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무원 잇딴 자살은 국가폭력…정부, 응답하라"박근혜 대통령이 '복지국가의 원년'으로 천명한 2013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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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창조복지 댓글 1건 조회 1,079회 작성일 13-09-26 16:01본문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국가의 원년'으로 천명한 2013년의 초입, 사회복지계에선 죽음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1, 2, 3월 그리고 5월까지 총 4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다한 복지 관련 업무 처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지난 5월 충남 논산 기차역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김모 씨는 일기장에 "나에게 휴식은 없구나. 사람을 대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일이 자꾸 쌓여만 가고, 삶이 두렵고 재미가 없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고 썼다.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보도되고, "사회복지공무원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생겨났다.
그러나 관심은 '반짝'이었다. 김모 씨의 투신 이후로 4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변한 게 없다. 청와대는 물론 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당시 슬쩍 관심을 보이던 정치권은 다시 눈길을 거뒀다. 사회복지 현장 곳곳에선 여전히 신음이 들려온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죽음의 릴레이는 완전 정지가 아닌 '일시 정지' 상태다.
이명묵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이하 '세밧사')' 대표가 피켓을 든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사태가 심각한데도 침묵을 지키는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다. 세 번째 희생 이후인 지난 3월 25일, 그는 보건복지부 청사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청사가 문을 닫는 주말 등을 제외하고 꾸준히 피켓을 든 지 반 년. 26일엔 100회째를 맞는다. 이 대표에게서 지난 6개월간의 소회와 현 사회복지 시스템의 문제 등을 들어봤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 환경은 한 마디로 '국가 폭력'"
1988년 사회복지사 일을 처음 시작한 이 대표는 "제 경력이 25년인데,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업무로 목숨을 끊는 걸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회복지 '공무원'은 아니다. 민간 영역에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 출신이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를 알기에,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그들을 대신해 나선 것.
이 대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그가 조직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복지사 모임인 세밧사 회원들과 함께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5월 세밧사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사태가 터지자, 그는 단체 차원에서 사회복지공무원의 과다 업무 문제를 이슈로 정했다. 회원들과 함께 촛불집회도 지금까지 세 차례 가졌다.
이 대표는 현재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처한 근무 환경에 대해 "한 마디로 국가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사회복지공무원이 현재 1만3000명인데 그들 모두가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또 피해자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 사태의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나 안전행정부 장관, 총리, 대통령 그 누구도 사과 한마디가 없습니다. 빨리 손을 쓰겠다는 의지라도 보이면, 화도 안 날 텐데요…."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는 최근 1~2년 사이 급격하게 늘었다. 정치권에서 복지국가 구호가 범람하던 때부터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공약이 소위 말해 '잘 팔린' 덕분에 사회복지서비스 업무가 부쩍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복지 확대로 인한 공무원 업무 증가'와 같은 단순한 도식화를 우려했다.
"상황을 단순하게 보면 '복지 확대 때문에 일이 늘어났다'가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복지가 늘어나야 하는 건 맞는데, 그걸 어떻게 늘렸느냐'입니다. 복지가 늘어난 만큼 복지가 제대로 전달되게끔 전달력을 똑같은 비례로 확충하는 게 상식인데, 국가는 이를 무시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복지정책은 45%, 복지제도 대상자는 157.6%가 증가했다. 반면 사회복지 공무원은 고작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서 투입된 인력이 턱없이 적다 보니, 각자 맡을 업무 부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자살 릴레이에 안행부는 지난 3월, 올해 총 2340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을 충원할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이 대표는 "어림없는 수준"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 8월 13일 공개한 '사회복지 수요의 증가를 반영한 사회복지 인력의 적정규모' 분석 결과를 봐도 안행부의 조치가 '땜질처방'이라는 게 드러난다. 감사원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회복지공무원은 6930명 부족했다. 안행부 방안대로는 인력 적정 수준을 충족하긴 여전히 역부족이다.
