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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문제, 공무원이 저러면 국민 100만명이 시위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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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쓰밸리 댓글 0건 조회 727회 작성일 08-11-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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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쓰밸리 한번 가봐. 네 취향에 맞을런지는 모르지만."
"어떤대요?"
"황량해. 뭐랄까. 딴 세계에 있는 느낌? 난 정신수향해야 할 것 같더라."
"오오~~~ 그런거 내 취향인데~~ 황량한 거!! 아~~~무것도 없는거!"

새벽 네시, 알람은 떠날 시간이라고 열심히 소리쳐 댄다. 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짓을...
술자리에서 지인의 스쳐가는 한 마디가 이 새벽 단잠을 깨우는구나.
"침대야., 내 곧 돌아오마.... 얼른 여행을 마치고 이 한몸 너에게 던질게... "

사실, 이번 일정은 '축 크리스마스'를 위한,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 여행이었다.
크리스마스와 데쓰라... 크리스마스에 죽는..? 에이~ 아냐, 아냐, 그냥 죽여주는 크리스마스 여행이라 생각하기로 하자.
고된 일정은 시작되었고, 너무 고되 나는 차에 타자마자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든다.
"아... 따끈따끈한 자동차 시트... 너로구나. 침대에게 미안하지만 지금은 너에게 이 한몸 던져줄게~"

얼마나 잤다고 우리신랑 그새를 못참고 나를 깨운다. 명상자세로 대답만 하는 내게 들려오는 한 마디,
"무섭다."
눈을 뜨니 까만 바위산들이 거무죽죽한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다.
"무섭네..."
이 까맣기만 한 바위산들의 정체는 Redrock canyon.
해뜨기 직전의 가장 깊은 어둠 속에 있는 바위산과 하얀 초생달의 고즈넉한 풍경이
무서움을 잊게할 정도로 황홀해 카메라에 열심히 담아봤지만 흔들리기만 한다.
해가 점점 밝아오자 바위산의 정체는 드러나기 시작하고
"내가 왜 레드락 캐년인지 아시겠소!"라고 바위산이 말을 걸어온다. 말 그대로 황홀한 붉은색의 거대한 협곡이다.


아직 데쓰밸리를 가려면 멀었는데, 벌써부터 황홀한 풍경들이 밀려온다. 느낌이 좋다.
내가 살아오면서 과연 몇번이나 동트는 세상을 바라보았던가.
모든 것이 살아나는 그 시간의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능선이 아름다운 산도, 실루엣이 아름다운 나무들도...

밝을 때만 보았었던 특이한 모양의 죠슈아 트리도 실루엣만 대하니 그 아름다움이 생경하다.  


낡은 밝아오고, 이 길엔 우리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길을 보며 언제나 난 외친다.
"그래래래래! 땅땡이 넓어서 좋겠다다다다~!!!! 못쓰는 사막 한쪽이라도 우리나라 좀 떼어주라라라!!!!(에코버전)"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거다. 땅땡이 넓다는 것.
그래서 이렇게 도로 한 가운데서 텅빈 도로를 지평선과 함께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힘든 것 중에 하나도 땅땡이가 넓다는 것이다.
가도가도 목적지는 언제나 멀다. 아직 데쓰밸리도 멀었다.
이만하면 멋진 풍경 많이 봤는데, 그만.... 갈까..? 흐흣


끝없이 황량한 사막은 이렇게 듬성듬성 마른 풀로 가득하다.
사실, 미국의 사막은 사하라 사막처럼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사막을 거의 볼 수 없다.
바람 부는대로 이리저리 흩날리는 고운 모래도 볼 수 없고, 이렇게 건초도 많아 고운 사막의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아직 데쓰밸리도 안도착했는데 모슨 일장연설이 이리 길어?"라고 하시는 분들에게 희소식을 전한다.
드디어 데쓰밸리에 도착했다.
일장연설이 지겨웠던 분들의 씁쓸한 미소가 상상된다. 난 세상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듯 하다.

