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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인큐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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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큐베이터 댓글 0건 조회 781회 작성일 09-03-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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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 왔다. 할머님께서 캐 오신 냉이가 자주 식탁에 올라 나물 향과 국물 맛 또한 그윽하다. 가족들은 비알 밭의 비닐을 걷어내고 퇴비를 깔기에 분주하다.
 
본래 금년 봄 마을의 계획은 가정용 생활사를 한 동 더 짓는 일이었다. 작년에 인허가 절차와 기초 공사까지 해두었는데 이제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 얼마 전 함께 살던 가족 일부가 퇴촌했기 때문이다. 여느 공동체들이 늘 그렇거니와 우리 마을에도 찾아오고 떠나기를 반복한다.

신앙 공동체로 살아가고자 어려운 결단을 했음에도 결국 떠나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농업 노동이 너무 힘에 겹거나, 함께 사는 이들과의 관계가 어려운 경우다.
 
떠난 가족들의 발길도 역시 두 방향이다. 노동이 두려웠던 이들은 다시 도시로 나가고, 관계가 어려웠던 이들은 다른 농·산촌 지대를 찾아 정착하는 경향이다. 그들은 일종의 재귀농을 하는 셈이다. 떠났던 가족들은 공동생활은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충분할 만큼 서로 이해하기 때문에 종종 찾아와 일을 도와주며 근황을 나눈다. 또 공동체 행사에서 만나기도 한다.

특별히 흙의 삶을 찾아간 이들이 진짜 농사꾼으로 변신해 가는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보람되고 기쁘다. 공동체 생활은 짧았지만 체험의 골짜기는 깊고 소중한 생의 역사로 새겨질 것이다.
 
 사람은 왜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에서 참된 행복을 찾아야 하는지, 왜 농업이 성스러운 직업인지, 그런 진정성을 깨닫게 해준 피정이었다.
 
그러므로 공동체 생활이 귀농의 변신이나 참 삶을 향한 일종의 인큐베이터가 되기에 충분했다고 여겨진다.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지만 ‘귀농 인큐베이터’란 귀농에의 관심이나 결행에 앞서 꼭 귀담아 둘 말이다.

‘행동은 신념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육신이란 마음먹은 대로 작동되는 것만은 아닌 물건이다. 책상 앞의 지성과 흙 위에서 사는 몸은 대단히 다른 차원이다.
 
이런 문제는 오래전부터 귀농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는 전국귀농운동본부, 불교 귀농학교, 천주교 농부학교 등의 귀농교육에서 귀가 따갑게 강조하고 있는 터다.
 
우리 마을에서도 ‘단기입촌’이란 프로그램을 두어 공동체와 귀농의 허실을 경험하도록 도와주는데, 짧은 기간에도 땀 흘리는 몸을 통해서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진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도시에 살아오던 이가 농촌에 자기 생을 풀고자 한다면, 땅을 사고 황토 집을 짓는 일도 중요하지만 결행에 앞서 자신의 몸을 검증하고 보완하는 인큐베이터 생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축산 농가에 목부로 취직하거나 과수 농가의 머슴살이로 사는 일을 귀농대학원 과정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농민들은 왜 살아오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는지 젊은이들이 왜 보이지 않는지 그 충분한 이유도 배우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젊은 부부와 청년층에서도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듯하다. 혹자는 경제 불황 여파라고도 하지만 동기가 그렇다고 해서 참담하게 여길 일만은 아니다.

해가 넘어가 버린 땅에서 서산만 바라보면 무얼 하겠는가. 몸을 일으켜 동쪽을 바라보아야 여명을 맞을 수 있다. 설사 일자리가 다시 생겼다 한들 그것이 생의 해답은 아니다.
 
 불확실성의 안개가 세상을 덮고 있는 시대의 징표를 보며 차라리 감사하자. 하늘은 때때로 폭우를 쏟아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다리를 끊어 되돌아가게도 한다.
 
 여태 삽질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살아온 몸임에도 농촌에 마음이 끌린다면 그것은 결코 잡념망상이 아닌 영감의 반응이요, 창 틈새로 얼핏 보인 미래일 수 있다. 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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