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참으로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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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삶 댓글 1건 조회 2,311회 작성일 15-05-06 09:13본문
중국이란 나라는 그 넓은 대륙만큼 그리고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살다 갔고, 또 지금도 살고 있다.
그러니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나왔다가 사라지고, 또 생겨났겠는가!
그 모든 생각들을 추리고 가려내서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하였지만 그것 또한 한참 옛날의 이야기이고,
그 뒤로도 또 얼마나 많은 뛰어난 인물들이 자기 생각을 펼쳤는지 모른다.
사정이 이러니 어느 세월에 그 많은 생각들을 대충대충이라도 훑어보겠는가.
이런 까닭에 이제 '중국적 사유'라는 테두리 안에 담긴 그 많은 생각들을 거슬러 올라가 하나의 줄기를 찾아내어서 그 맛을 보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중국적 사유가 한 줄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또한 그러한 사유가 모두 근원적 질문을 향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모여 큰 물줄기를 이루고, 그 큰 줄기가 다시 갈라져 많은 지류를 만들어내듯이,
중국적 사유 또한 중국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 안에 굵고 가는 여러 줄기를 갖고 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과 관련하여 중국에서 자생한 중국적 사유에 있어서 매우 큰 흐름을 형성한 것이 유가(儒家)와 도가(道家)인데,
이 두 사유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둘이 하나로 합쳐지는 원류(源流)를 만나게 된다.
이 글에서는 그 원류의 맛을 보려하는데, 그것도 가능한 한 순수한 맛을 보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그 원류를 역(易)의 철학(哲學)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주역』이라는 책 안에 담긴 역철학(易哲學)이라는 하나의 원류에서 유가와 도가라는 두 개의 흐름이 파생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적 사유에 있어서 비중이 매우 큰 유가와 도가의 원류라는 점 때문에 역철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역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국적 사유를 이해하는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한서 漢書』 「예문지 藝文志」에는 육경(六經)이 역(易), 서(書), 시(詩), 예(禮), 악(樂), 춘추(春秋)의 순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것은 『주역』이 고래(古來)로 여러 경전들 중에서 으뜸으로 꼽혀왔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역철학이 유가와 도가의 원류가 된 것은 무슨 까닭에서일까?
단순히 역철학이 유가와 도가보다 시간적으로 앞선다고 해서 원류가 되라는 법은 없다.
유가와 도가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만한 힘이 역철학 안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 힘은 사물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물을 그 근원에서 바라보는 안목은 겉모양만 보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사물을 단지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하나가 되는 체험이다.
흔히들 말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니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니 하는 세계를 맛보는 것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영적(靈的) 또는 예술적(藝術的) 체험과도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은 역철학이 담고 있는 '그 힘', 다시 말해서 사물에 관한 근원적 이해라는 역철학의 핵심 부분을 보다 쉽게 이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역철학은 그 중요성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사랑받은 그만큼 몸집이 불어나서, 이제는 방대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비대하다는 표현이 걸맞게 되어버렸다.
군살과 비계 때문에 본래의 모습이 어떤지를 가늠하는 것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제 그 골격(骨格)을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역철학의 이해는 결코 쉽지[易(쉬울 이)] 않다. 중국인들이 종종 역경(易經)을 난경(難經)이라고 부르는 것만 보아도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주역』의 글은 원래 풍부한 함축성을 지닌 비유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을 수가 없고, 말은 전하고자 하는 뜻을 다 싣지 못하니,
성인(聖人)이 상징적인 괘(卦)를 만들어 그 뜻을 전한다"1)고 밝히고 있다. 함축적인 비유를 통해서도 결국 그 뜻을 모두 전할 수가 없어 괘를 만드는 별도의 방법을 동원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성인이 말을 갖고서는 도저히 드러낼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괘 안에 단지 상징적으로만 담아둔 뜻을 알아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 '—'의 두 부호와 그것으로 이루어진 단괘(單卦)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다.
단괘는 64괘가 만들어지기 전인 역철학 초창기에 나온 것으로 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여덟 개의 단괘, 이른바 팔괘(八卦)야말로 역철학의 핵심으로 역철학의 골격을 보여준다.
때문에 '--'과 '—' 두 부호와 팔괘가 갖고 있는 본래의 뜻을 찾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업을 통해서 역철학의 근본 개념(根本槪念)인 태극(太極)·도(道)·양의[兩儀, 일상적으로는 음양(陰陽)으로 표현한다]가 드러내는 세계를 엿보려고 한다.
거대한 중국적 사유의 원형이라고 할 만한 것을 맛보기 위하여 이제 유가와 도가의 원류인 역철학의 골격을 더듬는 여행을 떠나보자.
댓글목록
차를 마시는데님의 댓글
차를 마시는데 작성일
차를 마시는데
소리없이 다가와 찻잔에 담기는
그대는 누구 십니까
낙엽 밟으며 산길을 걷는데
살며시 다가와 팔짱끼고 친구 되어주는
그대는 누구 십니까
비를 보고 있는데
빗속에서 걸어 나와 우산을 씌워 주는
그대는 누구 십니까
바람없는 강둑을 걷는데
물 위에서 미소 짓는 얼굴 하나 그려 놓고
더 그립게 하는
그대는 누구 십니까
커다란 별을 따서
내가슴에 달아주며 늘 생각해 달라는
그대는 누구 십니까
바람 타고 달려와
내 마음에 둥지 짓고 늘 보고싶게 만든
그대는 누구 십니까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보고 있는데도 더 보고싶게 만드는
그대는
그대는 진정 누구 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