뻥 둟린 도로와 마른 풀이 가득한 이런 길을 계속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국립공원 표지판이 보인다.
뭐랄까. 미쳐 준비도 안됐는데 무언가에 갑작스럽게 맞딱뜨린 것처럼 이 표지판은 갑작스럽다.
아마도 뻥 둟린 공간에 인공물이라고는 아마 국립공원 안내물 밖에 없어서일 것이다.
솔직히 "여기서부터 데쓰밸리 국립공원입니다"라고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든 공간이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데쓰밸리 국립공원 구역 안에 들어서며 처음으로 협곡다운 협곡을 만났다.
협곡과 산들이 주변으로 병풍처럼 둘러있지만 여전히 온 세상이 탁 트인 듯 시원한 풍경을 자랑한다.
벌써부터 이렇게 멋있으면, 본격적인 관광은 어떡하라고 데쓰밸리는 이런담.

데쓰밸리에 대한 방대한 사진 자료를 미리 보고 가지 않는다면 도로를 달리며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 지 상상하기 힘들다.
나 역시 방대한 사진자료는 커녕 데쓰밸리가 왜 데쓰밸리인지도 모르고 갔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에 정신줄을 놓아 한동안 정신은 말 그대로 공황상태였다.
뻥 뚫린 도로를 또 한참 달리다 보니 싸리눈이 온 듯 하얀 땅이 넓게 아주 넓게 퍼져 있다.
사진에는 땅의 하얀 부분이 잘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본 모습은 차를 세울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신기하다.

어차피 차를 만나기도 힘들고 도로에 차를 아무렇게나 세워 놓는다.
모든 것이 아름다워 차만 세워놨을 뿐인데 한 편의 멋진 자동차 카달로그 사진이 된다.

무작정 걸어 들어간 그 땅은 아주 바삭바삭하다.
이게 뭔가 싶어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굽어다 보는데 하얀 부분이 모두 소금이란다. 
이런 땅은 생전 처음 보니 믿기지 않아 혹시나 싶어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 본다.
짜다.
그 위를 걸어가면 땅이 소리친다.
"바삭바삭, 바삭바삭"
땅 위의 굳은 흙은 떼어내 한 입 먹고 싶을 정도로 바삭하다.

해는 높아만 가고, 한 겨울인데 이 곳의 태양은 여름도 울고 갈 만큼 혹독하다.
12월에도 이 정도로 쨍쨍한데 여름에는 오죽할까.
그래서 데쓰밸리는 여름에는 여행을 할 수 없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여름 최고 기온이 평균 50도이면서, 1913년에 최고 온도 57도, 지상 측정온도 97도로 미국 내 최고의 온도로 기록되고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곳이니 차가 퍼지는 일은 예사이다.
'AVOID OVERHEATING TURN OFF A/C'
데쓰밸리를 여행하다 보면 도로 곳곳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표지판을 자주 보게 된다.
엔진과열로 차 퍼져서 Death Valley의 희생자가 되지 말고 그냥 순순히 에어컨 끄란다.
사막에서 에어컨을 끄라니... 이런 무서운 관광지를 봤나.

이렇게 땅이 쩍쩍 갈라질 정도의 메마름과 뜨거움이다.
자동차의 혹서기 테스트를 데쓰밸리에서 한다니 얼마나 뜨거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뜨거운 태양과 마른 땅만 봐도 벌써 목이 마르지 않는가.
그러니 데쓰밸리는 그냥 늦가을에서 초봄까지만 여행하는 게 신상에 좋겠다.

적만한 데쓰밸리를 달리다 백만년만에 만난 반가운 휴게소. 그곳에서 자연을 염려하는 표지판도 볼 수 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미국의 어느 관광지나 해변 등 야생동물이 있는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간판이다.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져 야생습성을 잃어버릴까 염려하는 마음이 보인다.

