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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방식의 글쓰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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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새로운 댓글 0건 조회 778회 작성일 09-07-0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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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백일장 대회가 있다. 대학이나 문학관련 기관·단체 등에서 주최하는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백일장이 들어 있다.
 
그런데 조선 태종 때 성균관 유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방식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이 대회는 너무 단선적이어서 다양한 상상력, 창의력을 길러주는 글쓰기 대회가 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학생 백일장 대회 입상자에게 대학 특례입학 혜택을 주거나 장학금 등 상금이 많아지면서 표절이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한국작가회의는 지난주 광운대에서 전국 고교생 백일장 대회를 열면서 시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출제하기로 했다.
 
 먼저 아일랜드 극작가 존 밀링턴 싱의 희곡 <바다로 가는 기사들>이란 연극을 배우들이 무대에서 40여분간 입체낭독을 하게 하고 연극의 주제와 관련된 문제를 출제했다.
 
무대 뒤에는 연극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영상으로 계속 보여주면서 배경음악과 함께 감상하게 했다.
 
학생들이 좋은 작품을 입체적으로 감상하고 사고하게 하고, 인간보다 더 강한 존재인 바다와 삶과 죽음의 문제, 바다로 갈 수밖에 없는 남자들과 남아 있는 여자들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였다.

두 번째 문제는 시제를 ‘계단, 반환점, 환승역, 새벽, 첫만남, 우유, 차창’ 등 일곱 가지 주고 그중에서 세 가지 이상의 어휘가 들어간 시나 산문을 쓰도록 하였다.
 
상상력을 길러주기 위한 시도였다. 세 번째 문제는 조지 투커의 그림이미지와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의 유명한 장면을 보여주고 이 장면을 보고 든 느낌과 생각을 쓰게 했다. 물론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쓰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시제를 출제하기로 논의하는 과정에 반대도 있었고 우려도 있었다.
 
 기존의 방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고, 학생과 교사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글쓰기를 마친 학생들과 만나 당황하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더니 오히려 재미있어했다. 학부모 중에는 신선하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미대 입시가 석고상이나 정물만 외우다시피 그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발상과 표현’이란 과목을 새로 만든 지 오래되었다.
 
 “‘열림과 닫힘’이란 주제를 그림으로 그리시오” 또는 “‘어머니의 힘’을 그림으로 그려 보세요” 같은 문제가 출제된다.
 
 물론 아무리 창의적인 방식을 고민해도 입시제도라는 틀 속에 갇히면 다시 정형화되고 획일의 나락에 빠지는 우를 범하게 되지만 창의력과 상상력과 개성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쓴 글을 보니 싱의 희곡을 감상하고 난 글과 투커의 그림이미지를 보고 쓴 글이 많았다.
 
 장원작 <서랍>과 <블랙박스>는 투커의 이미지를 보고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실 같기도 하고 끝없이 이어진 상자 같기도 한 네모 칸 속에 갇혀 있는 고립된 인간의 모습이 붉은색으로 강렬하게 표현된 그림에서 학생들이 수많은 상상을 끌어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백일장이 상 받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글쓰기 대회에 참여한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 되는 대회,
 
글 쓰는 일이 내 삶을 새롭고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는 걸 경험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도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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