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지방행정체계로 개편해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방행정체계 댓글 0건 조회 802회 작성일 08-05-29 09:12

본문

지금은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다.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지역·도시 간 경쟁으로 글로벌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와인을 놓고 보르도와 나파밸리가 경쟁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하이난(海南)섬과 제주도가 다투는 식이다.
 
 지역 경쟁력이 바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은 국가 경영체제를 관(官)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중앙 중심에서 지방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실제 그렇게 바뀌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가경영 체제는 아직 중앙집권적 체제에 머물고 있다.
 
1988년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역대 정권이 분권을 추진하긴 했지만 지방정부나 지역 주민이 체감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방사무(27%)에 비해 국가사무(73%)가 여전히 압도적이다. 국가 전체 세출에서 지방이 쓰는 돈이 60%나 되지만 지방세 비율은 전체 세입의 20%에 그친다.
 
 지방정부가 재정을 중앙에 의존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래선 지역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국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실질적인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논의가 시급한 이유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선 헌법적 동의가 필요하다. 현행 헌법의 지방자치 관련 조항(제117조, 제118조)은 선언적 성격에 불과하다.
 
 ‘결정권 없는 지방자치’ ‘반쪽짜리 지방자치’라는 자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18대 국회가 헌법 개정을 통해 실질적 지방자치를 보장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지방분권형 국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지방분권 강화는 지방행정체계 개편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역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는 지방분권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조선 말·일제시대에 틀이 짜인 100년 묵은 현행 행정체계로는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데, 기초자치단체는 그런 측면에서 열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도 단위를 넘는 행정체계의 광역화와 이를 통한 광역경제권 활성화를 대안으로 적극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준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독립국가에 준하는 자유와 권한을 가진 대여섯 개 지방정부가 이끄는 ‘연방제 한국’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17대 국회에서 여야는 지방행정체계 개편 특위를 구성해 시·군·구를 광역화하는 기본방향에 대해선 합의를 했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입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18대 국회는 전국적인 지방행정체계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부터 서둘러 주기 바란다.

행정체계 개편의 토대 위에서 자치입법권 확대와 지방재정권 확충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지방정부의 자치 역량 강화를 위해 조례 입법권 확대가 필요하다.

법률에 위임하도록 한 주민의 권리 제한, 의무 부과, 벌칙 제정을 조례로 규정할 수 있게 하는 게 한 예다.
 
중앙과 지방정부 간 소모적인 권한 싸움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권한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지방정부가 자주적으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긴요하다. 재정분권 없는 지방분권은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세와 지방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달라는 지방의 해묵은 요구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부가가치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소비세로 전환하는 등 현재 20%에 불과한 지방세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지방세의 세목과 세율, 과세 대상 등을 지방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을 손질할 필요도 있다.

글로벌 경쟁의 중심은 이제 국가가 아니라 지방이다. 경쟁력 있는 지방정부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국가 운명이 달려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분권 강화에 나서는 이유다.
 
우리도 지방분권의 현실과 문제점, 미래 방향에 대한 전략을 논의하는 일을 미뤄선 안 된다.
 
미래를 내다보고 큰 틀의 국가 개조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국회가 앞장서서 신(新) 지방분권 시대를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