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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자가 된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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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패배자 댓글 0건 조회 609회 작성일 07-11-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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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에서 존경 받던 사람이 평상시에도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
 
위기에 강한 사람이 위기 상황이 지나간 뒤에도 똑같이 훌륭한 인물로 존중을 받으려면 무엇을 갖추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에 참가했던 베트남 소설가 레밍 쿠에는 ‘베트남 문학과 여성의 운명’이란 발제문에서 중요한 이야기 하나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베트남은, 남자들이 끈기 있고 단호하게 싸운, 지구상에 얼마 되지 않는 나라 중의 하나라고 전제하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후 변해버린 베트남 남자-

“전쟁 기간 동안, 베트남 남자들은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었고, 베트남 여성들은 그렇게 감화되어 살았다. 그들의 눈에 그런 남자의 이미지는 아름다웠다.
 
미국인들과 전쟁을 하는 시기에 문학 작품은 종종 전쟁터에 나간 영웅을 향한 고상한 꿈들을 키워가는 여성을 그렸다.
 
그 여성은 결연히 그를 기다리고, 설령 그가 목발을 짚거나 눈이 멀어서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에게 그녀의 운명을 맡겼다.
 
 (…) 전쟁 동안 베트남 남자들 역시 순수한 열정으로 묶여 있었고, 이러한 태도는 남자들이 여성을 바라보고 존중하는 방식에 그리고 여성들에게서 존중을 받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그랬던 남자들이 전쟁에서 돌아와 총과 분리되었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남자들의 내면화된 행동 기질은 둔해지고, 비생산적이 되었다. 그들은 재건을 필요로 하는 생활에 대처하지 못했다.
 
그들은 아름다움과 인내의 이념 또는 가치를 잃었다. (…) 무능한 남자들의 자기만족은 여자들이 남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잃게 했고, 이어서 여성들이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하게 되었다.”

소설가 레밍 쿠에는 안전한 후방에서 영웅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여성이 아니다.
 
 15살 때부터 유소년 지원군으로 참전한 사람이며 군복무 기간을 마치고도 다시 정글로 돌아가 종전되는 해까지 작전에 참여했던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전쟁 이후에 남성들이 보여준 태도를 보고 실망하며 던지는 비판의 말은 남성들이 뼛속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전쟁에서 보여주었던 그 치열한 삶의 태도가 평화 시에도 역시 뜨거운 열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채 무능하고 비생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그들의 주된 관심사가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많이 가져갈 수 있을까,
 
 어떻게 능력 있는 척하며 그들이 세워놓은 것들에 겉만 번지르르한 외피를 입힐 것인가’에만 있었다는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남성들의 그런 태도와 무능과 자기 만족은 나라의 타락으로 이어졌고 존경심을 잃게 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물질적 결핍보다 정신적인 고갈이 더했고, 그리하여 관리하고 다시 세우는 일에 무능한 과거의 영웅은 현재의 패배자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남성들의 이런 태도는 전쟁 시기의 문학 속에 나타나던 영웅적 여성 인물의 전형이 현재에 이르러 “저도 지루하고 남도 지루하게 만드는 코스모폴리탄 얼굴”의 여성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레밍 쿠에는 말한다.

-답답한 요즘의 한국 민주세력-

이런 비판이 베트남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것이다. 지난 시절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삶을 살아오며 존경과 기대를 받았던 사람 또는 그런 집단 모두에 해당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그들을 응원하며 함께했던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주었다면 더욱 그렇다.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었다.
 
 ‘그들이 세워놓은 것들에 겉만 번지르르한 외피를 입혀놓고 어떻게 능력 있는 척할까’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국민들에게 외면 받아 마땅하다.
 
지금 우리나라 민주화운동 세력의 처지를 ‘저도 답답하고 남도 답답하게 만드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이들은 누구일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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