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보`, 그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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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특보` 댓글 0건 조회 2,315회 작성일 08-12-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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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교시간이 다 되어가자 성훈이는 내게 와서 묻는다.

"선생님 저 오늘 남아서 공부하고 가면 안돼요?"
"이제 성훈이는 남지 않아도 돼. 그리고 오늘은 성훈이가 학원가는 날이잖아. 이런, 늦겠어!"
"그럼 학원 안가도 되는 날엔 남아도 되죠?"
"그러렴, 이제 곧 시험도 보니 그렇게 해"

성훈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예전에는 '나머지 공부'라 불렸던 보충학습의 일종이다. 지금은 나머지 공부라는 속칭 대신 ‘특별보충과정’이라는 정식명칭으로 학년 단위로 방과 후에 특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별보충과정은

(1) 시험 후 특정 주지 교과(특히 수학교과)의 성취도가 기준점(단위 학교마다 다름 주로 평균 50~60점 사이) 이하인 학생을 선별
(2) 해당 학생 학부모에게 특별 보충 수업 동의 여부를 묻는 통신문 배부
(3) 동의서를 받은 학생에 한하여 매 주 방과 후 2회 이상 해당 교과 지도
(4) 다음 평가 시 기준점 이상 성취를 목표로 보충지도
(5) 기준점 이상 성취시 특별보충과정 수업을 받지 않아도 되며 그렇지 않을 시 자동 연장

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즉 현행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는 특정 교과에 대한 수업목표달성도가 부족하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경우 특별보충수업(이하 특보)을 통해 부진아가 되지 않게 구제하게 되어 있다. 이는 매해 첫 번째 시험 후 교과별 기준점 이하 점수를 받은 학생 중 부모의 동의를 얻은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이 때 해당 학생 부모의 동의를 얻기 위해 동의서를 보내는 데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답 글은 아래와 같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집에서 잘 가르치겠습니다. '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학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학원시간과 겹쳐 참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특보 수업은 필수적이건만 학부모의 위와 같은 답들 때문에 제대로 보충 수업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이런 반응을 보인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아이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하는 나머지 공부=특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특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특별보충과정에 대해 안내하려고 한다.

1. 아이의 성적은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특보 관련 통신문을 받게 된 학부모의 경우 담임교사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시곤 한다. 아이의 보충 지도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선생님에게 맡기는 것을 죄송하다고 생각했는지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지도하겠다거나 돈을 들여 사교육을 통해 성적을 올리겠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아이 성적에 대한 책임은 부모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담임교사에게 책임이 있다. 아이에게 맞는 수준별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혀 교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굳이 학습 환경이 따라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 지도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러니 아이가 특보 동의서와 관련 통신문을 가져온다면 기꺼이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써 보내라. 아이는 맞춤형 수업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2. 특별보충 창피한 것이 아니다.

특별보충 수업을 받는 것은 절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신기하게도 특보를 받는 아이들은 도리어 수업 받는 자체를 즐거워하고 좋아하는데 그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특보 수업을 받는 것을 창피해 한다. 가끔은 특보 대상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함께 수업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에게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는 것과 선생님과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지만 학부모에게는 내 아이가 지금 성적이 안 좋고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숨기고 싶은 시간인 것이다. 공부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부모마음은 내 아이가 이해력도 좋고 공부도 잘하며 남보다 앞서가길 원한다. 그러나 그 보다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를 알아도 정확히 제대로 알고 가는 것이다. 절대 잊지 말자.

3. 학교 공부 이해 못하면 학원에 다녀도 달라지지 않는다.

학교 시험에서 성취도가 낮은 아이는 대부분 기초 학습 능력과 교과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력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대형 학원이나 일반 속셈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선행학습이나 심화 학습이 아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잡아주는 복습 위주의 수준별 학습이다. 교과서 위주로 기본문제부터 해결하고 쉬운 문제를 통해 기본적인 원리와 방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수준을 정확히 알고 있는 담임교사나 아이의 학업 성취도 능력과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담당 교사가 지도를 맡아야 한다. 물론 개인 지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외가 좋을 수도 있지만 초등과외의 경우 대부분 대학생들이 하는데 이들은 아이의 특성과 교육 방법론적인 면에서 노하우가 부족하여 아이의 학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부모들은 돈도 안 들고 학습 능률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엉뚱한 해결책만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

4. 특보는 현직교사를 과외교사로 채용한 것이다.

