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짧고 결혼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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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애는 짧고 댓글 0건 조회 882회 작성일 08-05-3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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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일대 결심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노컷뉴스 문화칼럼 이웅진] ◈ 결혼하면 다 좋아질 거다?

달콤한 연애시절을 과감히 끝낼 수 있는 것은 결혼에 대한 기대이다. "둘이 항상 같이 있고, 싸울 일도 없고, 결혼만 하면 다 좋아질 거다."

하지만 부부가 된 후에도 두 사람은 날마다 싸우고, 힘든 일도 많이 겪는다. "이럴 바에야 왜 결혼을 해? 차라리 연애시절이 훨씬 좋았어."

결혼과 연애,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연애를 택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연애시절에는 할 일이 정해져 있다. 일주일에 한두번 데이트하고, 기념일에 선물 사주고, 가끔 "예쁘다", "너 없이 못산다" 입에 발린 칭찬과 고백도 하고, 남들이 하는 만큼 사랑하는 것이다.

◈ 이럴 바에야 결혼을 왜 해?

결혼을 하고 나면 '해야만 하는' 임무들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같은 집에 사니 데려다 줄 일 없고, 한 이불 속에서 자니 예쁘다, 칭찬할 일도 없어졌다. 그러면 상대방의 공격이 시작된다. "사랑이 식은 거야."

일상적인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연애시절의 열정도 줄어들고, 표현도 적어지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식은 걸까? 아니다. 결혼을 하면 사랑의 색깔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밤마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여자와 밤마다 함께 자는 여자가 똑같을 수는 없다. 아침마다 눈곱을 떼는 여자에게서 연애시절의 열정을 느낄 수는 없다.

애인과 아내는 별개의 존재이다. 애인을 사랑했던 것만큼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도 똑같지만, 그 사랑을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 표현하기에는 환경이 너무 달라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은 실망적이다. 결혼 자체는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부부들이 결혼 후에 "왜 결혼을 했나?" 후회를 한다.

이런 결혼후유증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부부에게나 찾아온다. 그렇다고 결혼을 도로 물릴 수는 없다. 일생 일대의 결심을 한 만큼 그 결심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정도 각오도 없이 핑크빛 꿈만으로 결혼을 했다면 그건 너무 순진하고 안일한 것이다.

◈ 연애와 결혼은 완전히 다른 세계

연애하듯 결혼생활을 할 수는 없을까? 연애와 결혼은 완전히 다르다. 연애가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 충실하면 되는 2차원의 세계라면 결혼은 두 사람의 관계가 가지치기를 해서 복잡하게 얽히는 3차원의 세계다. 오죽하면 연애를 10년씩 하던 커플이 결혼 후 1년도 안되서 헤어지는 일도 다 있을까?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결혼 후 열정은 좀 식었어도 신뢰와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졌다. 연애할 때는 생일을 잊어버리고, 선물을 안챙기다 보면 사랑을 의심받고 헤어지기도 하지만, 결혼 후는 그런다고 해서 두 사람 관계가 깨지는 일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사랑의 완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혼할 때까지 이룬 것은 평생 이뤄야 할 사랑의 10%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0%는 결혼 후 살아가면서 이뤄야 할 부부의 과제이다.

이 90%의 과제는 앞의 10%보다 훨씬 고되고, 힘들고 외로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 곁에는 90%의 숙제를 절반으로 줄여줄 인생의 파트너가 있다. 많은 커플들이 결혼을 후회하면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