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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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금이 댓글 0건 조회 1,022회 작성일 14-03-20 10:17본문
"바닥 친 공무원연금공단…이젠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안양호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퇴임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에서 이미 후임자를 내정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공단 이사장은 안전행정부 산하기관 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유일한 자리다. 안 이사장은 작년 말 잠정 집계한 기금 수익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퇴진 의사를 굳히고 올해 초 주무부처인 안행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6년째 수익률이 꼴찌입니다. 매달 봉급에서 7%씩 보험료를 내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미안하고 연금개혁 보도로 걱정하는 퇴직한 선배 공무원들에게 면목이 없어 자리에서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뽑은 직원들이 직접 자금을 운용한 결과이니 제가 책임을 져야지요.”
작년 한해 공단은 4조원의 금융자산을 운영해 3.5%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 수익률(BM대비)을 초과했지만 3대 연기금 중에선 꼴찌다. 지난해 국민연금 4.19%, 사학연금은 3.9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운용자산 규모가 작고 기금 구조가 취약한 공무원연금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수익률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연금 수지가 적자인 공무원연금은 연금급여 지급에 여유자금을 우선 충당하고 있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자금을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은 100만 공무원들에게서 7조4854억원의 연금 보험료를 거둬 37만 퇴직 공무원들에게 9조4836억원을 지급했다. 부족한 1조9982억원은 정부 보조로 충당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단기자금 비중이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17.9%나 된다. 사학연금은 2.5%, 국민연금은 0.5%에 불과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안 이사장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초부터 다시 다져 나갔다. 2011년 9월 취임한 이래 자산운용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운용조직을 정비했다. 노동조합을 설득해 외부에서 투자전문가를 영입해 전문성을 높였다. 부임 첫해 3명에 불과하던 외부 전문인력은 12명으로 늘어났다.
“저보다 연봉을 더 주기로 하고 모셔온 분도 있습니다. 내부 직원 대상으로도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많지는 않은 돈이지만 운용 성과를 내면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노조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전문직을 뽑으면 그만큼 승진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직원들은 싫어하지요. 하지만 노조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동의해 준 덕에 외부에서 필요한 인력을 영입해 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 공무원연금이 운용하는 금융자산은 4조3256억원이다. 목표수익률은 5.0%(2408억원). 작년보다 1.5% 포인트 높여 잡았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주식 ETF와 해외 세컨더리 펀드 등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4.3%에 불과했던 해외 투자 비중을 올해는 11.9%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외투자팀을 신설하고 전문가 3명(팀장 1명, 실무전문가 2명)을 새로 영입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도 다시 시작할 생각입니다.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치방크 사옥, 호주의 포시즌 호텔과 국세청 건물 인수를 검토했는데 수익률 문제 등으로 결국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국내 투자만으론 수익 제고에 한계가 있는 만큼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돌다리를 두드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나가야 합니다.”
공무원연금은 2006~2008년 집중 투자한 해외 부동산에서 2012년에만 1269억원의 평가손실을 본 아픈 경험이 있다.
“부임해 보니 잇단 투자 실패로 직원들 사기가 말이 아니더군요. ‘바닥에 대하여’를 쓴 정호승 시인을 초청해 전 직원이 강연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바닥까지 왔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각오로 2년 반 동안 일하다 보니 직원들이 자신감을 되찾더군요. 올해 초부터 여러 조짐이 좋습니다. 제가 밑에까지 가서 바닥을 다져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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