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가 보니 미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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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부모 댓글 4건 조회 2,563회 작성일 14-11-12 11:35본문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 기장군의 '비결'
▲ 11일 오후 부산 기장군청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오규석 기장군수는 최근 기장군이 결정한 전 학년 무상급식을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라고 강조했다. | |
ⓒ 기장군청 |
부산 기장군이 무상급식을 고등학교 전 학년까지로 확대했다. 이로써 현재 초·중등학교에 대한 무상급식 지원을 하는 기장군에서는 내년부터 모든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정치권까지 시끄러운 요즘 기장군이 이런 결정을 한 배경이 궁금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를 만나고 싶었다. 11일 오후 기장군청에서 만난 오 군수는 약속 시간에 10분 가량 늦은 걸 두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처음 뵙는데 실례가 큽니다"며 손을 맞잡는데 손이 차고 거칠었다. 막 현장을 돌아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4륜 구동 SUV를 관용차로 탄다. 논길과 밭길도 달려야 하니깐 그렇단다. 지난 4년간 38만km 가깝게 달렸다. 하루로 치면 237km를 매일 달린 셈이다. 오 군수의 복장은 스스로 '작업복'이라 부르는 남색 상하의에 면티가 전부였다. 매일 이렇게 입는다는 그가 기자와 마주 앉으며 가슴에 '군수 오규석'이란 명찰을 달았다. 윗도리 주머니에는 빨간색, 파란색, 검정 볼펜이 꽂혀있었다.
뭐냐고 물으니 볼펜 색깔에 따라 현장 민원의 중요도를 달리한다고 했다. 빨간색으로 쓴 게 시급한 민원이다. 이날의 기장 시급한 민원은 한 교회 앞 도로의 철판에 구멍이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급했던 '빨간색 민원'이 "무상급식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왜냐고 물었다.
"간단해요. 제가 원래 교대를 나와서 교사를 했거든요. 이후에는 다시 한의대를 가서 한의사가 됐고요. 교사일 때는 도시락을 못 싸오는 아이들을 많이 봤어요. 한의사를 하면서는 어릴 때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하는 게 향후 나이 들어서의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도 알게 됐어요. 각종 성인병으로 발생하는 사회 비용이 엄청나다는 사실도 알았죠. 아이들의 건강이야말로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군수 업무추진비까지 줄여가며 애들 밥 주는 기장군
▲ 11일 오후 부산 기장군청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오규석 기장군수는 최근 기장군이 결정한 전 학년 무상급식을 두고 "교실에 책상과 칠판이 있는 것처럼 급식도 당연한 일"이란 소신을 밝혔다. | |
ⓒ 기장군청 |
"교실에 책상과 칠판이 있는 것처럼 급식도 당연한 일"이라는 오 군수는 "사회와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자라난 아이들이 훗날 성장해 국가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감사하고 자신도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판단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도 영향을 끼쳤다.
"전 어릴 때 '강냉이죽'을 먹고 컸어요. 학교에서 그거라도 먹을 수 있어서 클 수 있었던 거죠. 사람들은 지금은 그때랑 다르다는데 오히려 맞벌이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많고 서구식 식습관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된 영양을 못 섭취하고 있잖아요. 학교에서 한 끼라도 우리 고장에서 나는 농·수산물로 제대로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기장군의 살림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중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하던 부산시교육청이 추진 보류를 결정하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내년이면 5개가 되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하려면 20억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살림을 줄여야 했다. 군수는 업무추진비를 2/3으로 줄이기로 했고 나머지 실국별로도 업무추진비를 절반 가량 줄였다. 축제 예산도 줄여가면서 30%의 예산을 아꼈다.
당장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직원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줄어드는 축제 예산 만큼 공무원들이 더 뛰기로 했다. 교육도시를 만들겠다고 한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에서였다. 이 말을 믿고 무소속인 그를 기장군민들은 연달아 뽑아줬다. 혹시 무소속이었다는 점이 정치적 쟁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냐고 묻자 "그것은 아니다"고 했다.
오 군수는 "그냥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는 것인데 한편으로 무상급식이 논쟁으로까지 번지며 우리의 사례가 주목받아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무상급식은 큰 방향이 정해진 것이고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돈키호테'라 불리는 군수 "아무도 안 하려는 걸 하니깐..."
이런 그를 지역 사회에서는 '별나다'거나 '돈키호테'라고 불렀다. 군수가 시청을 찾아 피켓들고 골프장 건설 반대 1인 시위를 할 정도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 군수는 "아무도 안 하려는 걸 하니깐 그런 거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무상급식을 하는 쪽이 좋은 곳이고, 안 하면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면서 "어쨌든 우리는 이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해결해나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무상급식을 시작하는 오 군수의 다음 목표가 듣고 싶어졌다. 고리1호기를 끼고 앉은 기장군에서 그는 "애물단지인 원전을 보물단지로 바꿔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장군민은 원전 때문에 그동안 엄청난 정신적·물질적·신체적 피해를 받아왔다"면서 "원전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들의 고통과 시련을 공유하는 작업을 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기장포럼'이란 이름으로 전세계의 원전 도시들이 결합하는 도시 네트워크가 그의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을 맺어갈 때 마지막으로 더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꼭 실어달라는 당부와 함께.
"기장군은 기초자치단체로는 드물게 아직도 두 곳에서 세월호 참사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죄없는 어린아이들이 죽은 건 기성세대와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고 운영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건 제 약속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깐 군수를 믿고 아이들 교육시키기 좋고, 안전한 도시를 지향하는 기장군으로 많이들 이사 오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