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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으로 돌아온 ‘기획 사정’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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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메랑 댓글 0건 조회 2,127회 작성일 15-04-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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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으로 돌아온 ‘기획 사정’의 칼?

정권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망자의 내부자 고발’을 당했다.

목숨과 바꾼 증언은 힘이 세다.

정치권은 성완종 전 의원이 쏟아낸 말을 해석하느라 분주했다.

정치권이 보는 성완종 리스트의 전말을, 고인의 말을 매개로 풀었다

 

말과 맥락이 맞아떨어질 때 말에는 힘이 실린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여의도를 휩쓸다시피 한 지난 한 주, 정치권은 고인이 된 성완종 전 의원(새누리당·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직전까지 쏟아낸 말에 ‘주석’을 다느라 분주했다. 정치권이 보는 성완종 리스트의 전말을, 고인의 말을 매개로 풀어봤다.

저는 MB맨이 아닙니다.”

사망 하루 전날인 4월8일, 성완종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이런 말로 시작한다. 자신이 2007년 대선 후보 경선부터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원조 친박’이라는 주장도 했다.

이유가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완구 총리까지 나서서 독려하는 자원외교 수사를 일종의 ‘기획 사정’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주된 타깃은 새누리당 내 친이계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투톱은 둘 다 친박계와 각을 세운다. 2016년 총선 공천의 주도권을 놓치면 그대로 레임덕이 예정되어 있다. 청와대 처지에서 최대 과제는 2016년 총선 주도권 확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2007년 8월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다툰 박근혜·이명박 후보(위). 정치권은 자원외교 수사를 두고 친이계를 겨냥한 ‘기획 사정’으로 보는 기류가 강했다.  
ⓒ연합뉴스
2007년 8월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다툰 박근혜·이명박 후보(위). 정치권은 자원외교 수사를 두고 친이계를 겨냥한 ‘기획 사정’으로 보는 기류가 강했다.
 

 

그런데 가장 정석적 방법인 대통령 지지율로 주도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갤럽 주간 정례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올해 내내 40%를 넘겨본 적이 없고, 나쁠 때는 2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을 밑도는 수준이어서 ‘대통령 효과’가 없다. 이러면 원심력이 작동한다. 2016년 총선을 노리는 후보들은 ‘다른 줄’을 찾게 된다.

이 상황에서 원심력을 제어하는 방안으로 사정 정국은 유혹적인 카드다. 친이계 조직을 위축시키고 예봉을 꺾어놓으면,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 공천의 주도권을 친박계가 쥘 가능성이 지금보다 높아진다.

자원외교 수사 초기부터 새누리당 친이계가 앞장서서 반발했던 이유다.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던 정병국 의원은 수사가 한창이던 3월18일 “누가 기획을 했는지, 정말 새머리 같은 기획”이라고 거세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띤다.

 

자원외교 수사는 자연 발생이 아닌 정권 차원의 기획 수사라는 규정, 그리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잘못된 기획이라는 평가다. 새누리당 친이계의 기류가 대체로 이랬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정치권은 사정 정국의 기획자로 ‘김기춘(왼쪽)·우병우(오른쪽) 투톱’을 주목한다.  
ⓒ시사IN 이명익
정치권은 사정 정국의 기획자로 ‘김기춘(왼쪽)·우병우(오른쪽) 투톱’을 주목한다.

 

 

 

 

 

 

 

 

 

 

 

 

 

 

 

자원외교 비리 혐의를 받은 성완종 전 의원이 “MB맨이 아니다”라는 말로 마지막 기자회견을 시작한 것은 그래서 엉뚱하지 않다.

“청와대하고 이완구하고 짝짜꿍해서 하는 거.”

자살 직전인 4월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완종 전 의원은 자신을 치는 ‘기획’의 주체를 이렇게 단정한다. 비슷한 표현은 녹취록에 두 번 더 나온다. 정확히 청와대를 지목한다.

여의도의 다수설과 일치하는 상황 인식이다. 정치권은 사정 정국의 기획자로 ‘김기춘·우병우 투톱’을 주목한다(‘홍문종 2억’ 발언… 박근혜 대선 자금 겨누나 참조).

우병우 민정수석은 김기춘 비서실장 시절이던 올해 1월 민정비서관에서 승진했다.

 

상대적으로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은 우 수석(19기)이 발탁되면서 검찰 인사에서도 칼바람이 불고 19기와 20기가 이르게 전진 배치되었는데, 이 밑그림을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그렸다는 말이 정치권에서는 파다하게 돌았다.

