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만 관객이 말하는 영화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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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붉은악마 댓글 2건 조회 1,156회 작성일 14-01-21 19:09본문
일천만 관객이 말하는 영화 "변호인"
"고맙습니다" 잃었던 나의 자아를 찾게 해주셔서...
영화 "변호인"이 드디어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많은 관객이 자신의 귀한 시간과 돈을 들여 영화관을 찾아 준 것도 고무적이지만, 재밌고 잘봤다는 소감보다 "고맙다" 는 관객들의 별난 반응은 이 천부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군요.
혹자는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과장된 의미부여와 요란한 감성팔이라고 비난하실 수도 있겠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무미건조하고 암을한 이 시기에 잠시 잊고 있었던 자신의 지난 흔적을 되찾아 본다는 것,
내가 이 나라의 주권자이고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이 나로부터 나온다라고 자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접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방송의 후광은 커녕, 노골적인 메스컴의 철저한 외면과 몰지각한 작자들의 평점테러, 연기자들에 대한 치졸한 인신공격은 차치하더라도,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수구언론들과 권력을 남용한 당사자들의 궤변은 오히려 공분을 사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니,
영화 개봉을 훼방 놓으려던 넋빠진 작자들의 횡포가 되레 이 영화의 흥행에 도움을 준 것만 같아 통쾌하기 이를데 없지만,
한편 민주공화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불온한 세력이 적지 않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영화속에는 공권력이란 미명으로 탄압과 핍박이 난무하던 1980년의 봄을 연상케 하기도,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치열함도 있지만,
정작 우리를 울컥하게 하고 소름돋게 하는 것은, 소리없는 울음으로, 때론 격렬한 분노로 세상을 향해 외치던 명대사들일 겁니다.
이유도 모른채 끌려와 고문받던 학생이 변호사에게 "이라문 안되는 거 잖아요!" 라고 되묻던 장면, 동료변호사의 뜬금없는 변화에 대해 "오늘부터 니 편한 인생 니 발로 찬기다" 라며 상심하던 장면,
재판부의 비호 아래 검찰과 경찰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사실로 굳어질 때,
울분으로 포효하 듯 토해내는 변호사의 일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국가는 국민입니다!!" 아마 이 대사가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암튼 천만 관객 돌파 축하하고, 천오백, 아니 이천만 관객의 호응이 이어지길 빌어 마지 않습니다. 권력을 소유하고 활용하는 천박한 무리들이 활개를 치고,
정작 권력의 주인인 국민이 권력에서 소외된 상태, 그 외침이 소외감, 상실감을 느끼던 국민의 가슴을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글을 갈무리 하며
이 영화를 감독했던 양우석씨의 인터뷰 내용 중, 한 부분을 전합니다...
"누구든지 잠깐은, 며칠은, 몇 달은 분노할 수 있다.
근데 그 분노를 냉철한 이성으로 단련하고 제련해서
시대를 끌고 나가는 힘으로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
우리 같은 사람은 분노는 쉽게 된다.
근데 그 분노가 명백한 목표점을 향해 변하지 못하면 그냥 분노다."
"우린 찌질한 게 아니라 피곤한 거다.
나폴레옹이 말하기를 '보통 사람과 영웅의 차이는 5분'이라고 했다.
보통 사람이 5분 더 용감하면 영웅이 된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한번 삐끗해서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구조다.
그러다 보니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그러느라 피곤에 지쳐버린다.
비겁해서 외면한다기보다는 피곤해서 더 이상 어떻게 반응하기가 힘든 거다. 피곤이 가져온 마비라고나 할까. 마비만 풀어내면 다시 달릴 수 있다고 본다. 5분 차이다."
"요즘 사람들이 희망을 못 갖는 결정적 이유는, 리더가 없다는 거다.
송우석처럼 숙련되지는 못해도 바탕이 돼 있는 사람이라면, 믿고 의지하고 만들어가겠다는 마음들이 있다.
겉으론 다들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정말 마음으로 신뢰할 만한 리더가 없는 현실, 그게 사람들을 절망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