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걱정 교차되는 ‘홍준표 파격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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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아 댓글 0건 조회 1,360회 작성일 13-01-10 09:08본문
동아일보 : 2013. 1. 10(목)
‘홍준표 도정(道政)’의 개혁성을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첫 인사를 앞두고 경남도청 주변에서 하마평이 무성하다.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파격에 대한 걱정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1954년생 공무원의 거취 문제다. 이들은 정년을 1년 반∼2년 남겨두었다. 정년퇴직 1년 전에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관행을 감안하더라도 올 6월 말 또는 연말까지 근무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경남도는 이들을 명예퇴직시키거나 산하 기관으로 보내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는 새 도지사의 철학에 부합하는 진용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만 매우 신중해야 한다. 직업공무원의 정년 보장은 후진에게 길을 터주고 조직의 활력을 꾀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래야 정치판에 휘둘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은밀하게 줄을 서는 병폐도 없어진다. 당장은 승진 요인이 생겨 ‘잔치’가 벌어지지만 곧 후배 공무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명퇴라는 이름의 불명예 퇴진은 폐기해야 한다. 홍 지사도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그들과 같은 1954년생이다.
다음은 출자 출연 및 산하 기관장 인사 문제. 도립거창대 새 총장으로 경남도 고위 간부가 거론되고 있다. 현 이병호 거창대 총장도 도 기획조정실장 출신이다. 독특한 재능이나 특별한 경영 능력, 남다른 인품을 가졌다면 또 모른다. 정년을 앞둔 공무원을 도립대 총장으로 보내면서 인사 요인을 만드는 행태가 되풀이되는 한 상아탑은 허울이요, 명문대 도약도 기약하기 어렵다.
실국원장, 과장 등 전보 및 승진 대상자들의 로비설도 나돌고 있다. 특정 인맥의 출현 역시 경계 대상이다. 홍 지사는 “청탁하는 사람은 혼을 내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지켜볼 대목이다.
산하 기관은 아니지만 대한건설협회경남도회 사무처장 후보로 3급 간부가 거명되고 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을 특정 단체의 심부름꾼으로 앉히는 후진적인 관행도 이젠 철폐해야 한다. 업무의 중립성 확보, 공조직의 자존심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구식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조직위원장과 도지사 비서실장, 특보단은 홍 지사가 공모절차 없이 뽑았다. 조진래 정무부지사와 안종복 경남도민프로축구단 대표 내정자 등도 마찬가지다. 떠날 날이 애매한 ‘정치 휴업생’의 잇단 경남도 입성도 감점 요인이다.
홍 지사는 역동적인 도정을 강조한다. 일하는 분위기는 조직 개편, 지휘관의 닦달, 비위 행위자 고발, 감사를 통한 징계만으로 조성하기 어렵다. 엄격한 논공행상에 능력과 성실성, 그리고 경륜을 가미한 적재적소 배치야말로 구성원을 신나게 움직이도록 하는 핵심이자 원동력이다. 기교보다는 원칙에 충실한 인사가 흠결이 덜한 법이다.
강정훈 부산경남본부장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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