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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명줄은 밟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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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 댓글 0건 조회 716회 작성일 09-06-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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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식사 모임에서 들은 우스개 한 토막.

병원에서 산소 마스크를 쓴 환자가 말은 못한 채 손짓, 몸짓을 하며 숨을 가삐 몰아쉬고 있었다. 가족들은 환자가 유언을 하려나 보다 하고 필기구를 가져다 주었다.
 
 환자는 어렵게 몇자를 종이에 쓰고는 숨을 거두었다. “야! 비켜라. 이놈들아. 산소호흡기 줄을 밟고 있지 않느냐.”

이 우스개를 듣고서 마음 놓고 웃을 수가 없었다. 바로 오늘의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상황이 이보다 더 비극적이라는 데서 사태의 심각성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주말 ‘PD수첩’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은 당해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검찰의 공개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내용은 우리를 아득하게 한다.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른’ 나머지 작가는 ‘출범 100일이 된 정권의 생명줄을 끊어 놓기 위해’ 그랬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잔치 뒤끝의 아쉬움으로 여겨진다. 내가 찍은 한 표가 사표가 되었을 땐 그런 심정의 강도가 더 강해진다.
 
총선이 끝나고 그 작가의 가슴속에 불타 올랐던 그 적개심은 과도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법도 하다고 여겨진다.
 
나 역시 선거를 치르고 나서 가슴앓이를 한 적이 꽤 있다. 그게 다였다. 하루만 지나면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대다수가 그랬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 작가는 그 허탈감과 적개심을 정권의 생명줄을 끊어 놓기 위한 원동력으로 활용했다고 이메일은 전해준다. 아뿔싸. 그랬구나. 그 순간 이명박 정권 출범 후 품었던 모든 의문이 일순에 풀렸다.
 
이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 놓기 위해 그렇게 지독히도 싸웠구나 하는 깨달음을. 쇠고기 촛불 시위의 맹렬성과 조문정국의 비통함이 한 뿌리였음도 알게 되었다.

지난해 5월 6일 나는 이 자리를 빌려 촛불 시위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국민 불신 키우는 이명박정부’라는 제하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이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질책이라고 식자연했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이제는 알겠다. 조문정국에서 눈이 퉁퉁 붓도록 그렇게 서글피 울었던 이유도. 찾는 이도 별로 없는 덕수궁 옆 빈소가 아직도 치워지지 않는 연유를. 이 시간에도 이명박 정권의 목숨줄을 끊어 놓기 위한 집요한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음을.

갑자기 궁금증이 치솟는다. 촛불 시위로 한 정권을 불태울 수 있을까. 조문 정국 때 흘린 눈물이 홍수가 되어 이 정권을 떠내려가게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것은 착각 중의 착각이다. 촛불로 한 정권이 소사하고 눈물로 한 정권이 익사하지는 않는다.

정권과 나라는 별개의 존재 같으면서도 동전의 앞뒷면과 비슷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이 점을 악용해 정권 안보와 국가 안보를 동일시했던 것이다.
 
실제로도 과도한 반정부 투쟁은 반국가 투쟁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의 명줄을 밟고 있는 동안 나라의 명운도 새들새들해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리 건강하지 않다. 경제위기도 최근에는 좀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환자 수준이다. 주변 환경도 그리 썩 좋지가 않다. 산소 마스크까지는 아니어도 코에 고무줄로 산소를 보충해 주어야 하는 형편이 아닌가.

그렇다. 그대들은 정권의 생명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줄을 밟고 서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허우적대면서 유서를 써야 할 날도 머잖을 것이다. 그대들도 이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하늘을 찌르는 적개심이야 그대 가슴속에 파묻힌 보물이니 어쩌랴. 그러나 나라의 생명줄은 밟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5000만 국민 모두의 생명줄인 것이다.
 
더구나 정권의 명줄을 끊을 기회는 5년마다 돌아온다. 2012년 대선 때 힘을 모아 정권의 생명줄을 끊는 것이야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 나라의 명줄을 밟고 있는 그 신발은 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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