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시스템 혁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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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혁신시스템 댓글 0건 조회 728회 작성일 08-05-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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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가 통폐합되면서 과학기술 혁신의 역량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컷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5월초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제시된 국가연구개발 투자전략과 산업 R&D 전략 등을 살펴보면 이러한 걱정이 어느 정도 덜어지게 되었다.
 
특히 2012년까지 국가 전체 R&D 투자를 GDP 대비 5%로 증가시키고, 정부 R&D투자를 현재의 1.5배로 늘리기로 하여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정부부처 통합을 통해 그 동안 지나치게 나누어져 수행되던 연구개발이 정리되어 분할손이나 중복투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연구개발과제의 선정, 평가 등을 좀 더 투명하게 하는 것도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과학기술 혁신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은 양적인 증가나 사업부처 재편성, 민간에 대한 이양 등 몇가지 기본공식에 의해 저절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 매우 어렵고도 복잡한 과업이다.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과학기술의 주체들의 명예와 사기를 높여주어야 한다. 우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아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연구기관에 대한 평가나 개편 방안의 혼란에 과학기술자들의 신분의 안정이 흔들린 것이 지금의 이공계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이야기되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도 출연연구소들의 인원이 동결되느니, 세출예산을 10%를 감원하느니, 대학과 출연연구소가 통합하느니 하는 논란이 있다. 묵묵히 연구개발을 담당하였던 과학기술자들이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 지에 관해서 정부가 귀를 기울였다거나 그 흔한 방송국이나 인터넷 포털 여론조사를 수행하였다는 것을 통 듣지 못하고 있다.

둘째 정부가 공공연구에서 민간분야의 `계약'과 같은 형태의 책임개발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효과도 크겠지만 부작용도 걱정해야 한다. 책임개발제는 개발 주체가 처음 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우는 형태로 관리를 강화한다.
 
 그러나 목표의 명확성, 평가의 공정성 등 책임개발제의 전제조건이 모두 갖추어진다고 해도, 의도하지 않았던 발견이 일어나거나 다른 용도에서 더 가치를 발휘하기도 하는 파괴적 혁신이 가능한 과학기술 혁신의 속성도 감안하여야 한다. 역설적으로 "예측가능하고 계약한 기간내 100% 달성가능한 과학기술 혁신이 정말로 대단한 혁신일까?"라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셋째 글로벌 수준의 달성을 위해 해외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나라의 원로 인력들을 막대한 돈으로 수입해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는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이공계 교육부문의 가장 큰 핵심과제인 대학 경쟁력 강화사업을 해외 유명연구자를 초빙해와야만 하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육성(WCU)사업'으로 할 계획이다.

해외 유명 학자 1인당 5억~8억원을 인건비 및 연구비로 지원하여 5년간 8000억원 정도를 들인다는 이 사업의 1차년도인 올해 WCU 사업에 선정되려는 국내 유명대학들이 노벨상 수상자, 선진국 공학한림원 교수들을 초빙하려고 몇 달 안되는 준비기간동안 바삐 움직이고 있다.
 
 선진국 현지에서는 은퇴할 나이의 교수들이 우리나라 대학에서 막대한 돈을 받으며 노년을 보내는 것이 과연 우리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혁신은 어려운 과제이다. 과학기술의 혁신은 더 복잡한 과업이고 시스템이다. 정부의 부지런한 공무원들은 항상 복잡한 일을 잘 정리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혁신의 본질을 감안하면, 자신이 만들고 있는 과학기술 혁신 정책에 대해,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지?"에 대한 회의도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