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