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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영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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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빼앗긴 영혼 댓글 0건 조회 575회 작성일 08-03-1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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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가 있다. 이 나라 국민들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언어와 뿌리 깊은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국어에 대해서는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어린 나이에 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면 국민의 정체성이 훼손된다고 염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어의 맞춤법을 개정하려면 다른 나라 회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국가 내에 거의 모든 정보를 생산·유통할 때는 외국 제품에 의존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그래도 자주독립국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컴퓨터는 없어서는 안 될 기계가 돼 버렸다. e-메일을 체크하지 않고는 하루를 살 수 없는 사람이 대다수다. 앞으로 모바일 인터넷이 보편화되면 한시도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30년 후에는 시계나 반지, 귀걸이·안경·옷과 통합돼 인체 부착형 컴퓨터가 나올 것이다. 완전히 우리 신체의 일부가 돼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컴퓨터를 켜자 첫 화면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온 메시지가 떴다. 윈도를 지금 업데이트하겠느냐는 질문이다. 친절키도 하지. 새로 수정된 부분을 무료로 깔아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OK 표시를 누르고 흐뭇한 표정으로 기다린다. 며칠 전에는 프린터 회사에서도 이처럼 업데이트해 주었다.

마케팅에는 하나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어느 시장이나 1등이 있으면 2등이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1등이 잘 만들고 서비스가 좋다 하더라도 고객 입장에서는 100점을 줄 수 없기 때문에 2등 제품이 살아갈 틈새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을 보면 이러한 마케팅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MS사의 윈도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눅스’나 ‘맥 OS’가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MS가 부르는 게 시장가격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 고객은 불평은커녕 조금 전의 나처럼 무료 업데이트에 감사한다.

그런데 만일 어느 날 갑자기 빌 게이츠가 마음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고 싶은 것이다. 국가를 통제하려면 정보의 장악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나라 사람의 90% 이상이 윈도와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는 고객이다. 그 고객들은 오래전부터 무료 업데이트에 익숙해져 있다. 그 국민들의 컴퓨터에 들어가 정보를 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컴퓨터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있다. 하드웨어는 신체에 해당하고 소프트웨어는 정신이나 영혼에 해당한다.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국산이지만 소프트웨어는 거의 전부 외국 제품이다. 대표적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는 물론이고 한글을 작성하는 워드프로세서까지 외국 제품이다. 몸체는 국산이지만 영혼은 외제다.

컴퓨터가 우리 몸의 일부가 돼 버린 시대에 소프트웨어는 곧 나의 영혼이나 다름없다. 나의 영혼은 이미 일정 부분 외국 제품이 돼 가고 있다. 한글을 쓰다가 철자법이 궁금하면 MS ‘워드’에 물어본다. 심지어 한글 맞춤법도 우리 독자적으로는 개정할 수 없다. 아무리 우리가 개정해도 MS가 ‘워드’를 수정해 맞춤법을 고쳐주지 않으면 국민들은 사용할 수 없다. 나의 모든 비밀을 보여주고서도 담담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혼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 무기화’보다 더 무섭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년』에서 개인이 국가권력에 의해 통제받는 사회를 경고했다. 이제 21세기에는 특정 회사에 의해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마저 통제받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어느새 MS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졌다. ‘MS 제국’의 출현이 우려된다. 자주독립이란 무엇인가. 자주적으로 언어를 사용하고 소통하고 정보를 관리하고 비밀을 지킬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영혼을 지켜야 하겠다. 독립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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