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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암기형 vs 창의형 교육…서로 다른 인재로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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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사고 댓글 0건 조회 1,461회 작성일 09-03-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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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암기형 vs 창의형 교육…서로 다른 인재로 커
해외대학 입시에 맞춰, 리더십ㆍ봉사활동 강화
◆민족사관高 졸업 10년 / 민족반과 국제반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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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교사 간제 씨가 민사고 국제반 학생들에게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다. 이날 수업은 영어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승환 기자>
독일인 교사 간제 씨는 민사고 국제반에서 세계사를 가르친다. 그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소재로 자유롭게 영어 토론을 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배워가도록 가르친다. 국제반은 성적 외에 봉사활동 리더십교육 등을 통해 높은 아이비리그 진학률을 기록해 왔다. 성적 외에 잠재력까지 평가하는 외국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사교육 의존도가 낮다. 토론식 수업과 잠재력을 키워주는 민사고의 교육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달 27일 오후 1시 민사고 충무관 1층에서는 고3 민족반(국내대학 진학반) 학생들 18명이 유동훈 국사선생님의 수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단발령, 중요하죠. 을사조약은 을사늑약이라고도 하죠." 학생들은 교과서에 색색의 필기구로 줄을 그었다. 선생님은 내신에 반영되는 범위가 적힌 유인물을 나눠준다. 일반 학교의 수업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시간, 옆 방에서는 독일인 간제 선생님이 세계사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영화 `쉰들러리스트`를 소재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토론했다. 10명 남짓한 국제반(해외대학 진학반) 학생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왜 쉰들러가 고통을 당했느냐는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로 발표할 수 있게 상황만 제공한다. 수업을 채워나가는 건 학생들의 몫이다. 이처럼 민사고의 국제반과 민족반은 커리큘럼이나 수업 내용ㆍ방식이 모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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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반 수업은 3단계를 목표로 한다. 첫째는 강의다. 이는 선생님은 가르치고 아이들은 배우는 과정이다. 둘째는 토론이다. 학생들은 배운 것을 그 자리에서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이에 따른 피드백을 받는다. 셋째는 작문이다. 자신이 느낀 것을 `말`로 표현했다면 `글`로 적어서 남기고 정리하고 과제로 제출한다.

이와 달리 민족반의 수업은 선생님은 가르치고 아이들은 배우는 1단계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종욱 교무부장은 "고3이 되면 민족반에서는 이런 3단계 수업이 사실상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민사고의 모든 수업은 1학년 2학기부터 학생들이 수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학생들은 공통교과를 배우는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는 선택과 집중을 한다. 전부 본인의 자율에 맡긴다.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과목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골라 스스로 공부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민족반과 국제반은 수업 내용이나 방식뿐 아니라 공부하는 폭도 다르다. 민족반은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과와 문과로 나뉘어 공부를 하는 반면, 국제반은 이과ㆍ문과의 영역을 나누지 않는다. 국제로봇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국제반 한예나 양은 "민사고를 진학한 계기가 이과와 문과,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두 가지를 모두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육 과정과 방식이 다르다 보니 민사고에서 3년을 보낸 학생들의 학습 성향이나 성취도가 국제반과 민족반 사이에 큰 차이가 난다. 민족반 아이들이 배운 것을 암기하는 데 뛰어난 `스펀지형 인재`라면 국제반 아이들은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분수형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다.

국제반과 민족반의 차이가 커지다 보니 민사고는 2008학년도부터 이를 구분하지 않고 `무계열 개방형 입학`으로 바꾸고 최종적인 계열은 3학년이 돼야 구분하고 있다.

나병률 민사고 부교장은 "민족반으로 뽑힌 아이들도 모두 머리가 좋고 뛰어나 높은 점수를 딴다"며 "하지만 국제반과 비교해 보면 아이들이 많은 것을 놓친 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을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계열로 바꿨다"고 털어놓았다.

민족반과 국제반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국내의 대입제도와 해외의 대입제도의 차이 때문이다. 민사고 국제반의 경우 학업 성적 자체가 해외대학 합격을 절대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능력만 되면 외국 대학은 자격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리더십 훈련, 봉사활동, 과외 활동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청 민사고 사무국장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기회가 더 확대되어 점수 위주가 아닌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있어야 사교육이 줄어들고 공교육도 정상화되는 `선순환 효과`가 온다"고 강조했다. 민사고는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올해 실제로 민족반 45명 중 서울대에 19명이 갔다. 이 중 수시합격이 18명으로 90%가 넘는다. 대학입시 자율화가 본격화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민사고 교장을 지낸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은 "민사고 모델을 우리 공교육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또 토론식 수업 등은 벤치마킹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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