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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 지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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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찌 댓글 0건 조회 1,615회 작성일 09-05-0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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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 지경까지
기사입력 2009-05-07 13:51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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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인 1989년 5월의 교육계는 기대와 흥분으로 몸 달아 있었다. 1987년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 곳곳에서 오랜 민주화 투쟁이 결실을 보아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교육계만은 민주화가 지지부진하고 있었다. 1987년부터 전국교사협의회가 결성돼 있었고 큰 집회에는 2만명의 교사가 모이기도 했지만 교사들의 권익과 학교 문화를 바꿀 만한 교직원 단체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1989년 5월28일 연세대 교정에서 40만 교직원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참교육’을 목표로 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선언이 있었다. 한쪽으로는 노동 3권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조합 운동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지나치게 권위적인 교육 현장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열망을 갖고 정부의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성됐다. 비록 출범은 했지만 처음에는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경직적이고 폐쇄적인 학교 현장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면서 점차 지지를 받게 되고 출범 10년 만에 법의 인정을 받게 된다. 전교조는 교육계의 주요 문제였던 촌지를 없애고, 왕따 문제 해결이나 상명하복의 권위적인 학교 문화를 민주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점점 초심(初心)을 잃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천·낙선 운동을 벌이고,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른바 ‘계기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특정 가치를 주입했다. 2002년 미군 장갑차가 한국의 여중생을 사망케 한 사건, 탄핵 반대, 이라크 참전 반대, 에이펙(APEC) 반대, 비정규직법 반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수없이 많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진 수업을 했다.

특히 2004년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들을 ‘부패 수구 집단’으로 매도하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진보적 개혁정치’의 주체로 선전하며 정치색을 드러내다가 대법원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판정을 받기도 했다. 교육에서 정치적 압력이나 교화를 반대하는 것이 전교조 출범의 큰 명분이었는데도 오히려 앞장서서 정치적 행동을 일삼는 격이 됐다. 이외에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 반대, 교원평가 반대, 일제 학력평가 반대 등 교육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투쟁을 일삼아 왔다.

NEIS 반대 투쟁은 당시 일부 정치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도를 지나쳤다. 금융 전산망이나 다른 행정 전산망에서는 훨씬 내밀한 개인 정보가 이용되는 정도를 감안하면 NEIS에 사용되는 학생 정보는 양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 제도가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처럼 다수의 국민을 호도하여 교육 정책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NEIS가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당시의 전교조 투쟁이 얼마나 과장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출범 초기에 전교조는 다른 사람들 보다 높은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 주장에 무리가 있더라도 대체로 사회의 용인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보면 전교조가 더 이상 교사들이나 학부모 그리고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음을 확인하게 된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교사 성추행 사건에 이어서 최근 발생한 조합원의 ‘실습교생 추행’ 사건은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한다. 교사가 되기 위해 실습 나온 학생에게 지도교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파렴치한 행위를 한 것은 평소 도덕적 우월성을 근거로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 그렇게 엄격했던 집단의 행위라고 상상할 수가 없다. 차제에 전교조는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조합원 수가 감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반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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