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빴던 시간이 지났다. 결국, 국민은 착잡한 마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출석을 지켜봐야 했고, 도덕성을 금과옥조로 삼던 전직 대통령은 피의자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박연차 수사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하면서부터 국민은 검찰의 수사과정을 스포츠 중계방송 보듯이 접해야 했다. 이제 봉하마을은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희한한 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검찰출석 등이 이어졌음에도 관광객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일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여전히 믿음을 걷지 않는 국민이 상당하다는 방증인지도 모를 일이다.
검찰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했고, 이번 주 중으로 구속 여부를 확정 지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과정이 참으로 유감스러운 것이었음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여론수사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말처럼 '증거가 있다면 법정에 내놓고 기소하면 될 일'을 우리 검찰은 언론에 먼저 알렸다.
모욕부터 주고 보자는 심산이 아니라면, 어째서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을 언론에 먼저 알렸나. 박연차와의 대질신문에 있어서도 노 전 대통령 쪽에 말하지도 않고 언론에 먼저 흘리기도 했다.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검찰은 언론에 너무도 친절하게 수사상황을 중계했다.
이와 달리 어찌 된 셈인지, 박연차 리스트에 나온 다른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검찰은 이번 노 전 대통령 소환수사가 '노무현 죽이기 쇼'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살아있는 권력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상득 천신일 이종찬 등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박연차 세무조사와 연루설이 끊이지 않는 장본인이고, 대통령 친구 천신일 고려대교우회 회장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연차 세무조사 대책회의를 하고 돈까지 받았다는 말이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똑바로 해야 한다.
우려되는 바는 전직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확증도 없이 진술에만 의존한 '빈 깡통'으로 결론나고, 살아있는 권력은 손도 못 대는 상황이다. 검찰은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는 걸 입증할 책임이 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