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에게 인사(人事)만큼 중대사( 重大事)는 없다. 부귀영화를 누리기위해 공직에 입문한 것이 아닌 만큼 이들에게 있어서 유일한 희망과 바람은 승진일 수밖에 없다.
물론 공직자중 일부는 이런 것에는 관심없이 부(富)에만 눈독을 들이고 뒷돈을 챙겨오다 수십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직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배짱 좋은 비리 공무원들도 있다.
그래도 대다수 공무원들은 국민의 공복(公伏)으로 맡은바 소임을 다하면서 수신제가(修身齊家)하고 수십년 공직 생활의 결과물인 승진을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한다.
이러니 승진을 놓고 벌이는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승진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현재 일선 기초단체의 인사권은 전적으로 자치단체장의 권한이다. 자치단체장의 눈 밖에 나거나 충성(?)을 다하지 않는다면 결코 승진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현 단체장의 경쟁상대였던 전 단체장의 사람으로 찍히면 현 단체장 재임기간 중 승진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이런 이유들로 능력이 있으면서도 15년에서 20년씩 사무관이나 6급주사, 7급 주사보에서 승진을 못하고 있는 이들이 즐비하다.
그래도 이들이 실망하지 않고 시민들을 위해 묵묵히 일해준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자포자기에 빠진 일부는 슬슬 한 눈을 팔기 시작하고 문제가 벌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반대로 단체장과 학연·지연·인맥 등으로 얽혀 있으면 승진은 좀 더 쉬워진다. 인사 전부터 주위에서는 아예 "이번 인사에서는 시장과 특수 관계인 누가 승진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늘 그런 분석은 여지 없어 맞아 떨어진다.
이런 인사 시스템속에서 개인의 능력과 업적에 대한 공정한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로지 시장·군수의 입김이 작용한 인사만 있을 뿐이다.
최근 용인 서정석 시장이 인사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됐다.
혐의는 특정인을 승진시킬수 있도록 과장과 계장 등 인사담당자들에게 지시했다는 것. 이번 검찰의 기소는 시장·군수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대해 검찰이 최초로 제동을 건 것으로 향후 재판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상적인 평가와 개인의 능력을 무시한 채 서열을 조작, 단순히 특정인을 승진시켰다는 것 외에 이런 부정으로 생긴 피해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이들의 실망감에서 비롯된 행정력 손실 등 더 큰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러나 서 시장측도 물러서지는 않고 있다. 담당자에게 구체적으로 서열조작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능력있는 직원을 발탁인사한 것은 시장의 고유권한인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서 시장에 대한 유·무죄 결과는 앞으로 재판결과를 통해 밝혀진다. 그러나 유·무죄 결과를 떠나 현재 일선 시군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사에 있어서 '시민을 위한 인사'보다는 '자치단체장만을 위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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