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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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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간이란? 댓글 0건 조회 690회 작성일 08-05-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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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전 이맘때 강아지 두 마리를 들였다. 갓 2개월이 넘은 한 뼘짜리 고물고물한 것들은 툭하면 병치레를 했고, 한 마리는 선천성 심장기형이었다.
 
가벼운 기침도 딸꾹질도 잘 견디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꼭 내가 뭘 잘못해서 녀석들이 그러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데려온 지 6개월이 넘자 녀석들은 특유의 생명력을 발휘해 무럭무럭 자라났다. 이제는 볕 좋은 날에 함께 산책을 나가면, 내 손을 튕기고 나갈 듯 펄떡펄떡 뛰는 녀석들의 에너지가 감아쥔 어깨 줄에서 느껴진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녀석들의 몸에 묻은 오물을 씻기기 위해 전신 목욕을 시켜줘야 한다.
 
 개를 키우면서 읽게 된 몇몇 서양 애견인들의 책에서는, 숲 속을 거의 뒹굴듯이 산책시킨 강아지들도 흙투성이가 된 발만 탈탈 털어주면 되었다. 그런데 우리의 강아지들은 왜 ‘발 탈탈’ 목욕으로 끝내면 안 되는 걸까?

“천연 숲을 산책했다면 발만 털어줘도 돼요. 그런데 우리 개들이 산책하는 길은 대부분 화학물질이 덕지덕지한 아스팔트이고 자동차 매연까지 깔렸잖아요. 온몸을 씻겨야 해요.” 단골 애견숍 주인의 대답이었다.

녀석들이 펄떡펄떡 뛰기 시작했을 때, 손바닥만한 마당도 없는 집에서 가둬서 키우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던 내게 또 다른 죄책감을 불러일으킨 말이었다.

나도 처음 개를 들일 땐 녀석들의 귀여운 몸짓만 탐하려던 자였다. 하지만 녀석들을 키우게 되면서 생명과 환경 문제를 절실하게 고민하게 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읽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받은 충격의 강도와 본질적으로 달랐다.
 
환경서의 바이블이라는 권위보다는, 내가 키우는 식구의 문제가 피부로 다가오게 마련이니까. 그러니 개가 아닌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요즘 마음은 어떠할까.

광우병은 인간이 썩은 양의 내장을 초식동물인 소에게 갈아 먹이면서 병으로 확산되었다.
 
알다시피 “소야, 너 풀만 먹지 말고 고기도 좀 먹어보렴, 고기도 맛있어” 하는 ‘우(牛)도주의적’ 발상에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한 방울의 젖이라도 더 짜내는 소가 훌륭하다는 경제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제주의적인 태도가 이제는 인간의 가장 유용한 자질이자 가치로 대접받고 있다.

하나의 태도가 그 사회 주류의 가치로 자리 잡게 되면 그것의 표현법은 언뜻 보기엔 점점 더 세련되어진다. ‘싸고 질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권리’도 마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우리는 국가가 검증한 수돗물을 먹을 수도 있고 못 믿어서 생수를 사먹을 수도 있다. 선택하면 된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마음만 먹는다면 ‘오늘 하루는 내가 나에게 건강을 선물하는 날이야’라며 메뉴 전체에서 유기농을 표방하는 청담동의 고급 카페에서 유기농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나머지 날들엔 야근 중에 잠깐 빠져 나와 동료들과 함께 밥벌이의 애환을 나누며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실 수도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세한 입자만으로도 유발될 수 있다는 광우병의 위험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소고기에 대해서도 선택의 폭이 있는 걸까?
 
차라리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불행히도, 미국산 소고기가 유통되기 시작하면 그것은 우리에겐 선택의 문제로 남을 것이다.
 
어찌됐든 협상 결과를 계획대로 밀고 나가려는 당국보다 스스로 끊임없이 교묘한 변명을 마련해 내는 인간이라는 종으로 태어난 것이 더 두렵다.

그래서 프랑스의 소설가 미셸 우옐벡은 ‘소립자’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나 보다.
 
“전체적으로 보아 야생의 자연은 너무나 추악해서 그저 혐오감을 줄 뿐이다.
 
야생의 자연은 파괴와 학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래서 인간은 어쩌면 그 학살을 완수하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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