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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고혈압 앓는데도 돈없어 정밀검사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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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당뇨 댓글 0건 조회 756회 작성일 10-08-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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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고혈압 앓는데도 돈없어 정밀검사 못받아
[최저생계비로 한 달] 달동네 빈곤리포트
② 삼선동 장수마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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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의 한 주민이 지난 4일 오후 재활용품을 모으려고 마을 골목길의 쓰레기 수거장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장수마을에는 모두 150가구가량이 모여 사는데, 노인가구가 55%에 이른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한겨레> 김소연 기자가 참여연대의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에 참여해 7월 한달간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재개발 예정지역인 ‘장수마을’에서 살았다. 지난주 김 기자의 체험기에 이어, 이번엔 실제로 장수마을에서 최저생계비 수준의 생활비로 사는 이들의 현실을 전한다.

집소유 90가구 국공유지 점유
매년 사용료 290만원 ‘빚더미’

장수마을의 터 가운데 64.3%는 국가와 서울시, 성북구가 소유한 국공유지다. 장수마을은 일제 때부터 판잣집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한국전쟁 뒤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무허가로 집을 지었다. 1968년 정부의 무허가주택 양성화 조처가 나온 뒤 본격적으로 주민들이 정착했다. 하지만 1994년부터 국공유지를 사용하는 집주인들에게 토지사용료(변상금)가 부과되면서 마을 주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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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주거유형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꾸린 ‘대안개발연구모임’의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장수마을의 약 90가구가 국공유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가구당 사용료로 1년에 290만원이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대체로 가난해 변상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가구당 평균 체납액은 1600만원이고, 총 체납액은 무려 14억5000만원이나 된다. 2004년 재개발 예정 지역으로 지정된 장수마을이 설령 ‘개발’이 된다고 하더라도, 마을주민들은 보상금으로 변상금을 갚고 나면 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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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주거유형
장수마을은 주거환경도 열악하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겨울에 기름보일러를 쓰느라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는데다, 20년 이상 된 ‘노후 불량 주택’ 비율이 97%가량 된다. 장수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자신의 집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 어렵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소연 기자



기초수급·차상위가구의 현실
 

■ 기초생활수급 2인 가구, 달동네에 갇혀 산다 고만철(79·가명)씨는 몸의 반쪽을 움직일 수 없어 하루 종일 누워서 지낸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18년째 방에 갇혀 지내고 있다. 달동네인 장수마을은 가파른 계단이 많아 휠체어가 있어도 외출이 어렵다. 고씨는 밖으로 난 작은 창문을 통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아내 김수연(70·가명)씨가 고씨를 그림자처럼 지키고 있다.

부부는 5년 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다. 생계·주거 급여로 약 60만원, 고씨가 장애1급이라 장애수당 16만원, 기초노령연금 14만4000원 등 한 달에 90만원가량을 받는다. 올해 2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85만8747원인데도, 고씨 부부가 생계·주거 급여로 약 60만원만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초노령연금 때문이다. 기초노령연금 액수만큼 급여가 깎이기 때문에 연금을 받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의료비나 교육비처럼 국가에서 간접적으로 주는 혜택 비용까지 빠지고 나면 60만원 정도가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 노부부
집 낡은데다 도시가스 없어
석유·전기 월 수십만원 ‘폭탄’
기초노령연금은 수급서 제외

 

고씨 부부가 10년 전 장수마을에 터를 잡은 이유는 방값이 싸서다. 지금 살고 있는 방 두 칸짜리 집은 전세 1500만원에 세를 들었다. 서울에서 좀체 찾기 힘든 방이다. 이곳의 방값이 특별히 싼 이유는 집들이 오래되고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는데다 도시가스마저 들어오지 않을 만큼 낙후됐기 때문이다.

고씨 부부의 생활비는 1년 단위로 봐야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난방비 등 겨울에 들어가는 비용이 여름보다 세 배 이상 많다. 김씨는 “겨울에는 기름보일러와 전기장판으로 버텨야 하기 때문에 봄, 여름에 돈을 모아두지 않으면 겨울에 얼어 죽는다”고 말했다. 석유 한 드럼이 20만원 정도 하는데, 겨울을 나려면 한 달에 두 드럼 정도가 든다. 겨울에 매달 난방비(석유+전기세)로 50만원가량 쓰는 셈이다.

