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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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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량권 댓글 0건 조회 797회 작성일 09-03-1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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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간 독수공방했다는 이유로 당신이 이렇게 뻐기는 말투로 제게 편지를 보낼 수가 있는 건가요.
 
만약 첩을 두신다면 당신 건강에 해로울 게 분명합니다. 이제 당신 나이도 예순 가까이 되었습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당신이 그동안 제게 무슨 큰 은혜라도 베푸신 것처럼 말씀하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송덕봉이란 50대 여성이 8년 연상의 남편 유희춘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16세기 후반의 일이었다.
 
남편은 서울에서 높은 벼슬을 하고 있었다. 아내 송덕봉은 시골집에 남아서 집안 살림을 책임 맡았다.
 
서울 생활이 적적해진 남편은 첩을 둘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몇 차례 편지를 보내 아내를 설득하려 들었던 것인데, 아내의 저항은 의외로 완강했다.

조선 사회는 유교 사회였고, 남성 중심이었다. 유희춘처럼 나이도 있고 학식도 높은데다 벼슬까지 하고 있는 남성들에게는 지상낙원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권력과 부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뭐든 못할 게 없었다.
 
그런데도 아내 송덕봉은 사회적 강자인 남편의 뜻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았다. “당신이 정말 군자라면 어떻게 이런 편지를 보내 자기 자신의 행실을 자화자찬하십니까.
 
 어떻게 절더러 당신을 존경하라고 강요하실 수가 있냐는 말씀입니다.” 아내의 항변에 남편은 움찔했다.

송덕봉은 유교 사회의 약자였지만, 강자의 무기인 유교적 논리를 이용해 강자를 제압했다. 그녀의 경우처럼 이 세상의 모든 약자들도 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최소 재량권이라 부른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불거진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사건은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삼권분립은 본래 헌법에 명시된 당당한 권리인데도 출세에 눈먼 고위 법관이 정치 권력에 아부하느라 별짓을 다 했다.
 
몹쓸 대법관이다. 그런 이가 사법부에 버티고 있는 한, 판단의 자유라고 하는 최소한의 재량권마저 제대로 행사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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