휴게소를 지나니 해발 마이너스 구간에 이른다. 해수면보다 더 낮은 곳,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은 사막이다.
내 머리 속에나 있던 사하라 같은 사막이 갑작스럽게 눈 앞에 펼쳐진다.
데쓰밸리를 여행하며 가장 많은 사람들을 본 장소일 정도로 사람들의 카메라 세례가 엄청나다.
물론, 내가 가장 원하던 사막의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사막의 초입에는 저렇게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무가 뿌리를 박고 있는 곳은 아주 견고한 진흙이다.
과거에는 물 속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모두 말라 고운 모래로 남았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새의 발자국이 경외감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대기 온도가 50도, 지상온도 100도를 넘보는 곳에서 살아갈 수가 있을까.
사실, 데쓰밸리에는 900여가지가 넘는 수 많은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극단적인 기후를 가진 데쓰밸리에서만 볼 수 있는 20여가지의 식물도 있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자연이다.

사막을 지나면 처음 보았던 소금지대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하얀 소금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에 붉은 식물들이 터를 잡고 있다. 마치 단풍이 아직 남아 있는 늦가을 산줄기에 하얀 눈이 내려 앉은 것 같다. 

시내가 흘러 조금 질퍽한 땅이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엄청나다.
그래서 다니기 좋게 예쁜 나무길도 나 있다. 이 나무 다리 아래로 졸졸졸 시내도 흐른다. 소금물이겠지.

나무길이 소금산과 가까워지는 곳에 밀가루를 체에 쳐놓은 느낌으로 소금이 보인다.
신화에서만 들었던 소금산이 눈 앞에 펼쳐진다.

많은 여행 코스가 그렇지만 데쓰밸리도 길을 하나두고 쉬어가는 느낌으로 뷰 포인트가 있다.
뷰 포인트 표지판이 나오면 '아, 여기 또 볼 게 있군..'하며 차를 그 방향으로 틀어 구경만 해주면 된다.
대단한 경관을 간단하게 구경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멈춰선 이 곳도 뷰 포인트 중의 하나, 광산이다.
데쓰밸리의 명칭이 광산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떠나던 이주민들이 길을 잘 못 들어 많은 이들이 폭염에 죽어나가고
살아남아 이곳을 빠져나가게 된 사람들에 의해 '죽음의 계곡_Death Valley'이라 불린 것에서 유래됐으니
광산과 데쓰밸리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실제로 이제 폐광되어 모습만 유지하고 있는 광산들이 작은 관광 포인트로 남겨져 있고 붕사 광산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이곳은 금광이다. 다른 광산에 비해 비교적 규모 있게 관리되고 있었다.

무언가 가득 담고 다녔을 마차의 모습, 저 마차에 금을 가득 싣고 달리면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릴까.

또 다른 뷰 포인트에 오르니 360도 전망이 탁 트인다.
협곡의 색과 모양이 오묘하다. 얼마나 심한 지각 변동이 일어났으면 저런 모양이 나올까?
초등학교 때 찰흙으로 실험해봐도 저런 형태는 감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같은 자리에 서서 몸을 조금만 돌려도 뷰가 달라진다.
연극무대에 세워 놓은 모형산 같은 산봉우리 너머로 소금지대가 보인다.
저 곳이 소금물로 이루어진 호수, Bad Water일까? 
시간이 촉박해진 관계로 Bad Water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아마 또 다른 장관이 연출되겠지.

데쓰밸리를 여행하는 많은 관광객들이 그렇듯 우리의 다음 목적지도 라스베가스였기에
아쉬웠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조금 더 남은 다른 코스를 남겨두고 길을 떠나야 했다.
우리는 떠나고 있지만 하얀 소금산은 끝 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인적 없는 도로에 나타난 자동차 한 대가 반가움마저 불러 일으킨다.

나에게 데스밸리는 내 인생에서 처음 만난 가장 이상한 곳이었다.
내 시선에 급작스런 변화가 생길만큼.. 그렇게 황량하고 아름답고 독특하고 경이롭고 무서웠다.
그리고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위대한 말인지 알게 해주는 여행지였다.

만약 죽을만큼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주저하지말고 데쓰밸리를 선택해라.
그리고 누누히 강조하지만 여름에는 삼가시길....


- 여행의 목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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