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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가겠다는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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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딸에게 댓글 0건 조회 656회 작성일 08-01-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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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이면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가 있다.겨울방학이 되면서부터 그 아이가 수학 학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옆에서 부추긴 탓도 없지는 않았지만 제 스스로 공부가 필요하다며 학원에 가겠다고 했다.그 모양을 지켜보는 마음이 착잡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딸아이는 학과 공부에는 크게 개의하지 않고 지내왔다.공부에 대해 그다지 압박을 가하지 않았던 학교 정책 때문이었다.
 
물론 이와는 별도로 특목고 준비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아이들을 사설 교육 기관으로 내모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사실은 우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두 번 학원에 보내보려고도 했지만 딸아이가 학원에 가고 싶어하지 않아서 억지로 시킬 수는 없지 싶었다.
 
겉으로는 속편한 사람들처럼 보였겠지만 이래저래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가지 위안은,텔레비전 보는 시간과 컴퓨터를 하는 시간만은 통제하자고 딸아이와 합의하고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몇 년 동안 딸아이의 특기는 달리기와 축구,수영이었고 취미는 책 읽기였다.

그랬던 아이가 결국 방학을 맞아 마침내 사교육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이제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딸아이의 말이 나왔을 때,드디어 때가 왔다고 우리는 속으로 반색을 했다.그러나 그 말의 내용인즉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공부를 좀 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동기가 무엇이건 간에 동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냐고 아내가 위로해 주었지만,
 
그래도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수학 학원에 나가겠다는 딸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속편한 것일 수는 없었다.
 
수학 선행학습 같은 것은 현재의 교육제도만 아니라면 전혀 불필요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교육 과열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초등학교에까지 이른 것은 뭐니뭐니 해도 이른바 특목고의 존재가 가장 큰 이유이다.
 
입시가 있는 곳에 경쟁은 불가피하고,경쟁이 있는 곳에 과열 선행 학습 또한 불가피하다.사람을 골라 뽑으려면 문제의 난이도를 높여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초등학생에게 중학교 수준의 문제를 묻고,중학생에게 고등학교 수준의 문제를 내미는 식이다.
 
그러니 경쟁에서 이기려는 사람의 준비 방식에 대해서도 금방 답이 나온다.
 
중학교 1학년이 2학년 과정을 미리 배우고,중학교 3학년이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식의 선행 학습이 그것이다.
 
이 모든 노력들은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된다.선발시험을 통과하는 것.
 
그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지난 시간의 학습 의미는 사라져 버린다.오로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이런 우스꽝스러운 세계 속으로 딸아이를 내보내야 한다.그러니 마음이 좋을 수 없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딸아이의 입에서 내가 듣기를 원했던 말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다른 모든 부모처럼 나도 내 딸아이가 배움 자체를 즐거워하고 새로운 지식의 습득에 행복해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경쟁은 오로지 목표가 하나인 곳에서만 유효한 개념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전체가 공교육으로 이뤄져 있으면서도 OECD 학업성취도 국제학력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핀란드의 교육 정책이 부럽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입시 경쟁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이 무료인 핀란드의 공교육비가 국내총생산(GDP)의 6% 정도임에 비해,우리는 사교육비를 포함하면 국내총생산의 10%에 이른다고 하니 우리라고 못할 것이 없지 않은가.

최소한 교육의 영역에서만이라도 경쟁 대신 공생의 개념이 최고의 준칙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 목표를 향해 우리 사회 전체가 조금씩이라도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막 험난한 입시 경쟁의 지옥으로 접어드는 어린 딸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착잡한 내 머릿속을 스쳐갔던 상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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