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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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자도 댓글 0건 조회 874회 작성일 10-02-16 18:28본문
"그날도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새벽 1시가 좀 넘어서야 사무실을 나왔는데... 열쇠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 갔거든요. 그때가 한 새벽2시? 두 아이와 아내가 모두 안방에서 잠들어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다가 여기서 잠들었나보다 하고 방문을 닫으려는데, 이불 밖으로 발 여섯개가 나란히 나와있는게 보이는 거예요. 세사람의 발이 , 근데 그순가 갑자기 숨이 콱 막히는 게, 숨쉬기가 어려웠어요."
30대 후반 남자 환자가 어느 날 그런 예기를 했다. 그는 왜 잠들어 있는 사랑스런 가족의 모습을 보고 숨이 막혔을까. 그것도 발들을 보고......
"저 발들이 다 나를 기대고 있구나. 내가 어떻게 저 많은 발을 다 지탱해 줄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어디론가 도망 치고 싶었어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남자들이 측은해 진다. 그들은 여자들보다 많은 특권을 누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가정을 이끌고 가야 하는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사람이다. 때로 그들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울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남자들은 우울한 자유조차 없다.
남자는 어릴 적부터 남자다워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울어서도 안되고, 약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되며,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배운다 .
그런 그들에게 우울해진다는 것은 자신이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것은 언제든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은 우울할 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지 못한다. 차마 '말하지' 못하는 그들의 우울은 그래서 일 중독이나 술 중독 같은 다른 형태로 얼굴을 내민다.
남자와 여자는 사실 거의 같다. 마음속엔 똑같은 갈등과 욕구가 자리잡고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여자들이 관습과 억압에서 해방되어야 하듯이, 남자들도 자신을 옭아매는 억압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 놓을 수 있다면 세상이 좀더 부드럽고 편안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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