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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는 지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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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히틀러 댓글 0건 조회 1,018회 작성일 09-12-0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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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강의 시간에 교수가 질문을 던졌다. 아돌프 히틀러는 지도자인가? 한 여학생이 열정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히틀러가 나쁘기는 하지만 그는 독일 국민의 희망과 증오를 반영했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추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독일을 변화시킴으로써 약속을 이행했다. 그러니 어떻게 그를 지도자라고 부르지 않겠는가.”

누가 봐도 독재자이자 전쟁광이다. 그런 자를 새삼 들먹이는 것은 한국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히틀러는 술 담배 고기를 삼가는 등 생활이 검약했고 자신에게 엄격했다. 사회적으로는 범죄가 없는 거리를 만들고 미풍양속을 보호해 사회적 기풍을 바로 세웠다.
 
 거리를 헤매던 600만명의 실업자에게 집권 3년 만에 먹고살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육군중사 출신의 이런 실적은 놀랍다.

겉모습에 속아선 안 된다. 히틀러에겐 치명적인 것이 있었다. 사명감과 소명의식의 과잉 발현이었다.
 
니체는 “대중이 히틀러에게 마취되는 사이 히틀러는 스스로 부과한 사명감에 도취되었다”고 지적했다.
 
사명감은 책임의식과 맞닿아 있다. 자기 절제만 가능하면 사심 없이 일하는 동력이 된다.
 
지나치면 독선으로 흘러 자신과 추종자, 끝내는 국민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정치인들은 많고 적고 간에 스스로를 민족의 영도자로 자처하곤 한다. 심하면 병이 된다.

그런데 한국의 지도자들에게도 유사증세가 나타나고 있어 걱정된다. 뜻과 목표가 선하고 옳으면 다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듯한 언행이 적지 않다.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여기는 독단과 어거지도 걸러지지 않고 노출된다.

세종시와 4대강, 예산안 처리 등 어려운 국가적 일이 쌓여 있다. 여여 간, 여야 간 불통과 반목이 중증이어서 쉽게 해결될지 미지수다.
 
세종시는 이명박 대통령과 국정동반자여야 할 박근혜 전 대표가 대립하고 있다. 4대강은 국정의 한 축인 야당이 예산심의권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대화는 끊겼다. 변설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만 하고, 말하고 싶은 것만 종횡무진으로 떠들고 있을 뿐이다. 이래선 어느 누구도 역사적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서기 어렵다.

그나마 엊그제부터 자제의 기미가 보여 안도가 된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제출에 앞서 충청인의 상한 마음을 다독이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설령 퇴로 찾기라고 하더라도 막았던 한쪽 귀를 열겠다는 태도이면 의미심장하다. 내친 김에 박 전 대표와도 만나 나머지 다른 쪽 귀도 열 일이다.
 
설득은 작은 고기를 굽는 것처럼 면밀한 정성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너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야속하다”고 하기에 앞서 박 전 대표와 마주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정상에 오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역사와의 대화도 가치 있지만 엄연한 현실정치와 벽을 쌓아서는 국가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

박 전 대표는 애국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다 보니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원칙의 정치는 중요하나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한국 정치가 자주 덜컹거리는 게 박 전 대표 탓이라는 인식을 줘선 곤란하다.
 
박 전 대표도 자신의 의식세계가 외골수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추진력과 지속적인 의지 못지않게 설득력이 중요한 시대다. 한비자는 세난편에서
 
 “설득하려면 상대방의 심정을 통찰하고 그 심정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끼워 맞춰야 한다”고 했다.
 
설득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하기사 “누군가의 마음 얻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고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말했다. 그렇더라도 진정한 지도자가 되려면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은 이 대통령이 취임 초 읽은 책이다. 저자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가 그 책에서 여학생의 답변을 수정한다.
 
 “히틀러는 독일 국민을 지배했을 뿐 이끌었다고 할 수 없다.” 지도자가 아니다.
 
사명감 과잉의 끝은 공멸이다. 반면교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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