 

난방비를 의식해 석유를 아끼려다가 큰일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1년 6개월 전에 석유 좀 아끼려고 방을 좀 춥게 했더니 마비 상태인 남편의 왼발이 얼어 병원에서 절단을 하라고 하더라”며 “남편이 발을 자르는 것을 원하지 않아 지금껏 그냥 있다”고 괴로워했다. 고씨의 왼발은 지금도 돌덩어리처럼 딱딱하고 까맣다. 이들 부부가 ‘난방비 폭탄’에서 벗어나려면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1500만원 하는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고, 월세로 돌리고 싶어도 어지간한 쪽방이나 고시원은 월 25~30만원은 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김씨는 “바위틈에 끼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와 같다”고 말했다. 현재 최저생계비로 잡힌 2인 가구 주거비 14만8104원과 광열·수도비 5만7374원은 고씨 부부에겐 너무나 비현실적인 액수다.

이 밖에도 이들 부부는 매달 식료품비로 30만원, 수도료 1만~1만3000원을 써야 하고, 3~4개월에 한 번씩 3만8000원 하는 엘피지(LPG) 가스도 사야 한다. 병수발을 하는 아내 김씨도 당뇨고혈압을 앓고 있어 병원에 다닌다. 그는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돈이 없어 미루고 있다”고 했다. 고씨 부부에겐 700만원의 빚이 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나마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할아버지가 저세상에 가야 하는데…. 나 없으면 저 사람은 아무것도 못하잖아.” 김씨의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차상위계층 5인가구
아이 셋 교육에 최소 20만원
돌발상황 많아 병원비 큰부담
교육·의료비 14만원 턱없어

 

■ 차상위 5인 가구, 빚만 쌓인다 이주현(41·가명)씨는 소득과 재산을 환산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20%가량 되는 차상위계층이다. 차상위계층은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보육료 등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이씨의 남편은 집수리 일을 하는데, 수입이 불안정해서 월평균 100만~150만원 정도를 번다. 5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61만5263원인데, 이씨네 가족은 사실상 최저생계비 정도의 돈으로 한 달을 사는 셈이다.

 

이씨의 자녀는 첫째가 초등학교 5학년이고, 둘째가 6살, 막내가 22개월이다. 이씨네 자녀들이 학원에 다니진 않지만, 5인 가구 최저생계비에서 교육비로 책정된 7만2472원은 ‘말이 안 되는’ 금액이다.

첫째 아이는 매월 학습지만 받아보는데도 6만2000원이 든다. 둘째의 학습지 비용도 6만4000원이고, 어린이집 특기적성비로 5만원이 나간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어린이집 비용 17만원 말고도 17만6000원이 교육비로 ‘추가’되는 형편이다. 첫째 아이의 전과나 문제집은 아는 사람에게서 물려받아 해결하지만,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현장학습이나 소풍을 가면 따로 돈을 낸다. 이씨는 “아무리 아껴도 월 20만원은 쓰게 된다”며 “최저생계비는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셋이나 키우다 보니, 돌발상황이 적잖아 병원비도 많이 든다. 둘째 아이가 천식에 후두염이 있어 올해만 벌써 두 차례나 응급실에 실려갔다. 얼마 전 둘째 아이가 치과에서 썩은 이를 치료했는데 자그마치 50만원이 들었다. 이씨는 병원비로 월평균 20만원은 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에 잡힌 5인 가구의 보건의료비는 7만2472원이다.

 

식구가 많아 식료품비로 50만원, 교통·통신비로 20만원이 넘게 들지만, 무엇보다 주거환경이 가장 큰 문제다. 이씨네 가족은 2500만원짜리 전셋방에서 산다. 반지하라서 습기가 많이 찬다. 22개월 된 막내의 건강 때문에 제습기를 트는데 매달 전기세가 5만7000원이나 나온다. 그나마 다자녀가구 혜택으로 1만원을 할인받은 게 그 정도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3만8000원짜리 엘피지(LPG) 가스를 두 달에 한 차례씩 들여놓고, 겨울에는 기름보일러 때문에 난방비가 30만~40만원씩 들어간다. 돈이 없어 열악한 집에서 살다 보니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씨네도 빚이 3000만원이다. 한 달 이자로만 20만원을 쓴다. 집에 한 대뿐인 컴퓨터가 고장나 바꿔야 하지만 아이들에게 ‘다음달에 사줄게’라며 거짓 약속을 반복하고 있다. 막내는 돌사진도 못 찍어줬다. “열심히 일하고, 돈도 아껴 쓰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어렵게 살아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이씨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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