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영혼을 위하여
지난 고난의 세월이 수북하게 쌓이는 사이
마음 위로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면
시퍼런 풀잎 걸친 부엉이 바위 위에
태엽이 다 풀려 멎은 어린 시절 추억
슬픔어린 상(床) 위에 가득 차려 놓고
아득한 숲으로 걸어 영원히 쉬어 가리라
사람과 사람 사이 끈의 다리로 놓인
노란 물결 애도의 촛불로 흔들리고
지상에 흐르는 많은 사람들의 오열
내 안에 얼어버린 민초의 마음 태운 다음
어째서 저리도 하늘의 슬픈 별이 되어
운명의 눈을 감아 눈물의 강 만드는가
시간이 가는 발자국 앞에 놓인
자신의 모습 바꾸어 놓은 삶과 죽음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지만
어둠 벗고 아침 해가 환하게 뜨자
바위 아래로 달콤한 잠으로 넘쳐
약속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집이 보이니
묻나니, 사랑하는 사람 머리 위에 떠도는 별
영혼의 작은 방울꽃 봉하마을에 활짝 필까
부엉이 밤새 아침 숲을 흔들어 깨우는
뜨거웠던 젊은 날의 가난과 고난 안고 이룬 꿈
추억 저쪽 고향 길에서 어느 듯 마르고
허공에 육체를 걸어 놓은
지난 황금 옥좌 위 멍든 영혼
노란나비로 훨훨 날아들어
작은 비문에 슬픈 이름 새긴다
- 고향의江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