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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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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좋은글 댓글 5건 조회 6,740회 작성일 21-07-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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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패기만이 능사가 아니다

인생을 꽤 오래 산 어르신이 물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꼰대’가 대체 뭔 말인가?” “권위적으로 사고하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입니다.”라고 했더니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고사를 들려주셨다.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명재상 관중이 고죽국(孤竹國)을 정벌하고는 승전고를 울리며 돌아오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출정 당시는 봄이었으나 전쟁이 끝난 것은 이듬해 여름철이라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한참을 헤매다가 조난을 당했던 것이다. 그때 관중이 군마(軍馬) 중에서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랐더니 마침내 길을 찾았다는, 이른바 ‘노마식도(老馬識道)’의 유래다.

돌이켜보니 나도 꼰대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을 불편해하면서 문득 ‘인턴’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깊은 연륜에서 지혜를 구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자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 역시 현대판 ‘노마식도’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젊고 똑똑한 30대 CEO 줄스와 70대 은퇴자 벤의 케미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쇄업 부사장까지 지내다 은퇴한 70세 남성 벤은 30세 여성  줄스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회사에 시니어 인턴에 합격해 그녀의 비서로 배정된다.

줄스는 자신의 부모뻘인 벤을 불편해하며 그를 무시하고 귀찮아한다. 줄스는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명민한 생각과 대상을 뚫어보는 능력이 부족하고 신중하지 못하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일에 대한 중압감으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도 어려워진 줄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는 줄스에게 벤은 노련한 경륜으로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주면서 둘 사이에는 점점 신뢰가 쌓여간다. 풍부한 인생 경험과 삶에서 체득한 지식을 통해 얻어진 통찰력은 줄스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보완재가 되는 것이다. 패기와 경륜의 조화가 젊은 CEO를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든다.

복잡다기한 삶의 정황들을 몸으로 부딪쳐가며 체득한 경험들이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떠나려는 세대를 ‘한물간 존재’라는 식으로 외면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오히려 그들에게서 배우고 도움을 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꼰대’라는 단어의 쓰임이 넘쳐나는 오늘날, 오래된 것은 내치고 새것만을 추앙하는 풍조가 두드러진다. 요즘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청년 세대의 돌풍을 보면서 세대(世代)를 거른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낡은 질서에 변화를 갈망하는 2030 청춘의 역동성과 신선한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기성세대의 고루한 통념에 맞서 신‧구 대결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 영악스럽다. 기성세대가 드리운 긴 그늘을 헤치고 나와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치 사회 환경 속에서 미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젊은 혈기만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려 깊은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진짜 무서운 건, 사회적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인 것이다. 아무리 젊어도 기성세대가 쌓아 올린 소중한 경험과 경륜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가 없다면 나이가 젊어도 꼰대이고, 젊은 층의 순발력과 창의성을 신뢰하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면서 소신껏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다면 나이가 많아도 꼰대가 아닌 것이다.

노마식도의 고사에서 보듯 시니어들에겐 혼란과 시행착오를 막아줄 식견과 경륜이라는 노련한 자산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댓글목록

감사님의 댓글

감사 작성일

여러모로 되새겨 볼 만한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갑자기뿌듯님의 댓글

갑자기뿌듯 작성일

실명을 밝혀주소서
존경합니다.

감사2님의 댓글

감사2 작성일

멋진글 고맙습니다.

역시님의 댓글

역시 작성일

참으로 듣고 또 새겨들어야 하는 명언입니다.

나이든 노인을 폄하하고 꼰대라고 물리칠게 아니라 그분들의 식견과 경험은 현재를 살아가는 중요한 자산일텐데...

물론 세상 이치가 다 그런건 아니지만 대체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부모가 없으면 본인이 이 세상에 없듯이, 윗사람을 존경하고 아래사람에게 하염없이 너그러운 태도가 다들 필요합니다.

하지만 작금의 신구갈등은 그러지 못한게 심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누구를 탓하기전에 위 노마식도님처럼 행동한다면 모든게 술술 평화로울 것입니다.

인용님의 댓글

인용 작성일

오늘자 도민일보에 게재된 기사네요
출처를 밝혀 주셨으면 더 좋았을 듯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67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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