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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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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생 댓글 0건 조회 851회 작성일 09-05-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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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한 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유대인이 상권을 점령한 지역에 한국인이 들어와 가게를 열면 기왕에 장사를 하고 있던 유대인들이 바짝 긴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한국인이 한 명 더 들어와 장사를 시작하면 그제야 안심을 한다고 했다.
 
상대하기에는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더 버거울 텐데 그 반대인 것이다.

내용인즉 부지런하기 짝이 없는 한국인이 특유의 근면성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지만,
 
한국인이 한 명 더 들어오면 서로 경쟁을 하느라 출혈 판매를 감행하고 서로를 위해하는 통에 얼마 못가 둘 다 빈손 쥐고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팔짱 끼고 시간만 가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우스갯말이라며 들려준 이야기였지만 전혀 우스갯소리 같지 않았다. 언중유골이라고, 한국인의 속성을 그대로 짚어내지 않았는가.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어쩌다 우리가 그렇게 우스갯소리의 소재가 됐을까, 자괴감도 일었다. 굳이 해외가 아니더라도 이런 일은 우리가 사는 동네 안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 가게가 조금만 잘된다 싶으면 금방 그 옆에 똑같은 업종의 가게가 들어서고 두 가게는 서로 아옹다옹 흠집내기에 바쁘다.

게다가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듣는 소리가 있다. 나가거든 무엇보다 한국인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을까.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이역에서, 그 잡다한 소음 속에서 분명하게 뜻이 와 닿는 모국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나게 반가운 일인데,
 
조심하라니. 이민을 떠나거나 유학을 가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충고 가운데 빠지지 않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말인 것이다. 한국인을 조심할 것.

정말, 낯선 세상으로 떠나와 모든 게 조심스럽기만 한데 친절을 가장해 이것저것 챙겨주는 사람들에게 속아 그나마 손에 쥐고 있던 재산 모두를 날려버린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게다가 해외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들도 한인사회와는 담 쌓고 산다는 사람이 많다.
 
이런저런 친분으로 가까이 해봐야 상처만 입는다는 것이다. 보지 않으면 미워하지도 않고, 미워하지 않으면 그만큼 마음이 편하고 죄도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들 태를 묻은 땅을 버려두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떠났으면 의지가지 삼아 그렇게 알콩달콩 살아가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부대끼며 살다 보니 타인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위기의식과, 타인의 입 안에 든 것도 뺏어 먹어야 산다는 철저한 생존 본능에 알게 모르게 우리는 길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얼마 전에 떠났던 일본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나는 혼자였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혼자 자유 여행을 하기로 작정하고 떠났으니 어쩌면 무모하기조차 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 몸을 실으니 처음의 그 용기는 오간 데 없이 그저 불안하기만 했다. 마침 옆 좌석에 무역회사에 다닌다는 한국인이 타고 있었다. 서른 초반의 그는 매우 친절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함 하나를 받았고,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해 놓았다. 그리고 어려운 일에 처하면 연락하겠노라 미리 이야기도 해놓았다. 그때는 내심 든든한 보험 하나를 들었다 싶어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돌아와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처럼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그가 누군지 알고 그런 일을 했느냐고 야단부터 쳤다. 어쨌거나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답답해진다.
 
서로 힘이 돼 줘야 할 사람들끼리 오히려 경계의 대상이 되고 기피의 대상이 돼야 한다니.
 
하나를 내주면 나중에 두 개, 세 개가 되어 돌아올 줄도 모르는데, 왜 남이 가진 그 하나부터 뺏으려 들까. 왜 스스로를 힘없는 소수 민족으로 만들려 할까.

중뿔나게 잘나도 혼자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은가. 공생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게 참살이다. 소탐대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더 큰 것을 놓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웃은 사촌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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