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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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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 권력 댓글 0건 조회 772회 작성일 09-04-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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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사야 하는 세상에서/

난 그냥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사람들은 내게 바치지/

아니면 내가 빼앗든가/

난쟁이들 속에서 난 거인/

하지만 권력이 당신을 버릴 때/

당신은 권력 때문에 죽는다네/

오! 권력.



돈과 성(性)의 포로가 된 한국사회 권력층을 보면서 얼마 전 관람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린다. 이 뮤지컬에서 영주가 부르는 '권력(Le Pouvoir)'이라는 노래는 섬뜩했다.

2009년 봄, 대한민국은 정신적 진공상태에 빠졌다.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 있는 수십 명의 정ㆍ관계 인사들,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걸린 사회지도층들, 그리고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 직원의 성접대 파문….

매일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지저분한 뉴스를 접하는 일반 시민에게 이 사회의 지도자들은 과연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줄 수 있겠는가.
 
새로운 희망을 안고 세계 무대로 솟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 사회의 기득권층은 과연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월급이 깎이고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월급쟁이와 자영업자들에게 이 사회의 가진 자들은 어떻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겠는가.

국가를 통치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권력은 불가피한 수단이다. 그리고 권력은 모든 정치행위의 추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니 오히려 그런 이유 때문에 권력 자체를 숭배하는 모든 행태는 정치력을 훼손하고 왜곡하는 죄악이다. 벼락부자가 된 것처럼 허풍을 떠는 사람들, 허영에 찬 자화상에 도취하는 사람들, 권력의 화려한 외관만을 추구하는 사람들…. 이런 류의 권력자들은 국민을 배신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막스 베버가 그렇게 말했다. 국민이 기꺼이 권력자에게 '합법적 폭력'의 권리를 부여한 것은 그들이 끊임없이 '천사적 대의'를 실현한다는 전제조건 아래서이다. 그 기대가 무너진다면 그것은 사회계약 위반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이 돈 받는 게 민주주의인가"라고 일갈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백 번 옳다. 불법적인 돈을 받았다면 감히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한순간 위기를 벗어나는 고도의 기만술에 국민들이 관대할 것이라 믿는다면 곤란하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진실은 권력과 정면충돌하여 패배하지만 그 자체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 권력층이 무엇을 획책하든 진실을 대체할 수는 없다.

물론 완벽주의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무균질 정치란 교과서에나 나오는 얘기다. 현실정치의 세계는 늘 불쾌한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나는 이런 정치 세계가 그래도 품위를 갖추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미국 정치에는 밥상을 엎더라도 제 손으로 치우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전통이 있다.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전을 치르면서 과거에 잘못했던 일들을 스스로 고백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그들은 폭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뿐이라는 걸 안다.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한다. 그리고 실수를 용서해 줄 수 없다면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나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지도자들의 제대로 된 고해성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권력이 자신의 비리를 영원히 보호해 줄 것이란 착각 속에 산다. 끝까지 부인과 '모르쇠'로 일관한다.
 
국민들에게 미리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느냐, 아니면 죄가 낱낱이 밝혀진 다음에야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느냐는 천지차이다. 인격이 다르다.

권력층이 검증 과정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은 공직(public)의 비애다. 그리고 그들이 공격받을 때 진짜 인격이 드러난다. 자신 안에 있는 진실과 대면하는 것처럼 두려운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부끄러운 진실을 밝히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며 인격자만이 할 수 있다. 이제 누군가는 한 번쯤 진실된 고해성사를 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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