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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과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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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식인 댓글 1건 조회 1,082회 작성일 09-05-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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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은 지식을 다루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아울러 지식인은 지식을 도구 삼아 권위와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
 
근대 이후 학교 제도와 자격증 제도에서 지식의 양적·질적 습득 여부를 지위 획득의 기준으로 삼게 됨으로써, 지식인은 정치적 권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른바 학력주의(credentialism)가 지위 상승의 욕구를 자극하면서 입시 경쟁의 격화와 고학력 사회를 초래했다.

고전적 덕목과 의무 외면

학력주의 사회는 고학력이라는 수직적 차별화와 엘리트 학교의 수평적 차별화를 통해 졸업장이 곧 능력을 증명한다는 인식을 파급시켰다.
 
지식인이 사회의 '새로운 계급'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 결과 지식의 각 영역을 대표하는 전문가주의는 지배 엘리트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로 봉사하게 된다.

'지식인이 학문적으로만 출세해도 지적 삶의 고귀함이 손상될 수 있다'는 엄격한 도덕주의적 지적도 있을진대, 하물며 지식인이 직업적 권위를 통해 정치력과 사회 통제력을 소유하게 된다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사회학자 앨빈 굴드너(A. Gouldner)는, "이 새로운 계급은 전문가적인 기술과 사회 전체에 대한 헌신적인 관심을 갖고 수행하는 합법적 권위의 전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학적 지식이나 전문적 기술을 소유하고 사회적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식인의 유형을 흔히 테크노크라트(technocrat)라고 부른다. 이 유형의 지식인은 지식을 단지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사회적 책무성과 헌신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받는다.

이러한 비판의 고전적 모범은 바로 장 폴 사르트르(J. P. Sartre)의 지식인 규정이다. 그에 의하면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항하여 끊임없이 비판하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지식인의 의무이다.
 
'부(富)와 권력에 장악된 미디어에 기댄 채 각종 선전을 담당하는 가짜 지식인'을 폭로하는 노엄 촘스키(N. Chomsky)도 이 범주에 든다.

21세기 한국사회의 지식인은 어떠한가. 우선 고전적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담론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프랭크 퓨레디(Frank Furedi)의 책 제목 <그 많던 지식인은 다 어디로 갔는가> 처럼 지식인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테크노크라트 혹은 전문가만 남아 있다.
 
사르트르나 촘스키의 제안을 촉구하는 것은 오늘날 시대 상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게 여전히 있다.

주도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여 제시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는 집단이 지식인 계층이다. 지식인은 사회와 국가 및 인간을 이상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외면의 화려함보다는 정신적 내면세계의 가치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잘 배우거나 제대로 배운 식자층은 귀족계층의 허례허식을 거부하면서 내면의 장식에 치중했다.

유학의 선비에게 중요한 덕목이었던 신독(愼獨)이나 독일 '교양시민계층'의 인문적 교양은 대표적인 예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바로 이들이 제시한 정직, 청렴, 준법정신, 인격 도야, 심미적 안목 등과 같은 정신적 가치가 국가 또는 민족 전체의 미덕으로 승화되는 것이리라.

사회 주도적 가치 제시 못해

불행하게도 우리에게 이러한 전통은 근ㆍ현대사를 거치면서 단절되었다. 특히 '압축 근대화'과정과 권위주의 체제는 지식인의 행로에 질곡으로 작용했다.
 
출세지향적 지식인은 '뷰로크라트'(bureaucrat)나 테크노크라트로 살아가고, 비판적·진보적 지식인도 치열한 저항 행동에 비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차이와 무관하게 한국의 모든 지식인은 주도적인 사회적 가치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배운 놈이 더하다'라는 냉소가 만연하는 사회는 방향을 상실했음에 틀림없다.

댓글목록

김아무개님의 댓글

김아무개 작성일

참 오랫만에 좋은 글을 봅니다. 그나마 얕은 층이라도 이루고 있던 한국 지식인의 급속한 몰락은 한국사회의 기반을 송두리채 부수어 버렸지요.  우리에게 고전적 형태의 지식인을 찾아 보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대적 의미의 지식인도 형성되지 못하였다 하겠지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문학의 몰락은 회복의 기회 마저 포기한 천민자본주의의 산물로 기억될겁니다. 희망없는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죄책감과 경멸감을 동시에 가지고 사는 숙명.  이민이라도 가야 하는가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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