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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할 줄 아는 보통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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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려 댓글 0건 조회 1,269회 작성일 09-01-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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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미국 유학 시절 겪었던 일들이다. 집사람이 베이비 시터를 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미국인 가정의 삶을 엿볼 기회가 있었다.
 
 맡아보던 아이의 엄마는 대학 교수이고 아빠는 박사과정에 다니는 늦깎이 학생이었다.
 
두 사람은 하버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 연애결혼을 하였고, 졸업 후에는 부부가 함께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평화봉사 활동을 했단다. 공부가 늦은 이유다.

왕래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살림도 그다지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부인이 먼저 공부하는 동안 남편이 뒷바라지를 했고, 먼저 공부가 끝난 부인이 남편의 공부를 지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급이 늦은 적이 없으며, 우리를 항상 인격적으로 대해 주었다.
 
한 푼이 아쉬워 불법 아르바이트까지 하던 시절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무척 고마운 사람들이다.
 
최근 접한 소식으로는 남편은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됐으며, 집사람이 돌봤던 아이는 고등학교 졸업 후 요리사의 꿈을 안고 경험을 쌓고 있단다. 가족 모두가 무척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집사람이 돌보던 아이의 악기 레슨 때문에 사귀게 된 주부가 있었다. 아이들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가까워져 그 집에 초대받아 놀러간 적이 있다.
 
 전업주부로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과 함께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많은 아이를 가졌다는 점 외에는 전원도시의 아담한 집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보통의 가정이었다.

점심을 함께하고 산책을 하였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른다. 당시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아이들의 처신이었다.
 
낯선 이방인들의 말이 어눌하고 재미없었을 텐데 다섯 아이 모두가 자리를 지키며 손님에 대한 예의를 끝까지 지켰다.
 
식사 시간에도 어른들이 먼저 수저 들기를 기다렸고, 식사가 끝난 뒤엔 부모는 물론 손님인 우리에게까지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가정 교육을 목격하고 느낀 점이 많았다. 그 집 큰아이는 한국인 여성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국내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어 가끔 만나기도 한다.
 
정작 우리와 사귀었던 부부는 비행기 여행을 꺼려 미국 밖을 나서지 못하는 통에 만나볼 수 없어 아쉽다.

세 번째 이야기는 내 자식을 키우면서 겪었던 일이다. 잠시라도 미국 교육을 시켜보겠다는 욕심에 시골 가톨릭 고등학교의 입학허가서를 받았다.
 
 집사람과 아이를 보내놓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워낙 외진 곳이라 호스트 가족을 구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민 끝에 상황을 설명하는 편지를 써서 그 지역 성당 게시판에 올려놓기로 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1주일 만에 엄마와 아이를 만나보았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지역에서 변호사를 하는 사람인데 마침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입양을 고려하던 차에 편지를 읽고 연락을 한 것이라고 했다. 집사람과 면담 후에 받은 소식은 더 고마운 제안이었다.
 
숙식과 등하교, 숙제관리 등은 부부가 알아서 할 테니 아이를 위해 별도로 지출할 일이 생기면 그것만 부담하라는 것이다.
 
여유가 있는 집이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가 적응하지 못해 조기 귀국했지만 그 집안과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개인의 경험을 보편화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이 지닌 힘의 원천은 이런 보통의 국민들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미국도 1%의 권력층이 정책을 좌우하겠지만 건전한 중산계층의 마음을 놓치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 같다.

미국이 국제적으로 많은 지탄을 받더니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이 취임하였다.
 
미국의 선택에 대해 잘잘못을 논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인종의 장벽을 넘어 변화를 선택한 사고의 유연성과 개방성, 책임의식은 높이 사주고 싶다.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누가 이 나라를 지킬 것인지 무척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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