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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책의 추억, 官治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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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양책 댓글 0건 조회 630회 작성일 08-01-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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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10년 전 드라마를 다시 보는 듯했다.

주초 코스피지수 1600선이 위협받자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9조원 등 연기금 증시 조기투입' 대책은 시계를 되돌려 놓은 듯한 착각에 잠시 빠지게 만들었다.

아직도 정부가 주가를 띄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순간 공중부양이 가능하다는 한 정치인이 떠올랐다.

파문이 확산되자 정부는 '연기금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한발짝 물러섰고 연기금쪽도 완곡어법으로 정부 요청에 응할 뜻이 없음을 피력했다.

증시도 이틀간 상승하며 진정되는 기미여서 간만에 볼 뻔 했던 과천발 '부양 쇼'는 없었던 일이 될 것 같다.

사실 우리 증시에서 부양책의 추억은 아름답지 못했다.

가깝게는 90년대 중반까지 증시안정기금이 있었다. 주가가 떨어질 때면 증안기금은 주식을 사주면서 떠받치는 역할을 했지만 사실 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이었다.

보다 극단적인 건 89년의 12.12대책이었다.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해가며 투신사를 통해 주가를 붙잡아 두려고 발버둥쳤다가 끝내 증시도 망가지고 투신사도 쇠락의 길을 걷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모두 관치(官治)가 남긴 상처였다.

그뒤 외환위기를 지나고 외국인투자한도가 확대되면서 부양책은 증시에서 명함을 내밀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간만에 전가의 보도까지 꺼내 든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마당에 주가가 폭락하는 게 부담스러웠을테고 립서비스를 통해서라도 불안해진 심리를 진정시키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연기금이 시장 안정을 위해 덥석 주식을 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만난 한 증권전문가는 "연기금이 무슨 산타클로스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발 양보해서 연기금이 실제로 조기투자에 나선다고 치자. 약발이 먹힐까. 과거의 경험도 경험이지만 코스피만 시가총액 1000조원을 넘나드는데 몇 조원으로 얼마나 시장을 떠받칠 수 있을까.

잠시 고통을 잊게 할 순 있겠지만 결국 시장의 면역력만 떨어뜨린다.

연기금을 내세운 것은 여전히 이들을 정부의 쌈짓돈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낸다.

연기금은 가입자의 안정된 연급 수급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뜩이나 연기금의 효율적 운용과 관련한 국민들의 불안 내지는 불만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세계 어느 증시도 그 쇼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정부도 주식을 사면서 주가폭락을 막겠다고 나서지는 않았다.

펀드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간접투자문화가 빠르게 정착되면서 투자자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주가를 떠받치는 게 정부의 몫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이젠 부양책을 내놓으라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번 폭락에도 '환매를 해야 하는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 한편에서 '저가 매수의 타이밍이 아니냐'는 기회로 여기는 시각도 만만찮다. 실제 펀드수탁고도 줄지 않았다.

정부는 펀드런(대량환매) 사태시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징후는 없다.
오히려 그 언급 때문에 '혹시나' 하는 괜한 불안감만 커졌다.

정부는 시장 안정에 도움을 주고자 연기금의 조기투자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책이 극단적일 수록 시장은 진짜로 불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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