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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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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찜통사무실 댓글 0건 조회 1,108회 작성일 09-07-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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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공무원 이모(27)씨는 요즘 아침마다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인다. 기상캐스터의 “오늘은 서울지방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이씨는 “실외 온도가 30도를 넘어야 사무실에 냉방이 나온다”며 “선배들은 2~3년 지나면 적응이 된다는데 첫 여름이라서 그런지 매일 사우나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김모(26)씨는 “다들 ‘냉방병 걱정은 없다’며 위안을 삼는다”고 했다. 김씨는 “가만히 앉아서 일만 해도 속옷까지 땀으로 흥건해져 민망할 때도 있다”며 “공무원부터 에너지 절약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일은 하게 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외교부 소속이지만 길 건너 외부 건물에서 일하는 A씨는 “본청에서 일하던 작년과는 확실히 업무 효율과 삶의 질이 다르다”며 “익숙했던 선풍기 바람이 이제는 낯설 정도”라고 했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방침 강화에 따라 공무원들의 여름 근무는 더욱 힘들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인색했던 냉방기 가동을 더욱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박모(33)씨는 “‘청사 관리실 온도계는 사무실보다 2~3도 낮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라며 “그나마도 아끼려고 ‘서머타임’까지 한다는데, 요새 정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이 어디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6월 초 몇몇 정부 부처에는 전기를 아낀다며 오후 7시에 일제히 소등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대부분 사무실에 남아서 일하던 공무원들은 깜깜한 복도에 나가 전원 박스를 찾아 다시 전원을 올리고 업무를 계속해야 했다. 최모(28)씨는 “예고도 없어서 정말 무슨 큰 일이 난 줄 알았다”며 “7시에 퇴근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렇다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전원을 내리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두세 차례 비슷한 일이 벌어지자 직원들이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후에는 강제로 전원을 차단하는 일은 없었다.


지난 1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며 정기적으로 정부 청사 내 구내식당의 문을 닫게 한 조치도 공무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과천 정부종합청사의 경우 외부 식당을 이용하려면 왕복 30분을 걸어야 해 한여름 더위에 더욱 지친다는 것이다.


이모(27)씨는 “과천 청사에만 공무원이 5000명이 넘는데 겨우 셔틀버스 몇대 투입했다”며 “다니는 코스도 너무 뻔해서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모(30)씨도 “3월부터 외부식당 중에 할인해 주는 곳이 생겼지만 구내식당 만큼 쌀 수는 없다”며 “외부식당 가서 밥 먹고, 땀 흘리며 걸어오면 뱃속이나 주머니나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지난해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지난 4월부터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B씨는 “특강을 위해 오신 현직 선배들이 여기는 ‘왜 이렇게 춥냐?’며 ‘정부 청사 사무실이 얼마나 더운지 알면 그만두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더위까지 견뎌야 한다는 것은 좀 그렇다”며 “아무리 ‘철밥통’이라고들 하지만 이번 여름이 힘든 것은 여느 샐러리맨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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