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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마음 드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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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안한 마음 댓글 0건 조회 689회 작성일 09-02-2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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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낭소리'의 관객이 100만 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대중 매체들은 독립·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인기라며 관객 수의 급격한 증가세를 전하기에 바쁘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극장에 가서 관람했다니 소문이 제대로 난 모양이다. 그 대단한 영화를, 유감스럽게도 아직 보지 못했다.
 
감각에 직접 와 닿는 느낌이 없으니 막연한 추측도 하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고 나서야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어떨지 모르겠다. 50년쯤은 되었을 옛날의 기억이다. 몇 번 글 속에 끼워 넣은 적이 있는 일화이기도 하다. '워낭소리' 기사를 읽는데 문득 떠오른다. 그래서 또 되풀이하고야 만다.

워낭소리 어떻게 들렸을까

아버지는 소를 사서 이웃 동네 친구 분에게 사육을 맡기셨다. 사과 농사라는 게 소를 돌볼 시간을 내도 될 만큼 녹록한 게 아닌 때문이었을 터이다.
 
아저씨는 키워주는 대신 그 소로 짐(태가)벌이를 하셨다. 그것으로 아귀가 맞추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셈법이 더 있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다만 상생적인 관계였음에는 틀림없다고 믿는다.
 
두 분의 사이가 늘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가끔 하교 길에 아저씨의 빈 수레를 만날 경우가 있었다.
 
그 분은 우리를 번쩍 안아서 태워주시곤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걸으셨다. 언제나 소와 나란히 걸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풍경화처럼 떠오른다.

"어쩐지 미안해서…." 아저씨가 언젠가 아버지에게 수레에 타지 않는 까닭을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
 
기억하기로는 그렇다. 짐을 지우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나 편하자고 짐 노릇 하지는 못 하겠더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영화 '워낭소리' 최 노인의 소에 대한 마음도 아마 그랬으려니 하고 멋대로 짐작해버린다. 일을 시키면서 미안하고 사랑스럽고 미덥고….
 
그러니 어떻게 앞서거나 뒤처져 가랴. 늘 옆에서 동무가 되어 나란히 걸을 수밖에. 세월이 기억에 채색을 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떠오르는 그림은 늘 그처럼 아름답다.

이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했다는 보도가 기억 속의 그 장면을 불러낸다. 이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행한 고위 공직자들은? 이 대통령 또한 시골 출신이니 소에 대한 추억이 없을 수는 없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처지에 대한 생각인들 왜 없었겠는가.
 
그래서 궁금해진다. 국민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 무거운 것 같아 마음 아파했을까? 그걸 덜어 주지 못하는 것으로 미안해했을까?

정치인 중에도 이 영화를 본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그분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국민들의 고생은 아랑곳없이 정쟁만 일삼아 온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을까?
 
그러잖아도 짐이 무거워 굽어진 국민 잔등에 걸터앉아 자신들의 잇속 계산이나 해온 것을 반성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었을까?

짐 보태는 공직자 안 되기를

민주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공직자들이야말로 충직한 소가 되어야 한다. 그게 교과서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언제나 무거운 짐에 허덕이는 측은 국민이고, 그 잔등을 짓누르며 권세 자랑 하는 측은 공복(일반 공직자가 아니라 아주 높은 분)들이다.
 
그래서 묻는다. 높은 자리에 앉은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워낭소리'를 들으셨나요?

태어난 해를 제외하고 다섯 번째 맞은 소의 해다. '소' 이야기에 각별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게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그저 소처럼 살아온 세월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삶도 다를 바 없으리라. 어찌 대통령이 소를 소재로 한 영화를 관람했다는 기사를 심상하게 읽어 넘길 수 있으랴. "어쩐지 미안해서…." 제발 그런 마음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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