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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 소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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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문과 소멸론 댓글 0건 조회 825회 작성일 07-09-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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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서 정년퇴임한 김광규 시인, 정혜영 교수 부부는 독문학 전공의 대학생일 때 만났다.
 
 
한 사람은 현역의 우뚝한 시인으로, 한 사람은 한ㆍ독작가회의를 만드는 등 독일어권에 한국 현대문학을 알리는 전도사로 활동해온 이들에게 몇 년 전부터 큰 걱정이 생겼다고 했다.

한국의 대학에서 독문과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문과, 중문과 아니면 학생들이 오지를 않으니 과가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문과의 존폐 여부도 여부지만, 그들의 진짜 걱정은 한국의 인문학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독문과 만이 아니다. 이제는 한국의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얼마 전에 있었다.
 
신설 대학이 국문과를 만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기존에 있던 국문과가 폐지되거나 디지털 스토리텔링 혹은 디지털 문예창작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콘텐츠에 관한 실무를 주된 교과과정으로 하는 ‘아류’ 국문과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기자야 독문과도, 국문과 출신도 아니지만 놀라운 소식이었다.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시장 논리다. 전통적 국문과를 졸업해서는 취업이 안 되니 학생들이 지원하지를 않고,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던 교수들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영상ㆍ뉴미디어 쪽으로 연구와 교육의 방향을 바꾼다.
 
과의 위상이 하락하고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는데 학문의 순혈주의만 고집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국문과 소멸론’에 생각나는 것이 지난해 꼭 이맘때, 전국 80개 대학의 인문대학장들이 모여 ‘인문학 위기 선언’이란 것을 해서 이슈가 됐던 일이다.
 
그걸 두고 인문학 교수들의 밥그릇 싸움이다, 언제 인문학이 위기 아닌 적 있었느냐, 인문학 전공자들부터 제대로 공부하고 자기성찰하라는 등 말도 많았지만 인문학 위기론의 본질은 그런 차가운 비판으로 그냥 비켜갈 문제는 아니다.

근대 이후 일본에서 일본어 폐지론이란 것이 두 차례 제기됐다. 메이지유신 직후에는 영어의 국어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프랑스어의 국어화를 외쳤던 움직임이 그것이다.
 
“지배적인 것에 대한 동경은 때때로 억압된 반발과 나란히 가고, 그것은 증오로 돌변하기도 한다. 일본의 근대만 해도 그렇다…
 
근대의 여명기에 일본이 중국에서 서양으로 지향점을 바꾸었을 때 싹튼 것은 그때까지 스승으로 모셨던 중국에 대한 적대감과 경멸감이 아니었던가.”(쓰지 유미 <번역사 산책>에서).

국문과 소멸론이 일본어 폐지론과 같은 수준의 논의는 물론 아니다. 특히 2차대전 후 일본인들의 일본어에 대한 절망감은 과거 자국 역사에 대한 전면적 부정의 의식과 겹쳐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문과 소멸론, 넓게는 그것을 포함한 인문학 위기 논쟁을 보면 우리사회의 학문 혹은 대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속 빈 강정인가 절감하게 된다.

시장이라는 당장의 지배적인 가치에 그렇게 흔들릴 정도라면 사실 그것들은 인문학이고 대학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인문학은 대학에서 그 교육을 받은 학생의 평생 직업을 보장해주기 위한 훈련과정이 아니며,
 
넓은 의미의 인문교육은 기본적으로 한 사회를 시장유일ㆍ경제제일주의의 밀림화로부터 지켜야 하는 보루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이나 대학에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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