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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詩) 출제 문제 나도 모두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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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출제 문제 댓글 0건 조회 900회 작성일 09-11-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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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이 있다. 창작자인 시인의 손을 떠난 시를 감상하고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문학교육 현실에선 ‘시는 시험 출제자의 것’이라는 말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최승호 시인이 엊그제 본지 인터뷰에서 쏟아낸 “내가 쓴 시가 나온 대입 문제를 풀어봤는데 작가인 내가 모두 틀렸다”는 한탄을 들어봐도 그렇다.

최 시인의 작품은 수능 모의고사 문제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는 모의고사 중 자신의 시 ‘아마존 수족관’에 관한 문제를 풀어봤는데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최 시인이 “작가의 의도를 묻는 문제를 진짜 작가가 모른다면 누가 아는 건지 참 미스터리”라며 쓴소리를 할 만도 하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은 비단 최 시인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십수 년 전 신경림 시인도 한 중학교에서 자신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에 관한 문제 10개를 풀었는데 겨우 세 문제밖에 맞히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학교 교육에서 시는 시 자체로서 음미하기보다는 분해·조립하는 기계 부속품처럼 둔갑해 버렸다.
 
한낱 문제풀이를 위한 분석 대상으로 전락하다 보니 시의 이미지와 리듬, 글의 맛과 멋은 뒷전이고 주제가 뭔지,
 
사조(思潮)가 뭔지 등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답안 찾기에 매달리기 일쑤다. 작가의 의도보다는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이러니 작가가 자신의 시에 얽힌 문제를 풀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교육은 학생을 문학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이런 가르침은 ‘가래침’”이라는 최 시인의 한탄은 죽은 문학교육에 대한 뼈아픈 질타다.

객관식 시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난해한 문제풀이용 ‘죽은 문학교육’에 학생들을 계속 옭아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학창 시절 좋은 작품을 읽고 쓰는 것 자체를 즐기게 해줘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 같은 기계분해식 문학교육부터 탈피해야 한다.
 
문학을 문학으로 접하게 하는 교육 방법. 교육당국과 국어교사들이 서둘러 찾아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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