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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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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건 댓글 0건 조회 990회 작성일 10-04-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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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지·향응 접대 사실이 폭로된 이후 대검찰청 앞에선 규탄 시위와 기자회견, 그리고 인터넷에는 "검사 월급이 아깝다"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행태(行態)를 바로잡으려면 이런 규탄만으론 부족하다. 검사 생활 20년 동안 이사를 15번 이상 했다는 검사가 수두룩하다. 매년 정기 인사 때마다 임지(任地)를 옮겨 다니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비슷한 경력의 일반 공무원들에 비해선 월급이 많다고 하나 변호사 개업을 한 대학이나 고시(考試) 선후배들의 수입엔 비할 바가 못 된다. 아이들 과외 비용 대기도 힘들다.
 
객지 생활에 시달리며 상대적으로 수입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 검사들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려고 온갖 수단으로 접근해 오는 지역 유지들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검찰의 '스폰서(후원자)' 관행은 이런 배경에서 생겨났다.

검사들이 유혹을 이기고 자신을 지켜낼 수 있으려면 그만한 정신적 보상(報償)이 뒤따라야 한다. 검사의 역할은 성역 없는 수사로 권력층이나 대기업의 부정부패를 파헤치고,
 
서민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죄의 유무(有無)를 정확히 가려주는 일이다. 검사가 이 역할에 충실하면 국민의 존경과 신뢰가 따르고 이 존경과 신뢰는 검사가 여러 유혹을 버텨내는 힘이 된다. 신뢰와 존경이 쌓이는 데는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검사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호남 정권이 들어서면 호남 출신 검사가, 영남 정권이 들어서면 대구나 부산 출신 검사가 요직을 싹쓸이해온 게 검찰의 현실이다.
 
서울지검 특수부 같은 요직은 정권이 바뀌면 특수부 경험이 없는 검사가 지역 줄을 붙잡고 밀물처럼 밀려들어와 수사를 그르치거나 수사권을 남용하기도 하다가 정권이 바뀌면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런 풍토에선 검사들이 누가,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을지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정권 실력자에게 줄을 대려 하는 걸 '정의'라는 형식 논리를 앞세워 나무랄 수만도 없다.
 
이래 가지고는 백년이 가도 검사와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권력층 비리를 도려내는 수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검찰이 새로워지려면 먼저 검찰이 권력층 안의 거악(巨惡)을 뿌리뽑아 사회를 부패로부터 지켜준다는 국민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검찰의 그런 모습을 보면 국민도 검찰의 정치 독립과 수사 권위를 지켜주려 나서게 될 것이다.
 
국민과 검찰 사이에 이렇게 서로를 지켜주는 토대가 만들어지려면 10년, 2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검찰은 '스폰서'의 손아귀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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