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추석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 논의에 본격 착수키로 하면서 정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의 대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의 ‘누적 적자가 9조 8000억원’에 달하는 등 대표적인 혈세로 지목된 만큼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반면 공무원노조는 당정청이 ‘당사자를 배제한 밀실 합의’를 강행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의 구체적 개혁 수위와 논의 절차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공무원연금 개혁, 퇴직수당 인상?…소문만 무성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강한 반발과 공무원 사회의 사기 저하를 우려한 당정청은 지난 19일 열린 첫 당정청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도 못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와 새누리당은 9일 뒤인 지난 28일 국회에서 진영 국회 안전행정위원장과 조원진 의원, 박경국 안행부 제1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추석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본격 착수키로 했다.
공무원연금개선기획단은 민간 퇴직금의 2분의 1에 그치는 퇴직수당을 올려 삭감액을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금 삭감-퇴직수당 인상’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퇴직연금 정착 유도 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과 관련,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일단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朴정부, 공무원연금 개혁에 강한 의지…노조 강력 투쟁 예고
또 다른 쟁점은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정작 당사자인 ‘공무원’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그러자 공무원노조는 지난 28일자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왜 진실을 말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의견 광고를 내면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 원인과 관련해 “외환위기 때 공무원 강제 구조조정을 (할 당시) 정부예산으로 지급해야 할 10만여 명의 퇴직금 4조 7169억원을 공무원연금에서 지급했다”며 “이 때문에 공무원 연금은 2000년 1조 7000억원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를 위한 100억원 모금에 나선 공무원노조는 오는 11월 ‘공무원연금개악 저지 10만 총궐기 집회’를 통해 강력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금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도 관심사다. 그간 역대 정부마다 연금안에 칼을 댔지만, 미봉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 문민정부는 지난 1993년 공무원연금이 398억원의 첫 적자를 기록하자 연금부담률 7%(기존 5.5%) 인상안을 추진했지만, 적자를 보전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국민의 정부에선 연금부담률을 9%로 올렸고, 노무현 정부는 정부입법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조차 못 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집권 3년차 당시 연금 지급액을 62%로 낮췄으나, 이는 당초 56%보다 후퇴한 안에 불과했다. 관료주의 개혁을 천명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