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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단체부터 깨끗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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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문가 댓글 0건 조회 851회 작성일 09-12-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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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업에 많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또 기업들도 이런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순응 내지 순응하는 흉내라도 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경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귀한 사람들은 그들이 혜택을 누리는 만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로마시대 개념에서 나왔다. 이 개념은 부유한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규제하기보다 그들에게 사회적인 책임감을 부여함으로써 규제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였다.
 
또한 부자들이 자랑스럽게 사회에 기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로마 황제들을 포함해 성공한 이들이 비아아피아 같은 수많은 공공시설들을 지어 바친 것이나,
 
수많은 전쟁에서 최고공직자인 집정관을 비롯한 귀족들이 많이 전사한 것은 로마의 상류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아무리 성공했더라도 사회에 제대로 기여하지 않으면 존경받지 못한다는 것은 성공한 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매슬로의 ‘인간욕구 5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그 다음 단계에서는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기를 원한다. 나아가 어릴 적부터 가졌던 꿈 즉,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한다.
 
매슬로 입장에서 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성공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존경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또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존경해주는 안정된 구조를 구축하는 요소다.

오늘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금전적인 기여뿐 아니라 의사, 변호사, 또는 공인회계사 같은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사회적인 약자에게 악용하지 않고 정직하게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또한 전문가 단체인 변호사협회나 공인회계사회, 의사협회와 같은 단체들도 소속된 전문가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격려하고 관리하는 책임이 막중하다.
 
과거에 전문가 단체의 목적은 소속 전문가들의 이익 보호였다. 지금도 전문가들의 이익 보호가 이들 단체들의 중요한 설립 목적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소속 전문가들에게 사회를 대신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설립 목적이다.

엔론사태가 일어나고 2년 뒤인 2003년에 세계공인회계사연맹(IFAC)은 재무공시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공인회계사들의 사회적인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스스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그동안은 공인회계사들이 모인 전문가 집단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회계감사기준·공인회계사윤리기준 및 회계사교육기준을 제정하는 과정에 누구도 간섭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엔론사태 이후에는 자율규제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가 무너졌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외부감독 체제를 도입했다. 외부감독 체제를 도입한 지 6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공익적인 활동과 이를 감시하기 위해 스스로 도입한 공익감시기구(PIOB)의 활동 성과를 엄격하게 평가 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공시한 바 있다.

사회가 책임을 묻기 전에 스스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오늘날 전문가 단체들에 요구되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우리나라의 각 전문가 단체는 특별법에 따라 설립돼 있다. 그러나 특별법상 보호를 받고 있는 전문가 단체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사회는 이들을 응징할 것이다.

오늘날 이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인 책임이란, 소속 전문가들이 정직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최상의 서비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하도록 감독하고 관리하는 것을 포함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전문가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각 전문가 단체들은 이런 시대적인 요청에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런 사회적 책임에는 소홀히 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에만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구태의연한 전문가 단체는 더 이상 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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