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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모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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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직 댓글 0건 조회 851회 작성일 10-04-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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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지고 있는 화성의 지도가 우리의 바다밑 지도보다 더 낫다.”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는 과학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나오는 구절이다. 과연 그랬다. 바다는 ‘화성보다도 먼’ 심연이었다.
 
그리고 그 바다 앞에서 인간의 무지 또한 심연보다 깊었다. 단지 많은 청년들이 죽었기 때문이거나 사상 초유의 사고가 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또 사람살이는 언제나 사고의 연속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왜?’에 따라 그 죽음과 사고는 수많은 의미의 연쇄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의미의 서사에 따라 비극의 양과 질도 하늘만큼 땅만큼 달라진다.

바다앞에서 깨달은 인간의 무지

거대한 전함이 두 동강 났다는 건 분명 충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저 끔찍한 ‘4월의 악몽’을 연출하리라곤 솔직히 생각지 못했다.
 
 ‘그래, 바다에 잠겼다니까 곧 구하면 되겠지, 전투 중인 것도 아니고, 태평양 한가운데도 아니고, 거기다 우리나라는 기술로야 세계 최고 아닌가.
 
곧 가족들과 감격의 상봉을 할 테지.’ 아마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안도했으리라.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무지의 소산인지를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수색도 하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났고, 발견된 다음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헉! 대체 어떻게 저럴 수가? 그렇게 무려 스무 날이 지났다.
 
그래, 좋다! 일단 정치, 군사적 문제 따위는 제쳐두기로 하자. 배후에 뭐가 있건, 폭발의 원인이 뭐건 그건 다음다음 문제다.
 
내가 주목하는 건 사고가 난 다음부터의 일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저 수준이라면, 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아니, 이게 대체 말이 되는가?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우리가 자랑해마지 않는 기술문명이란, 뭔가를 파괴할 때는 가공할 경지를 보여주지만 사람을 구하는 일에는 저토록 무력하구나.
 
산을 헐어 바다를 메우고, 온 나라의 강을 파 뒤집는 데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 한명을 건져올리지 못하는구나.
 
하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문명이란 본디 파괴와 소유를 위한 것이지 구원의 기술이나 지혜 따윈 안중에도 없으니까.
 
나는 분노와 절망을 넘어 차라리 깊은 적막을 느꼈다. 아,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이 문명은 진정, 구제불능인 것인가? 하는.

그렇게 망연자실할 때, 문득 TV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를 만났다. <장애인의 날 스페셜>에 나온 ‘두 발 꼬마’가 바로 그다.
 
한 승가원에 살고 있는 이 열한살짜리 꼬마는 팔 없이 두 발로만 살아간다. 두 발로 밥도 먹고 옷도 갈아입고, 춤도 추고 달리기도 하고… 못 하는 게 없다.
 
두 발이 우리의 사지를 합친 것보다 더 활발했다. 그뿐인가. 학급회장 선거에도 나가고 여자친구도 있다.
 
꼬마는 활짝 웃으면서 말한다. 팔이 없어도 괜찮다고, 두 발로도 충분하다고. 헐!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승가원의 동생한테 한글을 가르치는 장면이었다.
 
동생은 뇌병변으로 인지능력이 한참 떨어진다. 한글은커녕 자기 이름자 하나를 깨치는 데도 무지막지한 시간이 걸린다.

특별한 열한살짜리 ‘두 발 꼬마’

그렇지만 이 두 발 꼬마는 가르치고 또 가르친다. “내가 너 때문에 미쳐, 미쳐!”를 외치면서도.
 
오, 세상에나! 나는 그 불가사의한 생명력 앞에서 또 다시 깊은 적막에 빠졌다.
 
그것은 결코 희망이나 기쁨 따위로는 치환될 수 없는 것이기에. 이렇듯 지난 4월은 ‘이중적’ 의미에서 참으로 잔인한 계절이었다.
 
희망은 산산히 부서졌건만, 그렇다고 절망에 빠지는 일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하긴, 루쉰의 유명한 말마따나 희망이나 절망이란 본디 허망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저 희망과 절망, 그 ‘사이’를 헤집으며 터벅터벅 앞으로 나아갈 밖엔. 오직 모를 뿐! 오직 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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