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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맑은 거울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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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거울인양 댓글 0건 조회 631회 작성일 08-05-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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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맑은 거울인양
텅 빈 하늘처럼 넓어져

쓸쓸해지는 가슴을 지닌 사람을 만나면
살아간다는 것은

채워 가는 것이 아니라
비워 가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고

말랑거리며 제 살갗 태우는
안마당 수북이 널려진 고추이거나

수줍은 새댁처럼 저절로 붉어지는
그런 얼굴로 다가가서는

부드러운 미소로 낯가림 없이
불쑥 내미는 손이라도 되고 싶고

이 가을에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외롭다 하지만

이쯤에서 그쳤으면 좋을
지독히도 외로운 사람들은

어깨 툭 치며 말을 건넬
그런 가벼운 인연이라도 되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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