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연금도 개정하겠다고 지랄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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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령연금 댓글 3건 조회 1,235회 작성일 14-11-11 10:25본문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은 '무상급식'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전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는 물론 중학교 때도 꼼짝없이 급식비를 다 내고 다녔다. 중학교 때는 한 끼만 먹었지만, 고등학교 때는 두 끼를 먹으니 급식비도 두 배가 되었다.
나는 일 년에 4번 내는 운영지원비는 면제를 받았지만, 밥은 그렇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급식비가 8만 원가량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고등학생은 12만 원 정도라고 들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2010년은 등록금이 비싸다는 여론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대학 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해마다 올리는 데만 급급했다. 반값 등록금 이야기도 나왔지만, 지방선거가 끝나니 흐지부지됐다.
한 학기 3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몇 번 빌리고 나니 순식간에 나는 1000만 원이 넘는 빚쟁이가 되고 말았다. 2012년 대선 때는 여당 후보이던 박근혜 대통령도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놨다. 그의 말대로 되었다면 올해가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는 첫해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지난 대선 당시에는 그래도 뭐가 좀 될 줄 알았다. 그해 대선은 여야 후보 모두 복지 공약을 두고 경쟁했다. 야당 후보가 보편적 복지를 주창하자 여당 박근혜 후보는 보편 위에 더 좋은 게 있다면서 맞춤형 복지를 들고 나왔다.
이제 한국이 복지국가로 가는 행렬에서 이탈할 일은 영영 없을 줄 알았다.
그것은 한국이 탈산업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돌아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보였다.
선거가 끝나고 2년, 불가능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깨달은 세월이다. 학비를 벌기 위해 1년을 쉬었고 올해 대학졸업반인 나는 복지의 '복'자와도 인연 없이 졸업하게 생겼다.
등록금 반값이야 진작 기대를 접었고 정부에서 추진하겠다고 해도 믿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아이들 급식만큼은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다.
복지 공약이 차례로 없던 일이 되는 와중에도 무상급식은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건 우리 사회가 무상급식 때문에 실컷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아이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토론과 논쟁이 있었나.
대선 가도의 직행 코스라는 서울시장도 바뀌어야 했다.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아이들 밥을 공평하게 먹여야 한다는 민심을 확인했다. 이미 굴러간 물레방아를 되돌리려는 세력은 결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여당 대표가 무상급식을 흔드는 발언을 하고, 여당에서 밀려나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자리 잡은 어떤 지사가 무상급식 지원을 끊겠다고 선언하기까지는 그랬다.
정부나 여당은 국가 재정이 어렵다고 한다.
어른들도 여기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고 연로한 분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큰 것 같다. 이분들이 자신이 대상자인 기초노령연금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안 하는지 궁금하다. 노령연금도 재정이 넉넉지 않으면 기꺼이 안 받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올해 무상급식 전체 예산은 2조 6000억 원인 반면, 노령연금은 5조 2000억 원에 달한다. 그나마 내년 기초연금은 7조 6000억 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출산율 저하로 아이들은 줄겠지만, 노인 인구는 반대로 더 늘어날 것이다.
재정이 어려우니 무상급식을 하지 말자고 하는 사람들은 왜 재정 규모가 2~3배 더 큰 노령연금은 때리지 않는지 궁금하다. 노인 빈곤은 걱정되면서 가난한 부모 때문에 눈칫밥을 먹어야 할 아이들의 마음은 왜 헤아리지 않나.
마치 우리 사회가 치열했던 무상급식 논쟁을 한 번도 치르지 않은 것처럼 무상급식을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일부 여론이, 우리 사회가 힘들게 이룩한 합의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고 자기들 이익 따라 정략적으로 움직이는 사고에 젖은 사람들이 나는 견디기 어렵다.
복지도, 공정한 원칙도 무엇 하나 마련해 준 것 없으면서 대학 졸업과 동시에 20대 태반을 백수나 시급 5000원 '알바'로 만드는 이 사회가 나는 아쉽고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