특보를 신청하더라도 학원과 특기적성 수업을 핑계로 자주 빠지는 아이들이 많고 부모도 특보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특보시간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1-3명 정도이다. 결국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특보의 경우 교사의 개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과외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인수 학급의 병폐로 인해 소외 받았던 아이들에게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게다가 특보 업무의 부담 때문에 대부분 젊은 교사들이 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특보는 현직 교사를 과외 교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액의 수업료를 지불해야하는 과외나 소수그룹 학원보다 비용적인 면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아이에게나 학부모에게도 큰 이익이 된다. 사실 특보를 담당한 교사에게는 특보대상아를 줄여야할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이에 해당 교사는 적어도 이 학생을 최대한 빨리 평균점수로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교사의 노력으로 수업의 질이 높아 질 수밖에 없다. 특보 교사만큼 훌륭한 과외교사는 없다.

5. 특보! 부족한 부분만 골라 배우는 재미가 있다.

특보에서 중점적으로 지도하는 교과는 국어와 수학과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학과에 집중되어 있다. 수학과의 특성상 각 단원과 관련된 공식이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학습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특보는 각 단원별로 아이들이 부족한 부분과 오류를 범하는 부분을 미리 시험 결과를 통해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골라 배울 수 있다. 아이는 누구나 자신에게 꼭 필요한 학습 요소를 중심으로 학습할 수 있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이 나눗셈이라면 특보 담당 교사는 아이에게 꼭 필요한 나눗셈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가르칠 것이다. 옆 친구와 학습 진도가 다르고 학업 능력의 차이가 있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5명이하의 아이들은 충분히 개인 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수업 시간에는 소극적이던 아이 중에 특보 시간 만큼은 적극성을 보일 때가 있다. 지도교사에게 다음 시간에 더 배우고 싶은 내용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충 지도까지 주문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이가 이제야 제대로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다. 더 열심히 가르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교사와 학생이 같이 호흡하는 수업을 통해 아이는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고 어느새 정규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골라 배우는 재미만큼 수업에 대한 흥미를 되찾는 원동력은 없을 것이다.

6. 시험에 나오는 문제의 유형을 미리 만날 수 있다.

대부분 학교에서 실시되는 교과 시험은 담당 교사가 문제를 낸 후 학년 교사들이 함께 모여 검토하고 수정하는 형식으로 출제가 이루어진다. 이 때 특보담당교사는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수업을 재구성하여 수업 시 시험문제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만들어 반복 지도한다. 아이는 적중률 높은 핵심 내용 중심으로 개별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아이의 수학 능력 향상 면에서 비효과적이며 시험 중심의 파행적인 교육이라 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시험을 잘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시험을 잘 보는 연습을 통해 '나도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지금껏 받아보지 못했던 점수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학습 부진아의 경우 '나는 못한다.'와 '나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라는 학습된 무기력 때문에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만 없애도 아이는 학습 의욕을 충분히 되찾을 수 있다. 최고의 특효약은 '높은 시험 성적'이다. 특보만큼 특효약을 찾아가는 지름길은 없다. 아이는 특보를 통해 높은 학업 성취 기회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해당 교과에 대한 재미와 자신감을 얻게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선생님과의 수업 과정을 통해 ‘공부하는 방법’을 깨우칠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보 운영의 면면은 학교사정마다 다르다.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래 요소를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특보담당교사가 정해져있는가?
: 담당 교사가 정해지지 않고 매주 바뀐다면 효율적이지 못하므로 참여시키지 않는 것이 낫다.

(2) 특보 담당교사가 내 아이의 담임교사인가?
: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최고의 조건이므로 무조건 참여시켜라.

(3) 특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져 있는가?
: 형식적으로 어쩔 수 없이 운영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특보에 대한 구체적인 수업 계획이 세워져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첫 번째 수업 참여 시에 출석부, 한 학기치 자료가 철해있는 파일 등을 접했다면 계획이 세워졌다고 봐도 된다.


열정이 있는 담임교사들은 특보담당교사가 아님에도 수업 이해도가 부족하거나 단원평가를 통해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반 아이들을 보충 지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교사의 보충 지도의 효과는 시험을 통해 항상 입증된다. 교사의 보충 지도는 현재 다인수 학급으로 인해 소외받았던 아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단절된 일제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던 아이들에게는 교사와 학생사이에 따뜻한 사제애를 느낄 수 있는 열린 장이 되기도 한다. 우리 반 아이들 중 몇몇은 보충 수업의 달콤함을 잊지 못해 성훈이처럼 늘 남겠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그렇게 무서웠던 담임선생님이 1:1 특보수업을 할 때에는 천사처럼 변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아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못하는 것을 숨기려고만 하는 부모가 부끄러운 것이다. 어느 날 내 아이가 조심스레 특보 통신문을 내민다면. 아이를 나무라지 말고 창피하게 여기지도 말자. 아이에게는 멋진 도전의 기회가 준비되어 있다. 내 아이를 응원하여 특별보충지도 과정에 동참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