 

우병우 수석이 마음껏 ‘칼’을 휘두를 수 있도록, 김 실장이 물러나기 전에 판을 깔아두었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이런 의혹 제기에 우병우 수석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답했다.

사정 드라이브의 또 다른 축으로 성 전 의원에게 지목당한 인물이 이완구 국무총리다. “3000만원을 줬다”라는 구체적인 증언까지 나와 궁지에 몰린 이 총리를 엄호하는 목소리는 새누리당에서도 높지 않다.

 

의혹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4월14일 유승민 원내대표는 “그 문제(당 차원의 사퇴 요구)에 대해 상당히 고민한 것은 사실”이라며 엄호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성 전 의원의 측근인 이기권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대변인은 성 전 의원 사후 기자회견에서 “성 전 의원이 이완구 총리에게 도와달라고 전화를 하자 이 총리가 ‘전임 총리가 한 사건이라 내가 도울 수 없다’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 대화에서 이완구 총리가 했다는 ‘전임 총리가 한 사건’이라는 말에 주목한다.

이완구 총리가 임명되기 전부터, 일종의 총선 관리 플랜으로 청와대발 사정 기획이 굴러간다는 정서는 적지 않은 현역 의원들이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총리가 임명되고 한 달도 되지 않은 3월12일, 총리는 대국민 담화라는 거창한 모양새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장면에서 “이 총리가 기획 사정의 총대를 멨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 와중에 했다는 ‘전임 총리가 한 사건’이라는 발언까지 전해지자 이 총리의 평판은 더 추락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까놓고 말해서 어제까지 동료여서 이쪽 정서 뻔히 아는 사람이 정부에 들어가자마자 ‘청와대 앞잡이’로 칼춤을 추니까 더 기분이 나쁜 거지”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성완종 메모’에는 이병기(위) 등 박근혜 정부 역대 비서실장의 이름이 모두 등장한다.  
ⓒ연합뉴스
‘성완종 메모’에는 이병기(위) 등 박근혜 정부 역대 비서실장의 이름이 모두 등장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월16일 “총리가 버티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야당 내부에서는 무력시위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해임건의안 가결(재적 과반수 출석, 출석 과반수 찬성)을 목표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완구 총리에 대한 여당 내부의 반감을 그만큼 크게 본다는 의미다. 새누리당은 반란표 단속이 여의치 않을 경우 본회의 출석을 당 차원에서 거부해 의결정족수를 미달시켜 버리는 대응 방안이 있다.

정치는 신뢰인데, 그냥 이렇게 이용이라고 그럴까,

   완전히 병신 만드는 거잖아요.”

초등학교 중퇴가 최종 학력으로 자수성가의 전형인 성완종 전 의원은 본인의 증언만 보더라도 폭넓게 돈을 뿌려가며 인맥을 관리해온 인물이었다. 중견 건설사 사장을 거쳐 국회의원 진입에 성공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정권 실세들은 다들 그의 요청을 외면했다.

 

천신만고 끝에 ‘한식구’로 편입되었다고 믿었을 성 전 의원에게는 그것이 검찰 수사 못지않은 충격이었던 것 같다. 자신이 ‘식구’가 아니라 ‘돈지갑’에 불과했다는 자괴감을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토로한다.

성완종 전 의원 사후에 측근들은 성 전 의원이 서산·태안 지역 주민 앞으로 썼던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에서 성 전 의원은 자원개발 사업의 속성을 “공기업이 1대 주주가 된다. 공기업 책임하에 개발하는 구조다”라고 썼다. 이른바 ‘몸통’은 따로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자원외교 추진은 ‘자원 3사’로 불리는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선봉에 섰다. 이 자원 3사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데, 이명박 정부가 한창 자원외교를 추진하던 2009~2010년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다.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자원외교 수사팀이 실세를 우회하느라 변죽만 울린다는 평이 많았다. 성 전 의원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정을 한다고 그러는데 충청도에 있는 쬐끄만 회사를 지칭을 하는지 도대체 나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렇게 정리했다. “사정 깃발을 들었으니 결과는 내야겠고, 최경환은 못 건드리겠고, 그렇게 주변만 맴돌다가 잔챙이 하나 잡은 거라는 분위기가 많다. 자수성가형이라 딱히 인맥도 없지 싶고, 정치인이니 욕보이기도 편하고 얼마나 좋아. 그러다가 성 전 의원이 독하게 나오니까 탈이 난 거지.”