"'양'만 따지는 '가짜 복지'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
이 대표는 복지 인력 부족 사태와 그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복지를 하찮게 보는 정부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복지를 국민의 중요한 권리가 아닌, 하층민에 대한 시혜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때문에 복지 업무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중요한 복지 업무를 다루는 공무원을 홀대하는 것이죠."
이 대표는 '복지 국가'를 표방하고 탄생한 현 정부의 복지가 '가짜 복지'라고 말했다. '질'을 담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류상의 행정 처리를 하는 것을 복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짜 복지는 복지 전문가가 복지 이용자를 만나 상담하고 가족과 개인의 회복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예컨대, 제가 학교 다닐 땐 한 학급에 학생이 거의 100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20~30명밖에 없습니다. 교사들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인정하니 교육환경을 바꾼 겁니다. 복지도 중요하다면 복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제대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특히 복지 인력의 부족이 결국 복지 이용자에 대한 피해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복지는 양도 있지만 질도 중요합니다. 복지 인력이 부족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의 수박 겉핥기식 복지밖에 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동사무소 사회복지공무원 한 명이 자기 동네 사회복지 필요한 동민이 500명 모두와 소통할 수 없으니 대충 행정만 처리하는 소모적인 복지를 할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도 자괴감에 빠집니다. '이건 내가 하려던 복지가 아닌데'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공무원과 복지 서비스를 받을 국민 모두가 힘들어집니다."
"창조경제도 하는데 '창조복지' 못할 이유 있나?"
정부가 핵심 공약이었던 '보편적 기초연금' 공약 후퇴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이 대표는 "선별적 복지로 돌아갈 경우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급 대상자 선별을 위해 재산조사 등을 하려면 어마어마한 인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대표는 정부의 복지 공약 후퇴 움직임을 안타까워하면서 복지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가지 국가 유형이 있습니다. 예산에 맞춰 복지 계획을 짜는 국가와 복지에 맞춰 예산을 짜는 국가. 우리나라는 전자 쪽에 속합니다. 대선 때 많은 복지 공약을 했지만,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의 벽에 부딪혀 공약을 포기하는 겁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서 복지에 맞춰 예산을 짜야 합니다. 이를테면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이 5.3% 정도인데 30%까지 올리기로 먼저 정해놓고, '복지세'와 같은 목적세를 만들어 돈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국민에게 제안하는 겁니다. 복지국가로 가려면 이런 식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대통령이 창조경제도 하자고 하는데 '창조복지'도 못할 이유 없지 않나요?"
그러나 관심은 '반짝'이었다. 김모 씨의 투신 이후로 4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변한 게 없다. 청와대는 물론 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당시 슬쩍 관심을 보이던 정치권은 다시 눈길을 거뒀다. 사회복지 현장 곳곳에선 여전히 신음이 들려온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죽음의 릴레이는 완전 정지가 아닌 '일시 정지' 상태다.
이명묵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이하 '세밧사')' 대표가 피켓을 든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사태가 심각한데도 침묵을 지키는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다. 세 번째 희생 이후인 지난 3월 25일, 그는 보건복지부 청사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청사가 문을 닫는 주말 등을 제외하고 꾸준히 피켓을 든 지 반 년. 26일엔 100회째를 맞는다. 이 대표에게서 지난 6개월간의 소회와 현 사회복지 시스템의 문제 등을 들어봤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 환경은 한 마디로 '국가 폭력'"
▲ 이명묵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대표. ⓒ본인 제공 |
이 대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그가 조직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복지사 모임인 세밧사 회원들과 함께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5월 세밧사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사태가 터지자, 그는 단체 차원에서 사회복지공무원의 과다 업무 문제를 이슈로 정했다. 회원들과 함께 촛불집회도 지금까지 세 차례 가졌다.
