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신발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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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발을 댓글 0건 조회 834회 작성일 09-06-16 08:20본문
왜 남의 얼굴 빤히 쳐다보느냐고 시비를 거는 이 때문에 혼쭐이 난 적 있다. 눈이 나빠서라고 해명해도 막무가내였다.
그 뒤로는 지하철이나 버스에 타면 책부터 펼쳐들거나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의 발목 아래, 또다른 세상이 있었다.
이목구비가 제각각이듯 발과 신발도 다 달랐다. 우선 트렌드가 보인다. 밑창 얇은 운동화와 굽이 10센티 이상인 '킬힐' 샌들이 대세이다. 굽이 닳은 모양으로 그 사람의 걸음걸이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을 만날 때도 저절로 신발에 눈이 간다. 며칠 전 두 개의 구두를 보았다. 하나는 소설가 송기원 선생의 구두였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을 만날 때도 저절로 신발에 눈이 간다. 며칠 전 두 개의 구두를 보았다. 하나는 소설가 송기원 선생의 구두였다.
길이 잘 든 구두 같았다. 그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만큼 조금은 낡고 잔주름이 졌다. 먼 길 행차에 손수 구두를 닦은 듯했다.
전문가가 한 물광, 불광 구두처럼 번쩍이는 대신 수수하고 단정했다. 또 한 사람의 구두는 지하철 역 에스컬레이터를 두 계단 앞서 올라가던 이의 구두였다.
다른 곳은 새것처럼 멀쩡한데 굽만 바깥 쪽으로 심하게 닳아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그는 한손에 두툼한 서류 봉투를 들고 쩔뚝이면서 걸어갔다.
다른 곳은 새것처럼 멀쩡한데 굽만 바깥 쪽으로 심하게 닳아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그는 한손에 두툼한 서류 봉투를 들고 쩔뚝이면서 걸어갔다.
걸을 때마다 조금 큰 듯한 구두 밖으로 발꿈치가 덩달아 딸려 올라왔다. 그가 입고 있는 양복도 조금 컸다. 옷도 신발도 기성 치수와 딱 맞지 않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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