“이완구 총리, 사정 대상 1호입니다.”

여의도의 관심사는 일단 이완구 총리 등 이름이 직접 거명된 인사들로 좁혀져 있다. 야당의 기류는 ‘과속 방지’다. 특검 추진이나 대통령 하야와 같은 ‘말의 공세’는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돈을 줬다는 결정적인 증언이 등장했고 총리가 제대로 된 방어를 하지 못하는 국면에서(비타 500 박스와 ‘말 바꾸기’의 달인 참조) 전선을 넓힐 이유가 지금은 없다는 기류다.

 

상설특검법 도입 이후 특검의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여론의 초점을 흐리는 특검 추진에 힘을 빼기보다 현재 수사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판단도 있다.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특검 도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본인이 수사 대상인 이완구 총리는 “복잡하고 광범위한 수사가 될 것”이라며 전선 확대를 ‘응원’했다. 여야 인사가 한데 연루되는 ‘진흙탕 만들기’를 출구전략으로 삼은 모습이다.

 

4월17일자 <조선일보>는 야당 인사들 7~8명이 포함된 14인짜리 장부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보도에 나온 거라고 추정되는 자료는 현재까지 수사팀이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이완구 총리까지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기류도 있다. 이 관점에서는 총리의 거취를 카드로 쓰더라도 ‘언제 어떤 타이밍에 쓰느냐’가 중요해진다. 성완종 메모에는 허태열·김기춘·이병기 등 박근혜 정부 역대 비서실장이 모두 등장하는데, 여기까지 확전이 되면 청와대가 기능 마비에 빠질 수도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함께 자원외교에 나선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왼쪽 서명하는 이). 그는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로 꼽힌다.  
ⓒ연합뉴스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함께 자원외교에 나선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왼쪽 서명하는 이). 그는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로 꼽힌다.
 

 

이렇게 해서 복잡한 다차방정식이 등장한다. 야당의 목표는 먼저 이완구 총리를 낙마시키고, 기획사정을 좌절시켜 우병우 체제의 힘을 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여당 내의 친이계가 전략적 제휴 내지는 묵인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마치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 민주당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 연대전선을 펴서 청와대의 계획을 좌절시켰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

성완종 전 의원은 홍문종 의원(새누리당)에게 2억원을 줬다는 증언을 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홍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핵심 인사다. 홍 의원은 정계 은퇴까지 거론하며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관찰자들의 장기적인 관심사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2012년 대선 자금 수사로까지 번져나갈 것인가이다. 일단은 회의론이 우세하다. 첫째, 일단 드러난 것만 보면 2002년 대선 자금과 비교해 액수도 기업 크기도 매우 작다. 본격 대선 자금 수사를 벌이기에는 어색한 규모라는 평이다.

둘째, 정치권 인사들은 2002년 대선 자금 수사와 이른바 차떼기 파문 이후로 대선 자금 조달 문화가 바뀌었다고 귀띔한다. 과거의 대선 자금 조달이 중앙당이나 대선 캠프 차원에서 자금을 확보해 아래로 내려보내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각 조직 단위별로 알음알음 돈을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이러면 모금 단위가 작아지고, 최악의 경우 “개인의 일탈이다”라며 꼬리 자르기를 하기도 쉬워진다. 당장 검찰이 대선 자금 수사로 방향을 잡기도 쉽지 않지만, 설사 검찰이 시도한다고 해도 이런 이유로 2002년 대선 자금 수사와 같은 국면은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런데도 대선 자금 문제는 잠복한 뇌관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의 핵심 포스트에 있었다.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홍문종 의원 외에도, 유정복 인천시장(메모에는 ‘3억’)은 당시 직능총괄본부장, 서병수 부산시장(메모에서는 ‘부산시장’으로만 적혀 있다. ‘2억’)은 당무조정본부장 겸 당 사무총장이었다. 하나같이 대선 캠프의 조직과 자금을 다루는 자리다.

박근혜 정부가 깨끗한 정부가 돼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정권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망자의 내부자 고발’을 당했다. 사실상 대통령 본인이 공격받고 있다. 고발자 본인을 회유할 방법도 없고,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세간의 의혹까지 말끔히 해소할 방법은 없다.

 

목숨과 바꾼 증언은 힘이 세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고인이 아니라면 대질이라도 하겠는데”라고 말했다. 이 말이 본심이든 위기 탈출용이든 간에, ‘망자의 고발’에 맞닥뜨린 정권의 당혹스러운 처지를 이만큼 잘 보여주는 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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