이 대표는 현재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처한 근무 환경에 대해 "한 마디로 국가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사회복지공무원이 현재 1만3000명인데 그들 모두가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또 피해자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 사태의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나 안전행정부 장관, 총리, 대통령 그 누구도 사과 한마디가 없습니다. 빨리 손을 쓰겠다는 의지라도 보이면, 화도 안 날 텐데요…."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는 최근 1~2년 사이 급격하게 늘었다. 정치권에서 복지국가 구호가 범람하던 때부터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공약이 소위 말해 '잘 팔린' 덕분에 사회복지서비스 업무가 부쩍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복지 확대로 인한 공무원 업무 증가'와 같은 단순한 도식화를 우려했다.
"상황을 단순하게 보면 '복지 확대 때문에 일이 늘어났다'가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복지가 늘어나야 하는 건 맞는데, 그걸 어떻게 늘렸느냐'입니다. 복지가 늘어난 만큼 복지가 제대로 전달되게끔 전달력을 똑같은 비례로 확충하는 게 상식인데, 국가는 이를 무시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복지정책은 45%, 복지제도 대상자는 157.6%가 증가했다. 반면 사회복지 공무원은 고작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서 투입된 인력이 턱없이 적다 보니, 각자 맡을 업무 부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자살 릴레이에 안행부는 지난 3월, 올해 총 2340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을 충원할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이 대표는 "어림없는 수준"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 8월 13일 공개한 '사회복지 수요의 증가를 반영한 사회복지 인력의 적정규모' 분석 결과를 봐도 안행부의 조치가 '땜질처방'이라는 게 드러난다. 감사원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회복지공무원은 6930명 부족했다. 안행부 방안대로는 인력 적정 수준을 충족하긴 여전히 역부족이다.
"'양'만 따지는 '가짜 복지'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
이 대표는 복지 인력 부족 사태와 그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복지를 하찮게 보는 정부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복지를 국민의 중요한 권리가 아닌, 하층민에 대한 시혜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때문에 복지 업무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중요한 복지 업무를 다루는 공무원을 홀대하는 것이죠."
이 대표는 '복지 국가'를 표방하고 탄생한 현 정부의 복지가 '가짜 복지'라고 말했다. '질'을 담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류상의 행정 처리를 하는 것을 복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짜 복지는 복지 전문가가 복지 이용자를 만나 상담하고 가족과 개인의 회복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예컨대, 제가 학교 다닐 땐 한 학급에 학생이 거의 100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20~30명밖에 없습니다. 교사들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인정하니 교육환경을 바꾼 겁니다. 복지도 중요하다면 복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제대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특히 복지 인력의 부족이 결국 복지 이용자에 대한 피해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복지는 양도 있지만 질도 중요합니다. 복지 인력이 부족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의 수박 겉핥기식 복지밖에 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동사무소 사회복지공무원 한 명이 자기 동네 사회복지 필요한 동민이 500명 모두와 소통할 수 없으니 대충 행정만 처리하는 소모적인 복지를 할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도 자괴감에 빠집니다. '이건 내가 하려던 복지가 아닌데'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공무원과 복지 서비스를 받을 국민 모두가 힘들어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이 후퇴 위기에 놓여있다. ⓒ청와대 |
"창조경제도 하는데 '창조복지' 못할 이유 있나?"
정부가 핵심 공약이었던 '보편적 기초연금' 공약 후퇴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이 대표는 "선별적 복지로 돌아갈 경우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급 대상자 선별을 위해 재산조사 등을 하려면 어마어마한 인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대표는 정부의 복지 공약 후퇴 움직임을 안타까워하면서 복지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가지 국가 유형이 있습니다. 예산에 맞춰 복지 계획을 짜는 국가와 복지에 맞춰 예산을 짜는 국가. 우리나라는 전자 쪽에 속합니다. 대선 때 많은 복지 공약을 했지만,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의 벽에 부딪혀 공약을 포기하는 겁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서 복지에 맞춰 예산을 짜야 합니다. 이를테면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이 5.3% 정도인데 30%까지 올리기로 먼저 정해놓고, '복지세'와 같은 목적세를 만들어 돈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국민에게 제안하는 겁니다. 복지국가로 가려면 이런 식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대통령이 창조경제도 하자고 하는데 '창조복지'도 못할 이유 없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