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말이 아닌 사소한 원칙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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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녀와의 약속 댓글 34건 조회 56,142회 작성일 18-03-14 08:40본문
그동안 눈팅만 하고 있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어젯밤 9시가 넘은 시각 여느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으니
신학기가 시작된 저희 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잔뜩 들뜬 목소리로 "아빠, 시간표 같이 작성해야 되니까 빨리 와" 하더군요.
저는 "일이 많아서 늦을 거 같은데 내일 같이 만들자" 라고 성의없이 답했습니다.
아이는 실망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제가 신경쓸까봐서인지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알겠다더군요.
그리고 10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보니 아이가 자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게 덥석 안기고는 겨우 졸리는 걸 참았는지 이내 방으로 들어가 자버리더군요.
그리고는 물을 먹으러 냉장고 쪽으로 가니 아이가 혼자 만든 시간표가 보였습니다.
순간 물을 마시러 온 것도 잊은 채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밤9시부터 10시까지 : 아빠와 재미있게 노는 시간(아빠 피곤하니깐 1시간만이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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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과 가정의 양립", "워라벨" 그런 거창한 말 잘 모르고 잘 와닿지도 않습니다.
다만 어떤 슬로건이나 미사여구보다 중요한 것이 "정시출퇴근", "주말휴무" 등
사소한 원칙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비상시가 아닌데도 권한대행께서 주말에 출근하여 민생을 챙기시고
여성공무원과의 "일과 가정의 양립 간담회"에서 열심히 소통하려 하는 모습들
잘모르는 일반인들이 보면 정말 보기 좋고 본인 스스로 뿌듯해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정작 평일에는 불필요한 대기성업무나 보고 때문에 아이와 한시간도 못놀고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주말에는 강제출근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 학교선생님과 지역사회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을 것입니다.
노조에서는 무엇보다 이런 병폐와 악습에 대해 근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간부공무원 스스로도 거창한 말보단 사소한 원칙부터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 "워라벨"은 바로 이런 의지와 노력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댓글목록
머투님의 댓글
머투 작성일맞는말님의 댓글
맞는말 작성일미투(2)님의 댓글
미투(2) 작성일여백님의 댓글
여백 작성일저출산대책님의 댓글
저출산대책 작성일딸바보님의 댓글
딸바보 작성일
너무 놀랐습니다.^^ 저와 똑같은 일이~~
어제 밤 22:15분경 딸아이가 아빠 왜 안 오냐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전화를 하길래 바로 사무실 문닫고 집으로 가서 12시까지 함께 놀아줬습니다.
저는 평소 일-가정 양립의 신념을 지키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일에 80% 정도의 무게가 실려있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불필요한 업무를 만들어내고, 불필요한 절차를 강화하고
조직계에다가 인원이 부족하다고 증원을 요청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만,
퇴근하는 나 자신에게 반문해 봅니다.
"오늘 도민을 위해 일하였는가?"
씁슬한 생각이 들지만,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위치에 갈 때까지는 기다리는 수밖에~
절대공감님의 댓글
절대공감 작성일일주일님의 댓글
일주일 작성일사랑으로님의 댓글
사랑으로 작성일
이런 숙제는 시간을 주고 내는 것이 좋지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다음주 까지라든지
아빠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출장 갔을 수도 있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같이 만들 수 없을 수도 있는데...
앞으로는 아이가 부르면 가능한 가셔요.
안그러면 훗날 후회 합니다.
아이 말을 그냥 흘려 듣지 마셔요
어려도 많이 생각하고 하는 말입니다.
돌아보면 아이가 어릴때 함께해 주지 못하여
미안한 마음이 많습니다.
어느 정도 위치에 있으니 시간은 되는데
아이는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같이 놀러 가자 하면 친구와 놀테니 돈주고 다녀 오라고 하고...
아빠는 내가 같이 놀자고 할때는 바쁘자고 하더만
아빠가 같이 가자고 하면 이제 아이도 바쁘다고 합니다.
아빠가 엄마가 가장 필요로 할때
함께 해 주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토 일요일 쉴 수 있지만
.....................
찡한 가슴 찡한 마음 울컥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비난을 받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모두 만족 할수 없습니다.
매사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시고
긍정의 마음으로 생활하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게 되어 있고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서도
좋지 않은 점도 배웁니다.
나는 저렇게 안해야지......
어떤 경우도 배울게 있습니다.
자목련 백목련이 몽우리를 살며시 내미는
따뜻한 이 봄에
미워하고 비난하기 보다는
사랑의 마음으로 긍정의 마음으로
마음의 밭에 아름다운 꽃씨를 뿌려 봅시다.
힘드시는 동료분들 힘 내시고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챙기시면서 지헤롭게 슬기롭게............
봄꽃님의 댓글의 댓글
봄꽃 작성일소중한것들님의 댓글
소중한것들 작성일기리 힘드나?님의 댓글
기리 힘드나? 작성일이해력딸림님의 댓글의 댓글
이해력딸림 작성일소중님의 댓글
소중 작성일옥상온나님의 댓글
옥상온나 작성일옥상온나님께님의 댓글의 댓글
옥상온나님께 작성일적폐님의 댓글의 댓글
적폐 작성일변화님의 댓글
변화 작성일제발요님의 댓글
제발요 작성일Culture님의 댓글
Culture 작성일
제발요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넘 오랫동안 젖어있는 문화라서...
"일과 가정 양립" 말은 그럴듯 하지만 개개인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공염불입니다.
간부(실국장,과장) 및 일부 계장들은 일찍 퇴근하지만 사무관이하 직원들은
도무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모 직원(연세가 아주 많은)은 새벽(주로 7시이전)에 나와서
눈만 깜빡거리고 하루종일 소일하다가 저녁까지 먹고 9~10시에 퇴근합니다..
이러하니 무신 문화가 바뀌겠습니까?
일전에 초과근무를 가지고 업무진단 애기가 잠시 있었습니다.
저는 과감이 업무에 비해 상시 초과 100%(만땅)를 하시는 분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만 이 문화가 변화의 길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