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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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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개각 후폭풍 댓글 0건 조회 1,263회 작성일 10-08-1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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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개각이 여권의 '차기 경쟁'에 일으키는 파동이 크다. 파동의 직접적 영향권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놓여 있다. 김태호 총리와 이재오 특임장관 발탁으로 요약되는 개각은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차기 관리가 '박근혜 배제'에 맞춰져 있음을 확인시켰다. 당혹과 위기감이 친박계를 엄습한 가운데 박 전 대표는 원래의 도정대로 밀고가는 '마이 웨이' 기류다. 친이계의 '박근혜 대항마'를 겨눠온 김 지사는 '40대 총리'라는 강력한 잠재 경쟁자의 등장에 긴장의 날을 잔뜩 세우는 양상이다.

■ 박근혜… 복지·정책 공부 '대권 시간표'대로
친이 권력투쟁 등 정국 자신감도
내부선 위기감 '외연 확장' 목소리


개각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의 시선은 "박근혜 배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는 게 주를 이룬다. 박 전 대표보다 열 살이나 적고 대중성도 겸비한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여권의 대선레이스에서 박 전 대표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내부의 긴장감은 높아졌고,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행보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박 전 대표는 본인이 구상하고 있는 '대권 시간표'를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는 게 가까운 인사들의 전언이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11일 "
정운찬 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총리 후보로 지명되는 순간 정치권과 언론에서 대권후보의 하나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늘 있었던 과정 아니냐"며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빨라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상찬 의원도 "박 전 대표는 외부 환경의 변화를 보고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는 경우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주변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박 전 대표는 개각 변수로 인해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정치적 비전과 정책을 가다듬는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말부터 시작될
국정감사 준비에도 몰두하는 분위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그는 내년도 예산과 경제운용 방향 등 거시경제 정책부터 복지 비전, 양극화 대안까지 광범위하게 스터디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 전 대표의 '마이웨이식' 행보에는 향후 전개될 정치적 상황에 대한 자신감도 깔려있는 듯하다. 하반기에 여권 주류가 개헌 이슈 등으로 정국을 끌고 갈 수 있지만 성공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는 눈치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친박계는 친이계 내부에 잠복된 권력 투쟁이 재연될 수 있고, 친이계의 분열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간은 우리 편"(한 참모)이라는 판단이 저류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김무성 원내대표나 진영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상황에 대한 경계심은 커지는 기류다. 내부에서도 박 전 대표가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친박계 한 인사는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때를 대비해 외연을 넓히고 비전을 정교하게 짜는데 시간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계 인사들을 포용하고, 비공개로 만나는 각계 인사들과의 관계도 의도적으로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대선 호흡은 8·8 개각에 비친 친이계 핵심부와의 '긴 싸움'에 맞춰지는 흐름이다.

< 이주영 기자 >

■ 김문수… 김태호·이재오 급부상에 불안감
'친이 유력주자' 위치서 격하된 꼴
센 언행 지속 관심 끌기 노릴 듯


김문수 경기지사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김 지사는 여당이 참패한 6·2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재선에 성공, 친이계의 유력한 '박근혜 대항마' 입지를 확보했다. 김 지사의 양양해보이던 전도는 그러나 8·8 개각을 통해 잔뜩 흐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꺼낸 40대 김태호 총리와 이재오 특임장관 카드가 그의 '큰 그림'을 위협하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김태호 총리'는 등장하자마자 친이계의 '박근혜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친이계 핵심 세력이 그의 총리 내정을 적극 추동하고, 이 대통령이 '세대교체'의 완결편으로 발탁한 때문이다. 단순히 친이계의 차기 후보군이 한 명 늘어난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친이계 주류의 지원 속에 박 전 대표에 대항하는 '친이 유일 후보'를 꾀하던 김 지사로서는 위협적인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김 지사의 위기감은 그가 지난 9일 의정부 경기2청사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내논 발언으로 극명하게 표출됐다. 김 지사는 "갑자기 자고 나니까 '어, 이 총리가 누구지'(라는 반응이 나오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저놈이 또 언제 해 처먹는지, 뒤로 뭘 빼먹을지, 다음에 저 사람이 그만두고 자살을 할지, 총 맞아 죽을지 정말 모르는 것"이라고 김 내정자에 대해 거의 극언을 퍼부었다. 대통령의 최고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될 '대형 설화'이지만, 김 지사는 이후에도 "리더십이 불안하면 절대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같은 민중당 출신으로 차기 경쟁에서 자신을 지원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가 점점 대권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도 김 지사에게는 불편한 환경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 내정자가 여권 내 권력구도 재편 조정 역을 하면서 향후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상황을 종합하면 김 지사는 지방선거 이후 잠시 누렸던 '친이계 유력주자'의 위치에서 격하돼, 친이계의 여러 주자 중 한 명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그런 만큼 김 지사의 '도발'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싸우면서 큰다'는 정치역학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경쟁자들은 중앙무대에서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지만, 중앙정치에서 한 발 떨어진 경기지사는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다. 김 지사로선 좀 더 센 언행으로 경쟁자들을 자극하는 식으로 중앙무대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는 계산도 할 법하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2012년 대선을 앞둔 일정 시점에 경기지사를 중도사퇴하고 대권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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