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주기 추모 현수막과 창원시의 도시 세계화를 기념하는 현수막이 서로 어울리지 않아 뒤엣것을 철거했다는 창원시의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성격으로 보면 두 개의 현수막이 현저하게 대비되는 것은 맞다. 희생 장병의 넋을 기리는 추모 현수막 옆에 행정 경연 성과를 자랑하는 자축 게시물을 나란히 거는 것은 시기적으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일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그 부조화를 깨달아 철거했다고 말했다면 어쩌면 박수를 받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다음이 상식에 어긋난다. 천안함 추모 현수막까지 싸잡아 내려버린 것이다.
어떤 공공 게시물이든 날짜가 지났다고 바로 철거되는 일은 별로 없다. 정리하는 일손이 부족한 까닭이기도 하거니와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리는 탓이다. 더구나 국가적인 추모 게시물은 한참 그대로 두는 게 보통이다. 건물 현수막뿐이겠는가. 도로 요소에 세운 입간판 역시 일정 기간 그대로 둔 채 한동안 추모의 념을 이어가도록 배려한다. 그런 보편적 관점에서 살핀다면 천안함 4주기 현수막을 하루 만에 내려버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아 시 자축 현수막을 철거했노라는 창원시의 해명은 궤변의 범주에 들어가기 꼭 알맞다.
이렇게 유추해볼 수밖에 없다. 한 재단이 벌인 대한민국 도시의 세계화 평가에서 창원시가 종합 1위를 차지했고 이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자 곧바로 말썽이 일어났으며 창원시는 시비를 원천봉쇄하느라 철거를 결정했다는 시나리오다. 추모 현수막의 조기 철거는 그 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눈가림용일 것이라는 추측이 성립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누가 왜 거기에 관여했는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시의 독자적인 처분인가 아니면 상위 행정청이나 외부 세력의 입김이 있었는가.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배경은 과연 무엇인가. 누가 왜 그런 자잘한 데까지 과잉 반응하고 있는가.
선거철인 만큼 여론을 의식한 출처 불명의 압력이 창원시의 현수막 행정에 가해졌을 것이라는 상상은 일견 그럴듯하다.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박완수 전 시장의 치적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소문과 일맥상통한다. 선거용이라면 선관위의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고 창원시가 오해를 불식하려면 시민이 들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놔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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