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안 간 것이 죄다…내신 택한 내가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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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외고 댓글 0건 조회 962회 작성일 09-02-16 10:35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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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교등급제 파문에 울고 만 인문고생들 “고교 3년간의 발전 무시한 채 아예 꿈꿀 기회도 막아버리나” 수험생들 불안감·배신감 떨어
서울의 한 인문계 고교 3학년이 되는 한아무개(17)군은 고려대 언론학부에 진학하는 게 목표다. 수시모집 일반전형을 노리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그동안 모의고사에서 수리영역 말고는 1~2등급을 꾸준히 받았다. 올해 수능에서 고려대가 요구하는 최저학력기준(두 개 영역 2등급 이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중학교 때부터 학원을 다니며 틈틈이 쌓아 온 실력이 있기에 2단계에서 치르는 논술도 어느 정도 자신있다. 비교과 영역에는 고교 1학년부터 해 온 교지 편집부 활동 등이 있다. 1등급 후반대에 머무른 내신 성적이 좀 걸리지만 그건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를 통해 충분히 안정권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렇게 자신했지만, 지금 불안에 떨고 있다. 고려대가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우대했다는 의혹이 번지면서부터다. “3년 동안 준비한 게 허탕이 될까봐 솔직히 무서워요.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준비할 시간에 수능 준비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혼란스러워요.”
불안과 혼란! 09학년도 고려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불거진 고교등급제 논란은 예비고1부터 예비고3 수험생과 학부모를 불안과 혼란이라는 짙은 그림자 속에 가둬놓고 있다. 마치 안갯속에서 실체를 몰라 불안해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것과 똑같다. 심지어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고교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어느 학교가 몇 등급인지 나와 있는 표는 없냐”는 질문조차 올라오기도 한다.
올해 서울 고교 신입생의 학교 배정 결과가 나온 지난 10일, 배정된 고교를 확인하는 서울 ㅈ여중 3학년 교실에서는 울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외고에 떨어진 뒤 지역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고교에 배정된 한 학생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그는 “이 학교만 배정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외고 준비를 좀더 열심히 할걸 하는 후회가 절로 든다”고 말했다. 배정된 학교의 과거 진학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고교등급제가 적용되면 마치 대학을 못 갈 것처럼 받아들였다. “엄마는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논란이 보도된 뒤 이 학교에 배정되면 전학 같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했어요. 외고에 떨어진 뒤 어떤 학교든 가서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부가 내신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그 말을 믿고 인문계를 선택한 학생들은 ‘분노’에 가까운 말들을 토해냈다. 서울의 한 외고에 합격해 놓고도 내신 성적 관리를 위해 인문계고로 진학한 서울 강북의 ㅈ고 박아무개(18)군은 “이럴 줄 알았으면 외고를 포기하지 않는 건데 정말 후회스럽다”며 “친구들끼리 모이면 중학교 때 외고 안 가고 인문계고 온 것부터가 잘못이었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자립형 사립고를 가는 대신 서울의 ㅁ여고에 진학한 백아무개(17)양은 “자사고에 진학한 단짝 친구가 교우관계, 우수한 선생님 등 더 좋은 학습환경을 누리는 것을 보며 그래도 나는 내신 관리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위안했다”며 “결국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으로 판명이 났다”고 낙담했다.
학생들은 점수 1점으로 특목고 등 이른바 명문고에 떨어지면, 그 단 한번의 실수로 자신의 등급이 결정된다는 것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고교 3년 동안의 노력은 무엇이고 어떻게 평가받느냐고 반문했다. 심지어는 이러다가 중학교나 초등학교도 등급을 정하고 출생지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백아무개(17)양은 “특목고 지망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수학에 매달리는 동안 나는 현악부, 방송부, 독서토론 등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걸스카우트를 하며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았다”며 “이런 다양한 배경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는데 고교등급제는 이런 걸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혜자’일 수 있는 외고 등 특목고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특목고생의 처지에서는 특목고를 우대하는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했지만, 고교등급제 자체에 찬성하는 반응은 거의 없었다. 학교는 인간답게 교육을 받으라고 있는 곳이지, 성적으로 차별하고, 상위권 몇몇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의 ㄷ외고 예비 고3 수험생은 “입시 설명회 때 연세대나 고려대 쪽 사람들이 와서 수시 때는 무조건 원서를 넣어라, 정시 때는 수능 점수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말을 해서 우리를 우대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서도 “외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제력도 있어야 올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고교등급제를 하게 되면 결국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서울의 ㅁ외고 소아무개(17)군은 “사실 나는 내신이 썩 좋지 않은 외고생이라 고교등급제는 나한테 유리하다”며 “하지만 고교등급제로 내가 불리한 내신까지 우대를 받게 되면 결국 돈 없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누군가에게 불리함을 주고 그들은 성공의 확률이 훨씬 적어지게 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ㅁ외고의 김민재(17)양은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학교에 가산점을 주는 대안적인 고교등급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특목고와 인문계고 사이에 학력 차이를 부정할 수는 없어요. 같은 시험을 보면 3등급 외고생과 3등급 인문계고 학생의 성적은 당연히 다르겠죠. 하지만 이제 대학은 학생을 한 줄 세우기 해서 뽑으면 안 되잖아요. 다양한 사회경제적인 배경의 학생들을 두루 뽑아서 교육해야 하는 게 시민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대학한테 부여된 의무가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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